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 비하인드, 진영이 순정파 키다리 선비 윤성 역에는 딱이다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 기자]드라마는 캐스팅 단계에서는 여러 배우들이 후보에 오르기 마련. ‘구르미 그린 달빛’도 예외가 아니었다.
홍라온, 즉 홍내관 역에는 같은 회사에 소속된 김유정과 김소현이 경합(?)을 벌였다. 이제 막 아역을 탈피한 배우들이지만두 배우 모두 만만치 않은 강점과 존재감을 지니고 있어 낙점하기가 쉽지만은 않았다는 게 복수 관계자들의 전언.
게다가 김소현은 인스타그램 팔로우 수가 김유정보다 월등히 많았다. 하지만 남장여자로서의 어울림 등을 고려해 결국 김유정으로 정해졌다. 결과는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의 기대 이상. (김유정이 자신보다 사이즈가 큰 내관복을 입고 관모를 쓴 채로 약간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할 때 특히 귀엽다)
그 다음 키다리 선비 김윤성 역. 왕을 가지고 노는 실세 중 실세인 영의정의 손자로 조선의 대표적인 금수저다. 윤성 역 후보에는 몇 명이 올라왔고, 육성재와 진영도 그중에 포함됐다. 지명도에서는 이미 연기 경험이 있는 육성재가 앞서있었다. 진영은 ‘프로듀서 101‘에서 프로듀서로 나온 예쁜 청년 정도로 기억된다.
어쨌든 김윤성 역에 깨끗한 이미지를 지닌 진영으로 결정된 건 신의 한 수로 보인다. 그는 왕세자 이영 역의 박보검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여심을 자극하고 있다. 마치 ‘닥터스’에서 김래원과는 다른 매력으로 짝사랑을 가장 창의적으로 했던 윤균상이 있었듯이.
키다리 선비 진영은 김유정을 향해 끝없는 순정을 보이고 있다. 홍라온(김유정)이 위급한 순간마다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왔다. 윤성은 라온을 짝사랑하고 있지만, 기다리고, 배려하고, 부탁하는 진심으로 연일 애틋함을 더하고 있다.
윤성은 라온이 홍경래의 딸로 정체가 탄로날 것을 염려해 궁밖으로 나갈 수 있게 도왔다. 혹여 자신의 말에 오해와 부담을 가질까봐 “제게 오라는 말이 아닙니다. 그저 한시라도 빨리, 홍내관이 무사할 수 있게 돕고 싶은 것뿐입니다”라는 안타까운 설명도 덧붙였다. 자신이 짝사랑 하는 여성 사용법을 완벽하게 숙지하고 있는 남자였다.
왕세자 이영(박보검)만을 마음에 두고 있는 홍라온의 심정은 흔들리는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또 다른 차원에서 복잡했을 것이다. ‘닥터스’의 단호박 박신혜는 윤균상에게 “내 마음에 있는 남자는 홍지홍(김래원)뿐”이라고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라온도 선을 그었다. 하지만 너무나 선의를 베풀어주는 이 남자를 단칼에 떨치기는 힘들 것 같다.
라온은 윤성에게 “저에 대해 많이 아시면 나리께 좋지 않습니다”라면서 “제게 이렇게 잘해주시는 나리께 자꾸 저하(박보검)에 대해 묻고 싶어지는 제 자신이 너무도 싫습니다. 그러니, 오지 마세요”라고 거절했다.
그럼에도 윤성은 “괜찮습니다. 저도 속으로 치졸한 생각을 매일 합니다. 이 지옥 같은 날들이 지나고 나면 홍내관이 혹시 제게 마음을 주지 않을까 하고”라며 짠한 속마음을 건네기도 했다.
윤성은 세도가 김씨 가문의 적장자라는 무게에 일상을 우울하게 보내고 있었지만, 라온을 만나 웃음을 되찾게 됐다. 비록 짝사랑이지만 라온의 든든한 조력자인 윤성의 애틋한 순정을 응원한다.
wp@heraldcorp.com
기사에 따르면
홍라온은 김소현/김유정 경쟁이었고
김윤성은 육성재/진영 경합구도였다는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