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베테랑2’(감독 류승완)는 1341만명을 동원한 전작과 결은 같으나 분위기가 다르다. 9년 전 개봉한 ‘베테랑’이 재벌과 형사의 대결이었다면 이번엔 경찰과 경찰의 싸움이다. 선악을 가리기보단 자신만의 그릇된 신념을 내세우는 박선우(정해인)와 정의를 지키려는 서도철의 대립 구도다.
‘베테랑2’는 악인(빌런)이 누구인지 숨기지 않고 초장부터 공개한다. 스크린 밖 관객과 이야기 속 인물들의 정보 격차가 발생하자 긴장감이 절로 더해진다. 범인이 섬뜩하고 서늘한 표정을 지을 때마다 손에 땀이 절로 쥐어진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리듬감도 좋다. 전편을 연상케 하는 유쾌한 분위기로 시작해 점차 2편만의 독자적인 세계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물 흐르듯 전개를 이어가는 연출과 배우들의 호연이 어우러지니 자연히 시너지효과가 생겨난다.
액션 장인으로 정평이 난 류승완 감독의 특기가 빛을 발한다. 이종격투기를 주축으로 세련되고 과격한 액션이 스크린을 가득 메운다. 인상 깊은 장면도 여럿이다. 인파로 북적이는 남산에서 벌이는 숨 가쁜 추격전부터 빗속에서 벌이는 난타전이 백미다. 쉽지 않은 장면을 소화한 배우들과 이를 완성도 있게 담아낸 감독의 조화가 볼거리다. 배우들의 활약은 역시나다. 황정민은 역시나 작품을 든든하게 떠받든다. 새롭게 합류한 정해인은 눈빛의 농도까지 조절하는 연기를 펼친다. 형사팀의 존재감도 여전하다. 차진 팀워크로 똘똘 뭉친 이들의 활극이 9년이란 공백을 단숨에 지운다.
‘베테랑’은 1, 2편의 느낌이 사뭇 다르다. 자칫 들뜰 수 있는 두 편을 견고하게 잇는 연결고리가 류승완 감독과 황정민이다. 이들이 제 역할을 해내자 ‘베테랑’의 세계관은 견고해진다. 시리즈물로의 확장을 성공적으로 시작한 인상을 준다.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과도하게 잔혹한 장면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개연성이 부족한 대목도 곳곳에 있다. 인물의 이야기를 무리하게 펼쳐놓은 듯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영화의 전반적인 완성도와 잘 짜진 만듦새가 이를 상쇄한다. ‘밀수’에 이어 ‘베테랑2’로 류승완 감독과 두 번째로 호흡한 장기하의 음악 연출도 물 올랐다. 형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아우의 등장이다. 오는 1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18분. 쿠키영상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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