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개복치인 나펭은
노래도 강강강강 내지르기만 하는 거 취향 아니고
드라마영화도 강강강강 휘몰아치기만 하는 것도 별로거든.
(그저 내 취향이 그렇다는거)
근데 이 드라마는 그 어느것도 과하지가 않아.
모자라는게 넘치는것보단 낫다는걸 보여준다면 이 드라마를 보여주고 싶을 지경이야.
공감성수치 최대치 찍는 내가 손발 아니 차원이 오그라드는 모닝염천도 즐길 수 있었던건 시퀀스가 길지 않아서고
지환이 과거 호텔에서, 고양희의 창고에서, 상남주류에서 맞고 찔리고 피칠갑을 하는 씬에서도
너무 직접적이거나 노골적이 아니어서 좋았어.
(예컨대 내부자들 같은 표현은 내 기준 포르노임)
은하가 뻔한 여리고 보호해야만 할 캐릭터가 아닌것도 사랑스러워.
검사 현우가 자신의 편견을 교정하는 것이나,
흔하게 조연이 갑자기 스토커가 되는 과정을 밟지 않는것도 얼마나 다행이었던지.
등장인물들마다 뱃속에 되도않는 공작을 품었다가 실패하는 뻔하고 멍청한 짓을 하지 않아서
그것도 너무 좋더라.
주인공 셋을 위해 나머지 조연들을 병풍이나 도구 취급하지 않는것도 진짜 좋았어.
평생 바뀌지 않던 사람이 말 몇 마디로 개과천선한다고 결론 내지 않아서
마무리도 완벽했어.
어쩌면 이 드라마는 현실적이지 않다고 할 수 있지.
그렇지만 우리가 현실을 직시하려고 드라마를 보는 건 아니잖아.
때로는 극 전체의 균형과 완성을 위해 개연성 조금은 양보할 수도 있고 말야.
그렇다고 이 드라마가 개연성을 버린것도 아니고.
그러니 내 기준에선 잘 쓴 대본과 좋은 연출과 섬세한 연기가 합을 이룬
유니콘 같은 드라야.
균형 잘 잡히고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억지춘향 결론을 내지 않고, 인물들 모두가 입체적인 작품.
그런 드라마를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어.
그리고 아직도 만날 날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든든해.
비상식량 창고 채워둔것 같은 마음이랄까.
마음이 씁쓸할 때, 눈물도 나지 않게 퍽퍽할 때 문득 만나러 갈 수 있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