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내가 할게요.
- 뭐를?
알바, 신랑알바.
- 진짜로? 진짜 할 거야?
대신 조건이 있어요.
- 뭐? 뭔데.
데려가서 키워줘요.
- 어?
키우라고.
나하고 손님 사이에 생길 사적인 감정은 호감이 아니라 반감이지, 극혐이거나.
- 젊은이가 부정적이네.
내가 호감을 갖기엔 손님에 대해 아는 게 많잖아요?
- 아는 건 머리가 하는 일이고, 호감은 마음이 가는 일이라. 너무 확신하지 마요.
(지욱, 헛웃음)
[대여한 반지를 끼워보는 지욱]
진짜 후회 안 하겠어요?
멈출 수 있는 마지막 기회에요.
- 후회할 걸.
(지욱, 표정이 바뀜)
- 공모 1등 못하면.
난 또….
도망간 줄?
- 떨려요?
아니.
- 그럼 꽉 잡아요, 난 떨리니까.
이혼이나 하죠.
남편.
할머니는 손자보다 딸이 우선이었지만, 난 내 남편이 우선이야.
오로지 내 남편을 위해 말하는 거야, 난.
남편이 가고 싶은 데 가고, 남편이 보고 싶은 사람 만나고, 남편이 살고 싶은 대로 살아.
- 왜 자꾸 남편이라고 불러?
우리 아직 가족이야!
손해영님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결혼하지 않아도 손님이 손해 보지 않는 세상이었으면?
혹은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과의 진짜 결혼이었으면 더 좋겠지만!
어떤 선택이든 행복해지려고 하는 거잖아요?
가짜라도 손님이 진짜 행복해질 수만 있다면 난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손님의 모든 선택이 모두 행운이길!
손님의 가짜, 임시 신랑이…
진짜, 영원히 바랍니다.
신사업팀 김지욱이면 피해자? 피해자 조사는 나중에 할 겁니다. 나가서 기다리세요.
- 저는 피해자가 아니라 손해영 팀장의 남편입니다.
"현장 OJT에서 고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그것 또한 많은 부분 외적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자만하는 부분이 엿보였음."
(군자새끼)
근데 그 반지, 그때 반납하러 오신 분이 구입하셨어요.
- 걔가 왜요? 걔는 그 반지를 살 이유도 없고 필요도 없고 여유도 없을 걸요?
아, 이거 거기서 빌렸어요. 필요할 것 같아서.
아침 왜 안 챙겨먹어요?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꼬박꼬박 사 갔잖아요.
- 요즘엔 갈 때마다 없더라. 나 이거 겨자마요참치만 먹는데.
그게 인기 제일 많으니까요.
- 갑자기? 이거 너 알바할 때는 갈 때마다 있…
너 그 반지 왜 산 거야? 내가 갔었거든, 반지 빌리러.
- 아, 그랬구나.
아까 그래서 물어본 거야. 여자친구 있냐고.
- 그건 진짜 아니에요. 여자친구 있었으면 손님한테 이러진 않죠.
그럼 왜 산 건데? 이것도 솔직히 말할 수 없는 일이야?
- 그게, 그러니까...
이건? 진짜 같아요?
우리 반진 빼지 마요. 빼지 마.
- 지욱아, 이거는…
내가 우선이고, 내 편이잖아.
반지 끼고 있는 동안은.
- 그래서 산 거야?
(지욱, 끄덕임)
- 내가 네 편이었으면 좋겠어?
(지욱, 끄덕임)
- 너, 너… 되게 귀엽다.
"그동안 내가 했던 고백은 어디로 듣고."
#끝나지마손보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