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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씨네21] '한국이 싫어서' 고아성X주종혁X김우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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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2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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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국인의 싫어하는 것들의 목록에 한국이 있다면 궁금해질 것이다. 그가 한국이 싫어진 이유와 어지럽고 복잡할 지금의 마음이 말이다. 장건재 감독의 신작 <한국이 싫어서>는 계속 여기서 살면 말 그대로 죽을 것 같아서 고국을 뜬 29살 싱글 여성의 이야기다. 헬조선 담론이 대두되던 2010년대 중반의 한국의 사회상을 담은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한국의 가난한 집 첫째 딸이자 성취감을 못 느끼는 직장인으로서 신체적, 정신적으로 극심한 한기를 느끼던 계나(고아성)는 오래된 애인(김우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온화한 기후의 뉴질랜드로 이민 간다. 타지살이의 초입에서 워킹홀리데이 중인 20대 한국 남성 재인(주종혁)과 친구를 맺고 부지런히 일하고 연애하며 계나의 살갗은 서서히 건강한 태양빛을 띤다. 그렇지만 <한국이 싫어서>는 외국살이의 낭만화엔 추호도 관심이 없다. 나아갈 수도 돌아갈 수도 없는 현실을 살아가는 보통 한국 청년의 불안하고 혼란한 마음의 우물을 깊이 들여다본다.


8월28일 개봉을 앞두고 <한국이 싫어서>의 배우 고아성, 주종혁, 김우겸이 <씨네21> 스튜디오를 찾았다. 이들은 사실 로맨틱코미디를 찍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환히 웃고 적극적으로 포즈를 취하며 현장을 다정다감한 분위기로 만들었다. 서로가 있었기에 긴 여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는 세 배우를 만나 연기가, 영화가, <한국이 싫어서>가 좋은 이유에 관한 즐거운 대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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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 가족의 장녀이자 20대 직장인 계나(고아성)가 바라는 건 단 하나다. 춥지 않은 것. 그러나 겨우내 패딩을 입고 지내야 하는 냉골 집, 만날 때마다 주눅이 드는 애인(김우겸)의 중산층 가족, 의견 하나 받아들여지지 않는 회사는 줄곧 살을 에는 추위를 느끼게끔 한다. 이렇게 살다가는 결국 얼어서 부서질까봐 그는 홀로 뉴질랜드 이민행을 택하지만 한국을 떠난다고 해서 삶이 갑자기 순탄한 길로 들어설 리 없다. 낯선 땅에서 따뜻한 햇볕과 살랑이는 바람을 충분히 느끼면서도 채워지지 않는 결핍과 아득한 미래가 주는 불안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여전히 몸을 옹송그린다. 배우 고아성은 종착점을 지정하지 않고 과정에 표류하기를 자처한 영화에서 중심을 잡되 의도에 맞는 연기로 작품과 관객을 연결해냈다. 인터뷰로 만난 그는 계나처럼 양팔로 몸을 감싼 채 말하는 모습이 언뜻 추워 보였지만 대화가 깊어질수록 그가 지금 얼마나 열의에 차 있는 상태인지를 알 수 있었다.



- 영화계 대표 애서가로서 <한국이 싫어서>를 원작 소설로 먼저 접했을 것 같다.
= 그렇진 않았다. 외출 중에 장강명 작가님의 <한국이 싫어서>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의 시나리오가 들어왔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때 마침 서점 근처라 곧장 서점에서 소설을 샀고 바로 읽었다. 한자리에서 한 호흡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라 하루 만에 다 끝냈다. 그리고 다음날 시나리오를 읽었다. ‘소설의 이 부분은 살았구나. 이 대목은 영화적으로 더해졌구나’ 하면서 조금 색다르게 접근했다. 기억에 남을 만한 재미있는 이틀이었다. 외적으로는 시나리오 표지에 적힌 ‘35고’가 준 임팩트가 컸다. 얼마나 인상적이었냐면 장건재 감독님과의 첫 미팅 때 “35번 수정하시면서 정말 힘드셨겠다”라는 말씀을 먼저 드렸을 정도다. 그러자 감독님이 “재밌었어요”라고 한마디 하셨는데 그 말씀을 하시는 모습이 믿음이 갔다. 그때 출연을 마음먹었던 것 같다.



