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컨설팅 자문 받은 지배구조 개편 프로젝트 '기밀문건' 입수
자회사 20곳 포함 개편 검토…김범수 구속 기로에 '올스톱' 위기
카카오가 그룹 쇄신 작업의 일환으로 비밀리에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 경영에 대한 새판 짜기에 돌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좁게는 일부 미디어 자회사들에 대한 수직계열화 작업에 해당하며, 넓게는 기업 '밸류업'에 기인한 매각까지 염두한 전략으로 관측된다.
19일 본지가 입수한 카카오가 외부 컨설팅 자문을 받은 기밀 문건에 따르면 카카오그룹은 카카오엔터가 보유한 20여개 자회사를 중심으로 구조적 개편 작업을 시행하는 방안을 구상했다. 그룹 전반에서 추진하는 경영 쇄신 작업의 일환으로, 카카오가 자문 내용을 바탕으로 행동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작업은 지난해 말경 기획된 것으로 확인됐다. 비밀리에 전개한 경영 효율화 전략으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자회사들 중 중소 미디어 자회사들에 대한 수직계열화에 중점을 뒀다. 해당 전략의 이름은 가칭 '프로젝트M(Project M)'이다. 드라마나 영화 제작사, 연예기획사, 광고 제작사, 웹 콘텐츠 스튜디오 등 분야가 개편 대상인데, 프로젝트명은 미디어(Media) 법인들의 계열화를 의미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구조 개편이 기밀 사항이었던 만큼 카카오엔터뿐 아니라 그룹 내부에서도 극비리에 부쳐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력 전략 투자 컨설팅 업체가 깊게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SM(에스엠)엔터테인먼트 인수 이후 불거졌던 여러 사법 리스크로 인한 악영향을 떨쳐내기 위해 연내 실행에 나설 계획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카카오엔터는 7년간의 기간에 걸쳐 '스토리(웹툰·웹소설)-미디어(드라마·영화 제작)-음악(기획·제작, 스트리밍)'에 이르는 수직계열화 작업을 진행했지만, 점점 부진 정도가 심화된 데에 따른 변화로 풀이된다. 이번 프로젝트M 전략에서 거론된 기업들은 카카오엔터 보유 기업 중 절반 수준에 해당하는 20곳 정도로, 음악 관련 사업군은 제외됐다.
핵심 사안을 살펴보면 우선 카카오엔터가 상대적으로 영화나 드라마 제작사를 많이 보유하고 있던 상황이기에 미디어 개편 작업도 이 부문을 중심으로 설계됐다. 글앤그림미디어, 바람픽쳐스, 메가몬스터, 로고스필름, 글라인, 크래들스튜디오, 사나이픽처스, 영화사월광, 영화사집 등 제작사들이 거론된다.
영상 제작사 중심의 개편 전략인 만큼 다수의 연예기획사도 프로젝트M 명단에 포함됐다. 연예기획 부문은 5곳을 중심으로 새판 짜기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확인된다. 비에이치엔터테인먼트, 숲엔터테인먼트, 어썸이엔티, 제이와이드컴퍼니, VAST(브이에이에스티)가 그 대상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보유한 연예기획사 중 가수 아이유가 3대주주로 지분 22.5%를 들고 있는 이담엔터테인먼트는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담엔터테인먼트는 카카오엔터가 52.5% 지분을 가지고 있는데 지난해 영업권 451억원 중 251억원 손상 인식으로 현재 200억원으로 내려왔다.
광고와 웹 콘텐츠 스튜디오들도 포함됐다. 레디엔터테인먼트, 돌고래유괴단, 스튜디오좋, 글링크미디어, 쓰리와이코프레이션과 오오티비 등이다. 레디엔터는 국내 다수의 대기업 광고 제작 이력이 있고, 돌고래유괴단은 뉴진스의 디토(Ditto), OMG, ETA 등 뮤직비디오를 연출했다. 쓰리와이코프레이션은 독특한 컨셉의 걸그룹 QWER을 만든 곳이다.
기밀 문건에 따르면 미디어 수직계열화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선 설명하고 있지 않지만 카카오엔터 내 흩어져 있는 영상 미디어 역량을 모아 유기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시너지를 내겠다는 목표로 관측된다. 자문 그대로 계획을 따를지 여부는 미지수지만 전략 기획 시점을 감안하면 연내 출범 목표에 가닥이 잡힌다.
연결대상 종속기업 170여개가 넘는 카카오그룹 내에서도 카카오엔터를 콕 집어 경영 개선 전략을 세웠던 배경에는 기업 규모나 경영난 등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엔터는 그룹 내 카카오뱅크나 카카오페이 같은 핵심 상장사를 제외하면 3조원이 넘는 자산 규모로 남은 자회사들 중 가장 덩치가 크다.
지난해 기준 카카오엔터는 47개의 연결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었다. 최근 2~3년 내 공격적인 인수 활동으로 자회사 수를 급격히 늘렸다. 2020년 당시만 해도 종속기업 14개 수준에서 30개 이상 미디어 회사들을 늘렸지만 사들인 기업들에서 지난해에만 보유 영업권 자산이 9245억원 손상처리되며 1조원이 넘는 순손실 사태를 빚었다.
다만 현재 카카오그룹 총수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으로 구속 위기에 놓이면서 프로젝트M 이행 여부나 가능성은 당장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앞서 지난 17일 검찰이 김범수 위원장에 구속 영장을 청구하면서 그룹 차원의 경영 개선 전략 자체에 급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다.
카카오그룹 관계자는 "신규 미디어 수직계열화 추진에 대해 현재 진행하거나 확인된 건은 없다"고 말했다. 카카오에 자문을 한 것으로 유력한 컨설팅 기업 관계자는 "기밀유지 방침상 카카오로부터 컨설팅 의뢰를 받은 여부와 내용에 대해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