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실무관'은 'OTT 영화'의 전형이라 할 만한 작품이다. 이 한 편을 위해 극장으로 달려갔다면 아쉬웠겠으나, 넷플릭스 같은 OTT를 부유하다 건실한 청년 김우빈의 액션을 가볍게 즐기기에는 나쁘지 않다. 비유가 아닌 말 그대로 '안방극장'을 위한 직선적인 액션 영화가 나왔다.
꿈 없는 청년이 의미와 미래를 찾아 정의로운 길로 나아가는 이야기. '무도실무관'의 이야기는 깔끔하게 떨어지는 직선 그 자체다. 빌런도 형기를 채웠거나 법망을 피해 참회 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인물들로 '악역' 그 자체다. 반전 같은 비틀기나 거대한 배후세력 같이 세계관을 부풀리는 일 없이 '무도실무관'은 제목처럼 청년 무도실무관의 존재 이유와 탄생 자체를 간결하게 그려낸다.
그렇기에 '무도실무관'의 장단점은 극명하다. 장점은 꼼수 없는 영화가 가볍고 유쾌하게 작품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는 것. 재미를 추구하는 이정도가 여기에 의미까지 더하게 된 성장 자체가 부담없는 감흥을 남긴다. 단점은 지나치게 간결한 메시지가 작품을 한없이 가볍게만 만든다는 것. 특히 영상미적인 감탄을 선사하기엔 부족하다. 두 주연 김우빈과 김성균의 협업 과정조차 대사로 장황하게 설명되고, 악을 처벌하는 과정에서는 현실감 없이 무능한 공권력과 사적 제재만 일방적으로 강조한 구성이 김 빠진 사이다 같다. 영화를 오직 이야기도 아닌 정의로운 무도실무관이라는 단편적인 메시지로 소비하게 하고 영상예술로서의 가치는 전달하기엔 부족한 셈이다.
스크린보다는 TV, 영화보다는 시리즈가 대세가 되버린 시대. OTT가 만들어낸 비유적인 의미가 아닌 단어 그대로의 '안방극장'이 최근 콘텐츠 시장의 주류가 됐다. 이 가운데 영화 시장에는 인정하기엔 안타깝지만 상업적인 등급이 생겼다. 바로 극장 개봉용이냐, 아니냐 하는 것. 모든 영화가 촬영도 어렵고 만든다고 개봉이 보장되는 게 아니며, 극장이든 OTT든 공개라도 되면 다행일 정도다.
그만큼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기대치가 높아졌고, 그에 부응하는 수작들이 많아졌다는 방증이다. 극장가의 경기가 위태로운 것과 별개로 극장 개봉의 위상 자체는 상당히 올라간 모순적인 상황. 이제는 예술적인 영상으로 진귀한 경험을 선사하거나, 담론을 야기할 정도로 울림 있는 메시지이거나, 혼이 담긴 연기가 찬사를 자아내거나 혹은 창작의 신선함으로 매료시키거나, 거부할 수 없는 시장 장악력을 보여주거나. 어떤 식으로든 전에 없던 감동을 선사할 수 있는 작품이 극장 개봉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게 됐다.
'무도실무관'은 '넷플릭스 영화'라는 점으로 작품의 단점부터 책임감과 부담감을 상쇄한다. TV 앞 소파에서 리모콘 하나로, 혹은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에서 손가락 터치 한 번에 무수한 콘텐츠들을 재핑하는 와중에 부담 없이 가볍게 즐기기 위한 영화로는 제격이기 때문. 한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거나 묵직한 메시지도 일단은 시선을 사로잡게 만들어야 살아남는 최근의 콘텐츠 시장에서 '무도실무관'은 곁가지는 쳐내고 전자의 매력에 올인한 작품이다.
불과 한 달 여 전인 지난달 9일, 배우 황정민과 염정아 주연의 영화 '크로스'(감독 이명훈) 또한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베테랑 배우들의 부부이자 액션 콤비 플레이도 썩 유쾌한 잔상을 남긴 터다. 이에 '크로스'나 '무도실무관'을 통해 마치 넷플릭스가 선전포고를 하는 듯 하다. 이들 이상의 무언가가 하나라도 없다면 더 이상 극장 개봉보다는 OTT를 선택해야만 할 것이라는 시장을 향한 압박일까.
이조차 감독이 의도한 것이라면 힘 빼고 실리를 취한 선택이다. 이번 영화는 지난 2017년 배우 박서준, 강하늘의 유쾌한 콤비 플레이로 호평받은 영화 '청년경찰'의 김주환 감독이 '사자', '멍뭉이'와 넷플릭스 시리즈 '사냥개들' 이후 선보인 신작이다. '청년경찰'에서 보여줬던 유쾌한 결을 가볍게 풀어내려 했다는 영리한 선택과 집중의 결과물이 '무도실무관'이리라 기대해 본다. 물론 고민 없이 힘만 뺀 연출 작정한 결과물이라면 성찰은 필요하겠지만.
타이틀 롤을 맡은 김우빈은 실제 업계 평판 만큼이나 건실한 청년 본연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의 투병기와 '콩콩팥팥', '유 퀴즈 온 더 블록' 등 예능 프로그램 속 모습들을 지켜본 사람들이라면 이제는 정의롭지 않은 김우빈의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울 터. 드라마 스페셜 '화이트 크리스마스'나 '신사의 품격', '상속자들', '학교 2013'에서 미워할 수 없는 반항아 이미지를 보여줬던 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탈색모의 초반부 모습조차 이제는 건전해보이는 지경이다. 이에 오히려 정의로움 그 자체인 '무도실무관'에 적격이다. 맨몸 하나로 정의를 빗발치게 하는 김우빈의 액션은 유독 반갑고. 강한 마스크로 존재감을 보여줬던 김성균은 독기와 힘을 뺐지만 누구보다 성실한 공무원의 얼굴로 이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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