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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뢰한' 오승욱 감독이 약 10년 만에 내놓는 신작인 '리볼버'는 그의 전작이 그랬듯 많은 설명을 하지 않는다. 그저 다양한 인물과 의미심장한 전사를 스타일리시하고 리듬감 있게 제시한다. 이런 특징은 매력으로 작용한다. 영화를 보는 중에는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 믿음직한 주인공의 뒤를 따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며,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제시된 내용들을 짜맞춰 나름의 해석을 내리는 재미를 준다.
마치 릴레이를 하듯 쉴틈 없이 이어지는 캐릭터의 향연은 '리볼버'의 백미다. 감방에서 나온 하수영은 돈을 되찾기 위해 많은 이들을 만난다. 정윤선과 앤디는 물론이고, 신동호(김준한 분)와 민기현, 본부장(김종수 분)과 조사장(정만식 분), 그레이스, 그리고 전사 속 임석용까지. 전도연이 소화한 하수영은 임지연, 지창욱, 김준한을 비롯해 이정재, 전혜진, 정만식, 김종수 등 연기파 배우들이 그려낸 개성있는 캐릭터들과 만나 극 중 불꽃 튀는 순간들을 다수 만들었다.
블랙 코미디로 가득한 마지막 시퀀스는 '앙상블의 성찬'이다. '향수 뿌린 미친개' 앤디로 분한 지창욱의 '잘생긴 찌질남' 연기는 박수를 받을만 하다. '리볼버'는 감독과 전도연이 "가벼운 영화를 하나 찍어보자"고 해서 기획된 작품이다. 가벼운 영화라는 기획의도가 잘 반영돼 있다. 무겁게 여운을 주거나 복잡한 상징들로 머리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영화는 아니다. 믿음직한 여주인공의 등에 업혀 이것저것 구경하다 보면 어느덧 종착지에 도착해 있는, 그런 쾌속선 같은 영화다. 러닝 타임 114분. 오는 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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