밀도 있는 장르물 오랜만에 봐서 심장 벌렁벌렁해
속도감 있는 전개는 아니지만 늘어짐도 날림도 없이 차근차근 착실히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이 정말 좋다.
주인공이 처한 상황적 설정은 답답해도 풀어내는 방식이 답답하지 않는게,
뭔가 있는척만 잔뜩하면서 안알랴줌 시전하거나 쓸데없이 전두엽 자극하는 연출도 없고 트리거 소재 다루는데에 배려도 있고..
기본적으로 낚시가 별로 없어서 누구든 수상한데..? 싶게 그려지면 수상한 게 맞고, 뭔가 실마리가 잡혔다! 싶으면 그걸로 질질 끌거나 괜히 꼬이게 안 만들어.
(예컨대 건오가 숨겨둔 보영이 소지품, 성폭행 관련 국과수 감정서, 정우의 차 위치, 11년 전 목격자 등 핵심 증거는 짧고 굵은 긴장감-혹시 선수치나?!빼돌리나?!-만 주고 고구마 전혀 없어. 바로 바로 사건 진척에 쓰임.)
미스터리는 원체 마니악하기도 하고 답답함을 인내하는 걸 넘어서 오히려 즐겨야 제대로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하는데
작감이 똑똑하게도 불필요한 선정성, 갈등, 비틀기 이런 거 없이 정공법으로 하나씩 하나씩 베일 벗겨나가는 게 대중적 어필로도 이어지는 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