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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스바자 인터뷰 전문 뜸
하퍼스 바자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폭군>은 초인 유전자 약물의 샘플을 차지하기 위해 세 남자가 전력으로 충돌하는 이야기입니다. 캐릭터들의 남성성에 보다 초점을 맞춰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차승원 제가 연기하는 전직 요원이자 킬러 ‘임상’은 폭력적이지만 말은 느릿느릿하고 노쇠한 듯 보입니다. 그럼에도 뭔가를 수행할 땐 한치의 오차도 없이 해내는 것이 그만의 매력이자 변별성이 아닌가 싶네요. 어떻게 보면 일상생활에선 바보 같고 치밀하게 잘 못하는데 목적을 위해 무언가를 수행할 시에는 둔탁한 흉기가 예리하게 확 들어가는 느낌을 준달까요. 이 캐릭터는 단점조차 매력이에요. 단점이 있어야 장점이 부각될 수 있죠. 고등학생들과 부닥치는 장면에서 어리바리한 모습을 노출하는데, 그런 식으로 찍자고 박훈정 감독님께 제가 제안을 했던 경우예요. 이런 장면이 있어야 목적을 수행할 때의 모습과 간극이 커 보이니까요.
김강우 말씀하신 남성성이라는 건, 시대에 따라 계속 변화하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남성성이 부각되는 작품이 많지 않은 편이죠. 1980년대 말 <영웅본색> 시리즈 같은 홍콩 영화들은 지금 봐도 괜히 심장이 쿵쿵 뛰는 느낌이 들어요. 왜 그런가 곰곰이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데 무모한 자신감이 느껴져서인 것 같더라고요. 지금은 그런 무모한 자신감을 표출하는 캐릭터들이 드문 것 같고요. 서부영화의 경우, 두 사람이 대결하면서 총을 쏘면 한 명은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같이 죽을 수 있는데도 자존심과 자신감, 끓어오르는 아드레날린으로 맞붙죠. 제가 연기한 ‘폴’이 그런 식이에요. 폭주기관차 같은 추격자랄까요. 한마디로 천상천하 유아독존. 무서운 게 없는 남자죠. 능력도 완벽하고 미국이라는 뒷배도 있고, 너희들은 나를 절대 죽일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이렇게 독특하면서도 각기 다른 색을 내는 캐릭터가 있는 작품을 만나기는 쉽지 않아요.
하퍼스 바자 김선호 배우가 연기한 ‘최국장’ 역은 액션이 많지 않고 대사와 눈빛으로 상대방을 압도해야 했죠. 임상이 아이처럼 요구르트를 먹는 장면에서 캐릭터 특성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면, 최국장의 경우엔 토스트를 먹으면서 수싸움을 하는 장면이 그 역할을 해주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김선호 최국장은 자신이 속한 기관에 대한 책임감으로 똘똘 뭉친 강한 리더예요. 기관을 위해서는 맹목적으로 달려가죠. 그 가운데 한 선택들이 선일 수도 악일 수도 있는데 그 모호한 지점에서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이 남자답다고 느껴졌어요. 큰 사건에 휘말리는데 동요하지 않죠. 차분하고 냉정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선택하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내면적으로는 그렇지 않겠지만 그걸 드러내지 않는 것이 그만의 매력이에요. 말씀하신 토스트 먹는 장면은 최연소 국장인 그가 얼마나 많은 경험치가 있는 인물인지 보여주죠. 자신이 비밀리에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능구렁이처럼 감추면서 마지막 한 번에만 칼을 드러내는 연기였어요. 다른 국장(경쟁자)에게 “직급은 똑같잖아”라고 말하면서 눈빛을 바꿔요. 토스트를 먹는 게 그 장면을 더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빌드업이었기에 최대한 능글맞게 연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