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우는 ‘검은 머리 외국인’으로서 미국인이라는 우월감을 지닌 폴을 연기하면서 최대한 ‘재수없어지려고’ 노력했다.
“폴은 영어와 한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고, 한국 문화를 능숙하게 이해하고 있는 교포예요. 아마도 미국과 한국 중에서 국적을 선택했어야 하는 시점엔 당연히 더 ‘사이즈’가 큰 미국을 주저없이 선택했을 거고요. 말투, 눈빛, 시선은 물론 직접적인 대사에서 상대를 깔보는 우월감이 다 표출되죠. 연기하기가 쉽진 않은 인물이에요. 오로지 대사만으로 인물과 그의 감정을 표현해야 하니까요. 게다가 대사량도 많아요. 2분이 넘는 신에선 관객들이 지루하지 않게끔, 내용이 귀에 꽂혀야 해요. 그래서 좀 더 스피디하게, 리드미컬하게 대사를 했어요. 애드리브도 자제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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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우는 “폴의 전사가 따로 나오진 않는다. 대사에 힌트들이 있지 않나. 그걸 가지고 상상했다. 외형적으론 혼혈이 아니니까 한국인 부모 아래에 태어난 교포고, 어릴 때 미국에 넘어갔을거고 똑똑했을거고. ‘미국이냐 한국이냐’를 선택할 순간에 망설임 없이 미국을 선택했을 것 같다”고 했다. 또 “자주 한국에 왔어서 외국인이지만 한국문화를 완벽하게 알고. 최국장과는 교환학생으로 만났을 거고. 최국장이 만만치 않은 놈이란걸 알았을 것”이라고 자신이 설정한 전사를 들려줬다.
그러면서 그는 “폴은 검은 머리 외국인인데 목적성이 명확하지 않나. 한국 문화를 능숙하게 알고, 한국인들이 어떤 생각을 갖는지 알면서 기본적으로 우월감이 베이스로 깔린다. ‘너희들이 왜?’, ‘건방지게’ 라는 대사나 말투, 눈빛에서 우월감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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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메인 빌런인 폴을 연기하면서 부담감은 없었을까. 김강우는 “(폴의 행동에는) 폴의 의지라기 보단 그걸 한국이 가지면 안된다는 미국의 의지가 있었을거고, 그걸 해결해야한다는 공무원적인 마인드와 더불어 ‘너네들이 건방지게 이런걸 왜?’라는 우월감이 있다. 이 캐릭터가 어려운게 전체적인 신의 분위기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최국장은 리액션이 센거고, 사건의 시작과 끝맺음은 폴이 하는거라 그런 디자인이 좀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루하면 안된다. 대사가 귀에 꽂혀야 해서 리듬감을 살렸다. 애드리브도 안하고 스피디하게 연기하려 했다. 폴은 머리도 좋고 주도면밀한 인물이다. 그런 대사들이 준비된 것처럼 기승전결에 맞춰 다다다다 나와야 했다. 그렇게 장면마다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까지 빌런으로 활약했던 폴의 엔딩은 조금 허무했다. 이에 대해 묻자 김강우는 “개인적으론 허무하게 느끼지만 작품 전체로 보면 2시간 반 안에 캐릭터들이 하나하나 없어져야 하니 맞다고 본다”며 엔딩에 납득했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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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공자’ 속 한 이사와 ‘폭군’ 속 폴은 빌런이라는 점에서 캐릭터의 결이 비슷한 부분이 있다. 어떻게 차별화 했을까. 김강우는 “대본상 차별화가 있었다. 한 이사는 우리가 그동안 봐왔던 한국인 악당 느낌이 세다. 다혈질이고 생각보단 행동이 앞서는 인물이다. 폴 같은 경우는 직접 행동을 하진 않는다. 미국 입장을 대변하고, 주도면밀하다. 다른 캐릭터로 다르게 연기를 해야했다. ‘귀공자’에선 감정을 액션으로 커버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지만 이번엔 대사만으로 해야하고, 계속 줄다리기를 해야한다. 대사 양도 많고. 스피디하고 리듬감 있게 잘 설명할 수 있도록 해야했다”고 설명했다.
김강우는 또 “비주얼적으로 유니크하면 좋겠다 싶었다. 미국 고위 공무원이니 평범하진 않지만 그래도 너무 튀지는 않게, 선을 좀 지켜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자유분방한 모습이 조금 드러나면서 클래식함을 잃지 않도록 했다”고 외양상 신경쓴 부분을 말했다. 또 ‘검은 머리 외국인’ 다움이 드러나는 영어 연기에 대해서는 “영어 뉘앙스를 100% 이해할 순 없지 않나. 억양의 작은 차이가 감정이 같은 대사라도 달라 보이게 하기 때문에 계속 연습했다. 자연스러워 보이기 위해 물 밑에서 발버둥 치는 백조처럼. 발버둥을 많이 쳤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