- <한국이 싫어서>는 인물이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나아가는 영화가 아니다. 유보적인 주인공인 계나의 톤 앤드 매너를 잡는 게 어렵진 않았나.
= 처음에 세운 기준 같은 게 있다면 한국을 탈출해야 한다는 계나의 주장을 관객에게 100% 납득시키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타지에서 다시 시작하는 게 더 힘들 거라는 주장과 팽팽하게 갈리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애초 설득의 부담이 없었기 때문에 계나가 맞부딪히는 상황과 감정에 충실할 수 있었다. “계나는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이, 남녀노소 누가 봐도 지금의 자신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캐릭터여야 한다”라는 감독님의 말씀을 부표로 삼기도 했다.



- 그럼에도 뉴질랜드 이민이 계나가 말하듯 “외국 병에 걸려서가 아니”라는 걸 초반에 분명히 짚어준다. 계나가 한국을 뜰 결심을 토로하는 오프닝 시퀀스의 내레이션이 그러한 역할을 하는데 녹음 당시 어떤 감정을 담고자 했나.
= 소설을 읽었을 때부터 핵심이라고 생각한 건 계나가 마냥 착한 여자주인공도 경쟁적인 한국 사회의 피해자 역할도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잡은 계나의 상(像)이 자신의 필요와 판단하에 한국을 떠나기로 결심한 여자였다. 그만큼 계나의 주체성이 잘 드러나도록 신경 쓰며 녹음했던 기억이 난다.



- 한국에서의 계나와 뉴질랜드의 계나의 외형적, 감정적 차이를 크게 두지 않은 건 어떠한 판단에서였나.
= 계나가 서서히 변화해 나가는 게 또 다른 핵심이라고 봤다. 그럴 수 있도록 연출팀에서 세심히 신경 써주셨다. 한국에서의 시간-뉴질랜드 도착 한두달차-정착 3년 후 이런 식으로 시간의 흐름을 기간별로 정리해주셔서 거기에 맞춰 계나의 영혼과 육체를 잘게 쪼개서 준비했다.



- 후반부 롯데리아 신이 극 중 가장 독특한 계나의 장면이 아닐까 싶다. 여기서 계나는 어쩌면 유령인 동기 경윤(박승현)을 보고 처음엔 놀라는 듯하더니 이내 그 상황을 받아들인다. 그 순간 계나의 심리를 어떻게 이해하고 신을 풀어나가려 했는지 궁금하다.
= 그 신은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가장 끌리고 찍고 싶었던 신이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너무너무 복잡한 무언가가 올라왔다. 그런 채로 현장에 갔는데 신기하게도 승현 배우와 호흡이 잘 맞았고 우리 사이에서 어떤 감정이 원활하게 오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그 순간을 믿고 느끼는 대로 움직였다. 영화를 오래 하면서 언어화할 순 없지만 인물의 감정을 정확하게 느낀 순간을 정말 많이 만났다. <항거: 유관순 이야기>의 8호실에서 나 혼자만 정면을 바라보는 신을 찍을 때도 그랬다. 그러한 알 수 없음, 복잡함을 관객 분들이 항상 풀어주셨다. 직접 만날 수 있는 자리에서 그분들의 해석을 경청하고 있다 보면 행복하고 영화하는 기쁨이 여기에 있다는 생각을 매번 한다.



- 등장인물이 돌아가며 행복을 정의한다. 성공, 춥지 않은 날씨. 미세먼지 없는 대기, 가족의 건강, 과대평가된 개념까지 실로 다양한데 고아성 배우의 행복론을 들려준다면.
= 편집된 장면 중에 행복을 돈에 비유해 설명하는 장면이 있다. “행복에는 성취했다는 한때 기억에서 행복이 계속 흘러나오는 ‘자산성 행복’과 행복 자산에서 이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 순간순간 행복을 창출해야 하는 ‘현금흐름성 행복’이 있다”는 소설 속 대목이다. 계나도 나도 후자가 맞는 사람이다. 나의 경우, 어느 날의 영광에서 느끼는 행복은 시간이 흐르면 희미해져서 매일 내가 보고 싶은 사람과 연락하고 읽고 싶은 책을 찾고 좋아하는 것들을 주변에 두어야 한다. 최근에는 정지아 작가의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는 동안 확실한 행복을 느꼈다.



- ‘연기가 싫어서’라고 느낀 적이 있나.
= 싫다기보다는 힘든 순간이 매번 있다. 뜻대로 안돼서 속상한 때도 너무 많고. 그럼에도 여기서 탈출하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현실에 잘 맞춰 어떻게든 해내는 선택지만 있을 뿐이다.



