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에 원작 소설을 처음 만나고 기획을 시작했으니까 9년이 지났네요. 처음에 제 주변에서 반대가 엄청 심했어요. '이걸 어떻게 하려고 그래?', '남자 주인공이 일본 사람이라며?' 하면서요."
이달 27일 공개를 앞둔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을 연출한 문현성 감독은 작품을 준비해온 시간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문 감독은 13일 드라마 공개 개념 언론 인터뷰를 위해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을 만나 "특히 선배들(감독들)이 '빨리 다른 작품 찾아보라'는 말씀을 많이 했다"며 "덕분에 오기가 생겨서 더 열심히 준비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 감독은 "학창 시절부터 시험 전날에도 무조건 본방송을 챙겨볼 정도로 멜로 드라마를 좋아했다"며 "예전부터 연출해보고 싶었는데 '정통 멜로는 돈이 안 된다'는 인식 때문에 기회가 닿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친한 동료들하고 제작사(실버라이닝 스튜디오)를 만들자마자 '직접 기획하는 게 빠르겠다' 싶어서 러브스토리를 찾다가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원작 소설이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기획을 시작한 뒤로도 문 감독 주변에선 선배 감독들을 중심으로 "로맨틱 코미디도 아닌 정통 멜로는 잘 되기 어렵다"는 우려가 많았다고 한다. 남자 주인공이 외국인 배우인 경우 해외 판매가 어렵다는 이유로 "남여 주인공의 국적을 서로 바꾸라"고 조언하는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여러 우려의 시선을 딛고 작품을 완성한 문 감독에게 정통 멜로물의 장점을 묻자 "음식에 비유하자면 우리가 매일 세 번의 끼니를 자극적인 메뉴만 선택하지는 않는다"고 대답했다.
문 감독은 "'사랑 후에 오는 것들'처럼 자극이 강하지 않은 작품도 분명히 수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작품을 보신 분들이 '이런 러브스토리가 또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해주시면 흐뭇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쓰지 히토나리와 공지영 작가가 집필한 동명의 소설이 원작이다. 꿈을 찾아 일본으로 떠난 한국인 최홍(이세영)이 소설가 지망생인 일본인 아오키 준고(사카구치 겐타로)를 만나 연인으로 발전했다가 헤어지고, 5년 뒤 한국에서 재회하는 과정을 담았다.
직접 각본을 쓴 문 감독은 "어떤 음악이건 리메이크하는 이유는 그 곡이 너무 좋기 때문이지만, 어쨌든 리메이크하려면 현재의 버전으로 편곡해야 한다"며 "원작은 2005년에 발표된 작품인 만큼 이걸 2024년 버전으로 리메이크하는 게 중요한 점이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탄생한 드라마는 원작과 약간의 차이점이 있다. 드라마에서 아오키 준고가 쓴 소설 제목이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인데, 이는 원작과 다른 제목이다.
특히 드라마에서 소설가가 된 아오키 준고에게 기자가 "작가님은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이 뭐라고 생각하시나"라고 묻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 역시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문 감독은 이 장면에 대해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이 무엇인지 제가 생각하는 것을 준고의 대사를 통해 담았다"며 "그 대답이 뭔지는 작품을 통해 확인해달라"고 귀띔했다.
문 감독은 이번 작품으로 사카구치 겐타로와 나카무라 안 두 명의 일본인 배우와 호흡을 맞춘 것은 물론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촬영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고생도 많았다고 한다. 두 주인공이 벚꽃이 만개한 도쿄 이노카시라 공원을 거니는 모습을 촬영하려 벚꽃이 피는 시기를 고려해 일본을 향했지만, 예년보다 개화가 훨씬 늦어져 촬영이 지연됐다.
문 감독은 그런데도 "앞으로 일본은 물론 다른 나라 창작자들하고도 협업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며 "이런 사례를 통해서 데이터를 쌓고 서로의 장점을 갖고 한 팀으로 뭉치면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감독은 또 "이번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을 통해서 멜로 작품을 연출하고 싶던 소원은 성취한 셈"이라며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을 함께한 배우들과 스태프가 한 작품만으로 헤어지는 것은 아쉬워서 뭔가 일을 벌여봐야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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