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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씨네21] 남궁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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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6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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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렸지 그대를. 여기서 아주 오래….” <연인>의 마지막을 장식한 이장현의 대사는 남궁민을 만나길 고대한 <씨네21>의 바람과 크게 다르지 않다. <씨네21>은 지난해 <연인>의 남궁민을 ‘올해의 시리즈 남자배우’로 호명했고, <김과장> <닥터 프리즈너> <스토브리그> <검은태양> 등 지난 7년간 배우의 이름을 곧 장르명으로 동치해온 남궁민의 드라마 필모그래피를 독자들과 함께 전업 시청자로서 뒤쫓아왔다. 그리고 2024년 7월, 마침내 남궁민과 <씨네21>과의 만남이 성사됐다.


남궁민은 긴 대화 내내 자신의 연기 비급을 감정과 감성이라 반복했다. 머릿속으로 다이얼을 끊임없이 돌리며 캐릭터가 마주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고려하는 건 그의 성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남궁민은 누구보다 이성적인 배우기도 하다. 남궁민이 선택한 재미있는 이야기의 일군을 보면, 촬영 현장에서 그가 보이는 초인적 열정의 후일담을 들으면, 직관과 로고스로 충만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내릴 수 없는 결정으로 가득하다. 감성의 총량을 침범하지 않는 이성으로 매 작품 전성기를 다시 쓰는 남궁민을, <씨네21>이 세 단계로 집중 탐구해보았다.


이장현이 끝내 연인 유길채(안은진)의 손을 잡기 전까지, 그는 언제나 손에 부채와 칼을 쥐었다. 두 도구는 장현이 스스로의 매력을 과시하는 장신구처럼 보이지만 실상 위태로운 자신을 감추기 위한 위장 도구다. 하지만 이내 부채와 검은, 장현이 사랑하는 상대를 살리고자 자신의 전부를 내걸 수 있음을 확인하는 증표가 된다. 부채를 살랑이며 사람들을 애태웠던 장현처럼 <연인>은 2023년 하반기 흥행 바람을 일으켰고, 검을 들고 온 마음으로 민초와 연인 길채를 수호했던 이장현처럼 <연인>은 잔인한 이별과 애달픈 사랑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베어냈다. <연인>이 돌파한 기록적 흥행과 수많은 상찬에도 한동안 사람들은 남궁민으로부터 <연인>에 관련한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다. 종영 이후 반년, 이젠 <연인>을 떠나보내고 다른 작품과 열렬한 사랑에 빠질 채비 중인 남궁민에게 <연인>에 남겨둔 마지막 미련을 뒤늦게 물었다.



- <검은태양>을 함께한 김성용 감독으로부터 <연인>의 대본을 건네받은 후 사흘 만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언젠가 캐릭터가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작품 출연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신조를 밝혔다.
= 출연 제의가 오면 최대한 빨리 회신하는 편이다. 답을 기다리는 이들이 있는데 결정을 미루면 문제가 생길 걸 알기 때문이다. 한 배우와 두 작품을 연속으로 함께하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텐데, 그럼에도 제안을 주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연기자가 이야기 속 캐릭터로서 배역을 충실히 연기하는 게 좋을 뿐이지 캐릭터에 욕심을 내기 시작하면 좋은 작품을 만나지 못할 터다. 냉정히 보자면 <연인>은 길채의 성장 서사다. 역사적 아픔과 고초를 통과하며 성장해가는 길채 곁에 장현이 나타난 것이다. 다만 장현은 길채의 곁에서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할 때 다할 수 있는 진심의 최고치를 달성할 뿐이다.



- <연인>은 모처럼 보는 남궁민의 멜로드라마라 반가웠다. 그리고 장현 또한 전쟁 중 길채를 만나며 변화를 겪고 성장한다.
= 그러게. 나 멜로 할 줄 아는데! 멜로를 의도적으로 피하진 않았다. <연인> 전까지 내게 들어온 작품 중 좋은 이야기를 고르다 보니 우연치 않게 멜로 플롯이 빠져 있었다. 황진영 작가 역시 내게 장현은 사랑을 알아가는 남자라는 점과 백성을 긍휼히 여기는 사람이라는 점을 주지했다.



- 이장현은 소위 말하는 ‘설정 과다’의 캐릭터다. 능글맞은 한량이지만 갈채 앞에선 순정과 후회를 내비치고, 외교와 무예와 상행위에 소질을 보인다. 또 유교 사회의 대의명분을 거부한 채 ‘썸’, ‘비혼’ 등 2010년대에 등장한 개념을 신조로 삼고 자본주의의 맹점을 꿰뚫는 등 조선 후기 사대부의 사상과 배치되는 신념을 내비친다. 이처럼 다양한 설정을 이장현 개인의 오롯한 일관성으로 구체화하는 일이 쉽진 않았을 듯하다.
= 나 역시 장현의 설정이 과하다고 생각했다. 제작진과도 “장현이 못하는 게 뭐야? 이러다 작품에 서양인이 등장하면 장현은 영어도 하겠는데?”라며 농담도 나눌 정도였다. (웃음) 하지만 그만큼 시청자들이 장현에게 몰입할 수 있는 지점이 다양해서 좋았다. 사실 연기를 할 때 이 속성들이 모두 하나의 줄기로부터 파생해야 한다는 구체적 계획을 따로 세우진 않았다. 연기의 주체는 감정이다. 특정 캐릭터가 어떤 사람이라 어떻게 행동할지 따로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감정과 본능을 따르길 선호한다.