- 1990년대에 태어난 30대 한국 여성, 집에선 막내딸이자 밖에선 20년차 직업인인 고아성 배우에게 지금 한국은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나.
= 너무 덥다. (웃음) 이렇게 더운 날과 겨울의 그 추운 날을 한해에 겪어내는 한국인들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 심한 양극화는 비단 날씨만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극과 극 사이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 계나 그리고 이미례 인턴(<오피스>), 이자영 사원(<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서혜영 조사관(<트레이서>)이 한 회사에 다니는 재미있는 상상을 해봤다. 차기작 <파반느>의 미정 역시 직장인인데 미정은 고아성의 그동안의 직장인과 어떻게 다를까.
= 백화점 직원 미정은 말하자면 미생물이다. 나중에 영화를 보면 미생물이라고 표현한 이유를 납득할 수 있을 거다. <파반느>를 찍는 동안 10kg 정도 찌웠다. 이종필 감독님의 요청은 아니었고 내가 그러고 싶었다. 그동안 스크린에서 숱하게 보인 모습과 카메라 앞에서의 마음가짐이 이번에는 좀 달랐으면 하는 욕심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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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가장 잘할 만한 작품을 만날 기회가 배우에게 몇번이나 찾아올까. 배우 주종혁에게 <한국이 싫어서>는 그런 자신감이 들게 한 영화였다. 극 중에서 그가 분한 재인은 3년 전, 학벌 중심 사회에 염증을 느끼고 워킹홀리데이를 떠난 20대 한국 청년이다. 정착한 뉴질랜드에서 이민 온 계나(고아성)를 만나 우정 어린 누나, 동생 사이가 된다. 한 사람을 외형으로 결론짓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인 일인지를 깨닫게 하는 의미심장한 역할이기도 하다. 중학생 때 뉴질랜드로 건너가 5~6년간 유학 생활을 한 주종혁은 머릿속으로 추억의 사진 앨범을 한장 한장 넘기며 시나리오를 읽었다. 그 시절에 보았던 풍경, 만났던 사람, 느꼈던 감정을 모두 끌어내 자기만의 재인을 만들어냈다.



- 첫 등장에서 놀랐다. 빨간 머리에 돌려쓴 스냅백, 반바지에 조리샌들 차림이 <만분의 일초>의 진중한 검도 선수 재우와는 천양지차더라. 무엇보다 재우는 눈으로 말하는 캐릭터였는데 재인은 독특한 선글라스로 눈을 가려버려 더 다르게 느껴졌다.
= 선글라스는 개인 소장품이었다. 힙한 브랜드에서 나온 재밌는 디자인의 제품이라 평소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재인에게 딱 맞아 보여 구매했다. 캐릭터를 처음 소개하는 신에서 눈을 가린 채 등장하면 재인의 독특한 면이 확 살 것 같아 감독님에게 제안했는데 좋아하면서 오케이해주셨다. 헤어, 의상 등 재인의 외형은 뉴질랜드 유학 시절에 내가 본 친구들의 개성 강한 스타일을 반영했다.



- 경험적, 성격적으로 겹치는 부분이 많아 재인을 자신과 가장 닮은 캐릭터라고 말한 바 있다. 이번 기회에 자신을 재료로 활용하고자 했나, 아니면 오히려 그것을 경계했나.
= 확실히 전자였다. 작품을 준비하는 동안 가장 많이 한 생각이 ‘유학 시절에 나는 어땠지?’였다. 당시 내가 외국 친구들을 어떤 자세로 대했고 이방인으로서 어떤 불안감을 느꼈는지 계속 곱씹었다. 생각이 단순하지만 자기 길을 적극적으로 찾아나갈 줄 아는 재인이 나와 비슷해서 오버랩될 수밖에 없었다. 초등학생 땐 영어 잘하는 체육선생님이 되고 싶어서 그쪽을 준비했고 좀더 나이 들어서는 내 이름을 건 호텔을 짓고 싶어 대학에서 호텔경영을 전공했다. 캐릭터라이징하면서 내 삶을 한번 돌아볼 수 있었다. 아마도 재인은 내 인생을 한번 정리해준 캐릭터로 남지 않을까 싶다.



