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히 삭혀 둔 '서울의 봄'의 분노가 다시금 치밀어 오른다. 황정민과 유재명의 얼굴이 겹쳐 보이며 이병헌이 연기했던 '남산의 부장들'의 면면과 스토리, '서울의 봄'에서의 이성민, 황정민의 역할까지 일부러 떠올리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입에선 육두문자가 사정없이 쏟아진다.
주요 배경은 법정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인후(조정석 분)' 변호사에 이입이 된 관객들은 1979년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순간 이동을 한 뒤 서울의 곳곳을 함께 걷고 뛰며 머리에 띠를 두르고 함께 주먹을 불끈 쥐는 기분에 빠져들게 한다.
상관의 명령에 따라 대통령을 암살하게 된 일에 휩싸인 '박태주(이선균 분)'는 군인이란 어떤 존재들인지, 군인 정신을 통해 사람이라면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를 역설적으로 그려냈다. 당시 시대적 상황이 군인들에 의해 지배받게 된 상황이지만 '전상두(유재명 분)'과 달리 목숨 대신 군인으로의 신념을 지키는 인물로 이 영화의 중심을 끌고 간다.
실존 인물이 아닌 가공의 인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역할인 '정인후'는 100% 관객의 마음을 대변해 속 시원하게 욕을 하기도 하고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논리적으로 바득바득 대들기도 한다. 이 정도 사이다는 있어줘서 고구마 같던 현실의 이야기에 영화적 통쾌함이 느껴지는 것.
다만 더 많은 욕을 하고 싶은데 영화가 끝나버렸다는 건 큰 아쉬움이다. 조정석이 연기한 '정인후'의 입을 빌어 더 많이 비난하고 욕해주고 싶은데 사건이 끝나버렸다는 게 서운하다.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서울의 봄'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추창민 감독은 '서울의 봄'이 개봉할 당시 이미 이 영화의 편집이 끝났다는 말로 '서울의 봄'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음을 분명히 했다. 심지어 이 영화의 촬영을 한 뒤 몇몇 배우들을 '서울의 봄'에 추천하기도 했을 정도. 그러니 '서울의 봄'에서의 몇몇 배역이 겹치거나 상반된 이미지로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딱히 흠집이 되지 않을 것.
영화적 이야기와 더불어 이선균에 대한 그리움, 정말 좋은 배우를 잃었다는 아쉬움은 엄청난 여운으로 남는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좋은 영화로 이선균을 그릴 수 있다는 것도 다행한 일이다.
근현대사에 대한 궁금증이 남아 있는 관객이라면, 이선균 배우에 대한 그리움이 있는 관객이라면, 조정석-유재명-이선균을 비롯한 명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에 빠져들고 싶은 관객이라면 올여름이 가기 전 '행복의 나라'를 꼭 봐야 할 것.
1979년 10월 26일, 상관의 명령에 의해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박태주’와 그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든 변호사 ‘정인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행복의 나라'는 8월 14일 개봉한다.
https://naver.me/xa5sz2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