- 장현의 수많은 순간 중 13화에서 청나라 포로 시장에 오른 길채를 발견하고 “도대체 왜!”를 외치며 절규하는 클로즈업이 특히 인상적이다.
= 첫 테이크를 갔을 땐 내 연기가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러다 안은진 배우의 서글픈 눈물 연기를 보니 새로운 감정이 올라왔다. 눈물 연기는 안은진 배우를 따라갈 자가 없다. 눈물의 강수량 자체가 압도적으로 많은 눈물의 여왕이다. 카메라 앞에서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를 계산하는 순간 함정에 빠질 수 있다. 그래서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차오르는 감정을 연기로 외현하는 기술을 연마하려 노력한다. <천원짜리 변호사>를 촬영할 때도 현장에서 새로 발견한 감정으로 대본에 없던 장면을 탄생시켰다. 내가 분한 천지훈이 세상을 떠난 연인 주영(이청아)의 사무실에서 수임료 천원이라 쓰인 벽보를 본 후 눈물을 흘리다 유리병에 천원짜리 지폐를 넣는 신 기억하나. 그 장면이 대본에는 없었다. 그런데 세트 책상 위에 유리병이 있는 걸 보고 즉석으로 그 병에 천원짜리 지폐를 넣는 장면을 제안했다.



- 작품 후반으로 갈수록 장현이 피폐해지는 순간이 거듭 등장한다. 장현은 두번이나 기억을 잃고, 자신이 등진 아버지 장철(문성근)을 찾아가 아버지로부터 받은 깊은 상처를 토해낸다.
= 애청자들 사이에서도 장현이 두번 기억을 잃는 서사에 관해 의견이 갈린 것으로 안다. 내겐 황진영 작가를 향한 신뢰와 존중이 컸다. 작가님이 쓰신 서사의 흐름 속에서 작품의 이야기를 시청자들이 잘 받아들이도록 연기해내는 게 결국 배우의 의무다. <연인>은 21부작에 달하는 대서사라 장현이 기억을 잃는 극 후반 즈음엔 작품의 분위기를 더이상 무겁게 만들지 않는 일이 중요했다. 장현의 다양한 면모를 통해 시청자가 지루할 틈을 줄이는 일이 나의 열연보다 먼저였다. 장현이 장철을 한번만 만날 수밖에 없어 단 한 장면에 장현의 고독한 세월을 눈빛과 대사에 담아 토해내야 했다. 야외 로케이션에서 실내 촬영으로 바뀐 장면이기도 하다. 바뀐 게 더 좋았다. 그 추운 날 그렇게 긴 대사를 야외에서 하면 눈물보다 콧물이 더 많이 나오지 않았을까. (웃음)



- <연인>에서 유독 좋아하는 대사가 있나.
= “안아줘야지, 괴로웠을 테니”를 처음 읽었을 땐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말을 할 수가 있을까 하는 충격을 받았다. 이 한마디로 길채의 마음을 눈 녹듯 풀어주며 위안을 선사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무조건 잘해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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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로부터 호응을 받은 남궁민의 작품을 돌아보면, 그는 언제나 다른 문화권으로부터 홀연히 이식된 남자를 연기해왔다. <내 마음이 들리니>의 봉마루는 자진해 가난한 원가족을 등지고 우경그룹의 양자로 다시 태어나는 길을 택했다. <김과장>의 김성룡 과장은 지역 조직폭력단의 회계장부를 처리하던 재능으로 TQ그룹 경리부에 입사해 그를 탐탁지 않아 하는 사내 구성원들과 끝내 정의를 실현한다. 야구단 재송드림즈에 새로 부임한 <스토브리그>의 백승수 단장, 능군리에 불현듯 안착해 마을 사람들의 심기를 들쑤시는 <연인>의 이장현은 말할 것도 없다. <닥터 프리즈너>의 나이제는 서서울교도소로 직접 향해 복수를 실현하고 <검은태양>의 한지혁은 스스로 1년치의 과거 기억을 지우고 새로운 사람이 돼 국정원에 들어간다. 흰 양 떼 사이의 검은 양처럼 보이던 남궁민의 남자들은 고여 있던 공동체와 마침내 융화하고, 그곳의 문화를 바꾸는 데 성공한다. 그곳에 없던 남자들처럼, 남궁민 또한 본인을 철저히 지운 채 ‘남궁민 드라마’에 쏟아지는 모든 기대를 충족하고 설득해냈다. 제목이 곧 1인칭 주인공인 작품의 주연배우로 자리하고 4년 사이 3번의 연기대상을 받기까지. 어느 날 돌연 등장한 젊은 남자배우가 30, 40대에 이르러 작품을 보기도 전에 배우의 이름만으로 믿음을 주게 되기까지의 시간을 되짚어보았다.