- 그만큼 시나리오 한줄 한줄이 쉬이 넘어갈 수 없었겠다. 가장 공감한 대목이 있다면.
= 계나가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하는데 버퍼링이 걸려 “괜찮아” “잘 지내” 같은 안부 인사가 끊겨 들리는 부분이 특히 슬펐다. 가족들이 보고 싶은 마음을 나도 잘 아니까. 기댈 곳 없이 혼자가 됐다는 외로움이 재인에게 자연스레 묻어나길 바랐다.



- 촬영차 뉴질랜드를 방문했을 때 느꼈던 감흥은 주종혁 배우만이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 언젠가 한번쯤 다시 가보고 싶었는데 왠지 용기가 안 나서 주저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그동안 왜 그랬나 싶더라. 운명처럼 촬영지가 내가 다닌 대학이 있는 오클랜드였던 터라 쉴 때 대학을 방문해 추억 여행을 했다. 신호를 기다리다가 고등학교 친구를 우연히 만났을 땐 정말 행복했다. 원작에서 호주였던 배경이 뉴질랜드로 바뀐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웃음)



- 비하인드가 궁금한 장면이 있다. 생일 파티 뒤 계나와 담배를 나눠 피우는 담벼락 신은 감독이 배우에게 일임한 신이었나. 유달리 즉흥연기의 날것 같은 느낌이 났다.
= 대본대로 했다. (웃음) 그런데 왜 그렇게 느꼈는지는 알겠다. 그 신을 찍으려는데 마침 동네에 태풍이 와서 바람이 엄청 심하게 불었다. (고)아성이도 나도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몸을 제대로 가누느라 애먹었던 기억이 난다. 촬영도 어떻게든 주어진 시간 안에 해내느라 정신없었다. 촬영 후반에 찍은 신이라 그랬는지도 모른다. 한달간 뉴질랜드에서 숙소 생활을 하면서 출연 배우들과 가족같이 지냈다. 휴차 때 여행도 하고 스티커 사진도 찍으러 다녔다. 아무래도 우리가 돈독한 사이라는 게 스크린에서도 드러났나 보다.



- 친한 배우 동료들과 연기 스터디를 시작한 지 1년쯤 된 걸로 알고 있다. 실전에서 서서히 효과가 나타나고 있나.
= 애초에 어떤 결과를 바라고 스터디를 꾸린 게 아니라서 아직은 잘 모르겠다. 서로 바빠서 정기적으로 진행하지는 못하지만 일단 모이면 초빙한 선생님에게 여러 가지 연기 테크닉을 배우고 그걸 바로 적용해보는 훈련을 함께해나가고 있다. 연기를 전공한 것도 아니고 연기 학원을 다녀본 적도 없어서 친한 친구들과 진지하게 연기 연습을 하는 게 오글거릴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몰입도 잘되고 친구들의 새로운 면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 앞으로도 이 스터디로 최고의 배우가 되겠다는 욕심 없이, 놀이하듯 즐겁게 해볼 생각이다.



- 그러한 마음가짐으로 김혜수 배우와 함께 드라마 <트리거>를 촬영 중인가.
= 얼마 전에 끝났는데 찍는 동안 그랬다. 쉬는 시간까지 행복했던 작품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나 지금 말을 너무 많이 하지 않았나…. (웃음) 새로운 사람과 만나 대화하는 일이 이렇게나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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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은 자신만의 삶의 속도가 있다. 성실하고 특별히 모난 데 없는 그는 변함없이 우직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 틀에 박힌 한국에서의 삶에 질린 계나(고아성)는 그런 지명을 답답하게 느끼곤 하지만, 그럼에도 지명은 떠나는 계나에게 “기다릴게”라고 말한다. 그리고 조용히 그 말을 지킨다. 수년이 지나 다시 계나와 재회한 순간, 지명은 계나와의 시간을 소중이 여기면서도 기자로서의 루틴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성실한 한국인의 표상이다. 배우 김우겸은 지명의 행동과 말을 살피면서 자신의 것으로 체화했다. “요즘, 연기가 즐겁다”며 차분히 촬영 현장을 회상하는 그에게선 지명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신념을 올곧이 지키려는 노력이 느껴졌다.



