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승부수였다.
이강길의 정보로 알게된 아들의 두번째 배신. 발톱을 쓰지 못하는 맹수, 아버지를 두 번 배신한 검은 머리 짐승은 죽어 마땅하다. 정말 20년 전처럼 맞아 죽다가 돌아오던가 어차피 두 번 배신한 김에 죽던가. 내 최고의 피조물이지만 두 번 배신은 용서 못 한다
결말이 정해져 있는 연극무대에 아들을 세웠다
그리고 20년 전처럼 막다른 골목에 세워 아들을 폭력으로 훈육하기 시작한다.
머리가 클때로 큰 아들은 맞아 죽겠다는 심정으로 맞고만 있다.
답답한 아들놈
기꺼이 알려주러 갔다.
넌 모든 능력을 가진 내 최고의 피조물.
작은 조직을 전국구로 만들어낸 내 아이
각오만 다진다면 다시 최고의 맹견이 될 나의 아들.
그런데 아들이 자신을 감싼다.
칼을 맞는다.
서태평은 피흘려 고통에 몸무리 치는 아들을 목도 한다.
곧 쳐들어온 검찰과 경찰
서태평은 9년만에 들은 아들의 목소리가 떠올랐을지도 모른다
(13화)
서태평: 오랜만이다. 재판에서 본 게 마지막이니까 9년 만이지
서지환: 잘 지내셨습니까
서태평: 무뎌졌더구나 흥신소 놈조차 눈치 못 챌 정도로
서지환: 뭐, 지금은 전처럼 예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서태평: 고기를 먹는 동물이 풀만 먹으려 들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서지환: 아버지가 찾기 전까지만 해도 평범하게 살던 보통 아이였죠
서태평: 그렇게 믿고 싶겠지만 넌 처음부터 나를 닮았어
서지환: 난 당신과 다릅니다
서태평: 너한텐 내 피가 흐른다
서지환: 당신과 다른 길을 선택했죠
서태평: 고작 검찰에 나를 넘기기는 정도로, 응?
서태평: 그건 너 살기 위해서 그런 거 아니냐. 살아남기 위해서 자기를 키워 준 사람의 뒤통수 치는 거 그거? 여기까지 오는 동안 내가 숱하게 반복해 온 일이야
서지환: 전 그저 당신 끊어내기 위해서 그런 것뿐입니다.
"난 당신과 다릅니다"
"그건 너 살기 위해서 그런 거 아니냐."
아들은 우연과 우연으로 가득찬 상황 속에서 자신의 목숨으로 자신과 다름을 증명하고 있었다. 난 살아남기 위해 검찰에 내 윗사람들을 팔았지만 아들은 자신이 죽어가면서까지 검찰에 나를 넘기려 한다.
검찰이 올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서, 그러니까 내가 칼을 맞으면 병원으로 떠날게 보여 스스로 고양희의 칼을 맞은건지, 아님 정말 나를 사랑해서 감싸줌으로 칼을 맞은건지 서태평은 알 수 없었을거다.
어찌되었든 무언가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희생하는 무력한 자식일 뿐. 하지만 아버지 서태평은 처음으로 아들의 다름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아들은 나처럼 살아남기 위해 나를 밀고한게 아님을. 내 최고의 피조물은 나와 다른 개체임 인정해야 했다.
절연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