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열사 측 "설강화, 역사왜곡 의도 명백…안기부 미화"
1987년 고문으로 사망한 고(故) 박종철 열사 측이 ‘민주화운동 폄훼’, ‘안기부 미화’ 등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인 JTBC 드라마 ‘설강화’에 대해 “명백한 왜곡 의도를 지닌 드라마”라고 비판했다.
이현주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은 20일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과 인터뷰에서 “기우이길 바랐는데 (드라마를 보고 나니)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사무국장은 “드라마 주요 키워드는 안기부, 간첩, 민주화운동 세 가지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저희가 기억하는 1980년대 안기부는 너무나 공포스러운 기관이었다”며 “민주주의를 원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문을 받고 죽임을 당하고, 죽음이 어떻게 은폐될지 모르는 상황에 항상 노출돼있었다. 그런 공포로 국민을 통제했던 기관”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화운동과 관련 없는 사람들도 잡아다 고문해 간첩으로 조작하고, ‘간첩들이 곳곳에 있는데 철없이 민주화를 요구하냐’며 국민들을 협박했었다. 이런 기억이 너무나도 명백하고, 피해자들이 아직도 고통 속에 살고 있다”며 “진실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다면 가해자의 편을 들어서 피해자들에 고통을 주는, 그런 드라마로밖에 만들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굉장히 걱정이 컸다”고 했다.
이 사무국장은 극중 안기부 팀장으로 등장하는 인물에 대해 “서사가 굉장히 황당했다”라고 했다. 그는 “(극중) 외국에서 간첩을 쫓을 때 동료가 희생당한다. 그러면서 이 사람의 분노와 행동이 희생자로 정의된다. 안기부에 대한 새로운 정체성을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시 권력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안기부 팀장을 둘러싼 부조리한 현실을 비판하는 장치가 된다. 결국 정의를 추구하는 안기부 직원은 이런 부조리한 현실, 국가권력과 언론, 국민들로부터 진실을 외면 받는 피해자가 되는 거다”라며 “혼자서 진실을 꿰뚫고 정의를 구현하는 그런 존재로 미화되고 있다”고 했다.
이 사무국장은 “이게 어떤 가상 세계를 배경으로 한 게 아니잖나”라며 “드라마 시작할 때 ‘사건, 배경이 실제와 관련 없다’는 자막이 나온다. 그런데 그 자막 하나로 사실 관련 있는 것이 관련 없어지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특히 저희는 아픈 역사가 많았다. 국가가 국민을 향해 폭력을 휘두르고, 국민의 삶을 파괴하며 정권을 유지했던 역사가 너무나 되풀이 됐다”며 “여전히 피해자가 있는 아픈 역사를 다룰 때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더 무게를 가지고 봐야한다. 철저하게 진실에 기반되지 않고선 그것을 가상으로라도 배경을 써선 안 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커뮤에서 막댓사수 해봤자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