- <한국이 싫어서>를 마지막으로 본 건 언제인가.
=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때 야외상영으로 본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영화가 어떻게 나왔을까 궁금했는데 고아성 배우, 주종혁 배우도 그렇고 다들 연기를 너무 잘해서 배우로서 많이 배웠다. 개인적으론 나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 돌이켜보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던가.
= 영화를 기준으로 말하자면 지명과 계나, 재인 세 캐릭터 모두가 내 안에 있다고 느낀다. 각자 시야도 다르고 선택하는 것도 다르지만 세 사람 다 자기 삶을 잘 꾸려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다. 삶의 형태는 달라도 비슷한 고민을 하는 같은 세대의 이야기라서 공감이 갔다. 한편으론 그들을 보며 오히려 안도했다. 살면서 이런저런 고민이 드는 게 당연하구나 싶었다.



- 미팅 때 장건재 감독이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책 <카메라 앞에서 연기한다는 것>을 건넸다고.
= 캐스팅 확정 전의 미팅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감독님이 ‘좋아하는 책인데 이번에 기획해서 번역서를 내게 됐다’고 하시더라. 앞에 짧은 문구까지 적어 건네주셨다. 섭외 이야기 없이 같이 밥 먹자고 해서 나간 자리였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고 싶어 하는 진심이 느껴졌다. 나가기 전엔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나 싶었는데 감독님이 편하게 대해주셔서 나도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나눴다.



- 연기한 배우로선 지명을 어떤 캐릭터라고 느꼈나.
= 지명은 주어진 상황에 만족할 줄 안다. 그래서 자신을 굉장히 좋아하고 내실도 단단하다. 어쩌면 그래서 계나를 오랜 시간 좋아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손 안의 것에 만족하고 그것에 집중할 줄 아는 게 멋져 보였다.



- 지명은 대사에서 신념이 잘 드러난다. 계나와 식사할 때도 “한국은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게 기회의 땅”이라고 말한다.
= 딱 그 대사가 지명이를 잘 보여준다. 자기가 가는 길이 옳다고 믿고 다른 선택지를 고려조차 하지 않는데 그게 누군가에겐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삶에 필요한 태도라고 봤다. 지명에게 배워야 할 점이 많다.



- 한 인터뷰에서 “캐릭터에 대해서 나만 아는 비밀이 있으면 연기할 때 자신감이 생기고, 그걸 관객도 아는 것 같다”고 대답한 바 있다. 여기서의 비밀은 배역의 전사 같은 건가.
= 아까의 답과 맥락이 이어지는데 나는 내가 진짜 좋아하거나 닮고 싶은 부분이 생기면 캐릭터에게 마음이 쉽게 간다. 지명에게도 그런 부분이 있었다.



- 기자들을 직접 만나 자문을 구했다던데 어떤 이야기를 듣고 연기에 반영했나.
= 부서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엄청 일찍 일어나야 하고 군기를 심하게 잡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기자에 관한 다큐멘터리도 찾아봤는데 잠을 거의 못 자더라. 입사 초반에는 바빠서 자기만의 시간을 갖기가 어렵다는 말도 참고했다. 이런 업무 사이클에 지명을 대입해보면 지명은 계나가 없는 한국에서도 잘 지냈겠구나 싶었다. 부지런히 업무를 쫓아가면서 일에 몰입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사는 게 계나와 자신의 관계에도 도움이 된다고 여겼을 거다.



- 지명은 그 와중에도 계나를 생각하는 건가.
= 바쁜 와중에도 문득문득 계나를 떠올렸을 것 같다. 계나가 해외로 떠날 때도 “기다릴게”라는 말을 하는데 지명은 그런 말을 허투루 할 사람이 아니다.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지명에겐 그런 마음이 있을 거라는 믿음이 간다.



- 계나처럼 커리어나 가족을 뒤로하고 떠날 수 있을 것 같나.
= (잠시 망설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나는 안될 것 같다. 여행 자체는 무척 즐긴다. 하지만 나는 지금 연기라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로 떠나서 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물론 더 어릴 때는 무작정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여기서 이루고 싶은 게 분명히 있다. 말하고 나니 지명과 내가 꽤 비슷하다. (웃음)



- 단편 <뿔>로 2014년에 데뷔한 뒤 10년이 흘렀다. 적지 않은 시간인데 오늘 이야기를 들으니 연기에 대한 애정이 여전해 보인다.
= 요즘 연기가 더 재밌고 좋다. 예전에는 관심받고 싶고,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게 있었는데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도 충족되는 게 있다.



- 하반기 계획은 어떻게 되나.
= 드라마 촬영이 예정되어 있다. 그리고 취미를 하나 만들고 싶다. 내가 즐길 수 있는 걸 잘 찾고 싶다. 그리고 지명처럼 계속 열심히 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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