- 많은 사람들이 남궁민의 진가를 처음 인식한 작품이 <내 마음이 들리니>(2011)의 봉마루였다. 아직도 남궁민 관련 게시물에 ‘마루오빠’를 찾는 댓글이 심심찮게 발견된다.
= 착한 소년이 악한 남자로 변해가는 마루의 여정이 몹시 안타까웠다. 분명 악행을 저지르지만 그에게 가엾은 구석도 있어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그때만 해도 악역을 연기하면 시청자들에게 미움을 받던 때였다. 작품의 인기로 MBC <뉴스데스크>에 나갔을 때 “악역인데 어떻게 시청자들의 호응을 받을 수 있나?”라는 질문까지 받았을 정도니 말이다. 당시엔 연기 경력이 오래되지 않아 여러 경험을 쌓던 때였는데, 제작 여건이 지금과 달라 모든 촬영이 촉박하게 진행됐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후회가 없는 작품이다.



- 당시 <씨네21> 인터뷰에 의하면 현장에서 바로 연기를 점검할 수 있는 캠코더를 따로 준비해 다녔다고. <나 혼자 산다>에서 공개한 <스토브리그> 촬영 현장을 보니 그 뒤로도 쭉 연기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카메라를 들고 다닌 듯하다.
= 모든 배우가 마찬가지일 거다. 나의 연기가 항상 마음에 드는 게 아니다. 방송분은 베스트 컷만 모아 나가지 않나. 어떻게 하면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을지 고심하다 보니 반성의 시간을 늘리는 게 최선이었다. 아쉬웠던 나의 연기를 돌아보는 횟수를 늘리면, 스스로 생각하기에 부족한 지점을 좀더 많이 찾아 고칠 수 있어 모니터링을 시작했다. 캠코더 이전엔 휴대폰이었다. 영상기술의 진보에 맞춰 기기도 발전 중이다. (웃음)



- <냄새를 보는 소녀>의 권재희와 <리멤버-아들의 전쟁>의 남규만을 연기한 2015년은 배우 남궁민의 필모그래피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된 해다. 두 캐릭터는 모두 사이코패스 살인범이었다. 감정의 기복과 에너지 소모가 많을 수밖에 없는 배역을 연이어 연기한 시기를 어떻게 기억하나.
= 두 역할이 겹친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 재희가 MBTI 중 I(내향형) 유형이라면 규만은 E(외향형) 유형의 캐릭터였으니까. 재희는 살인범인 동시에 신사적인 스타 셰프다. 지금으로 따지면 넷플릭스 시리즈 <너의 모든 것> 속 조(펜 배질리) 같은 역할이었다. 당시로선 무척 색다른 이야기고 캐릭터여서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규만은 분명 나쁜 놈인데 밉지 않은 구석이 있었다. 처음엔 그렇게 방정맞게 화를 내는 캐릭터가 아니었는데, 점잖지 못하게 연기하니 많이들 좋아해주었다. 작품 초반 규만이 동호(박성웅)를 옥상에서 구타하는 장면을 찍던 날이 생각난다. 규만으로서 덜 분노한 것 같아 한번만 다시 가겠다고 했더니 감독님이 의아해하며 촬영 분량을 보여주셨다. 윗단계가 더 있나 싶게 화가 나 있더라. (웃음) <리멤버-아들의 전쟁>을 촬영할 땐 잠시 스타일리스트가 없던 시기였다. 직접 양복점을 돌아다니며 스리피스 정장을 일일이 테일러링했다. 당시 옆집에 양복 전문가 형이 살아서 촬영 전마다 양복을 바닥에 전부 펼쳐놓고 상하의 조합도 함께 고민하며 규만을 만들어갔다. 그때 훈련해둔 덕분에 지금은 어느 정도 양복 조합에 능숙해졌다.



- <스토브리그>는 평단과 대중 모두의 선택을 받은 작품이었다. 백승수는 ‘나는’이라고 주어를 밝히지 않아도 군중이 그의 말에 절로 감화되는 PT의 귀재다. 또한 자기 확신이 강한 리더라 본인이 이미 해답을 아는 상태에서 대화 상대에게 “왜 그럴까요?”라며 역질문한다. 여러모로 재밌는 화법의 소유자다.
= 스스로가 정답을 강요하지 않지만 그의 모든 문장에 “내가 맞다”의 함의가 깔려 있으니 청자 입장에선 짜증날 수밖에 없는 인물형이다. 백승수가 재송드림즈의 기존 구성원들에게 자신의 판단을 강행하는 브리핑을 할 때 말에서 강조점이 느껴지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에겐 “내가 주인공이니 내 말을 들어야 한다”보다 세련된 화법이 필요했다. 그렇게 백승수 특유의 무심한 톤을 만들어갔고, 감독님도 이를 잘 살릴 수 있는 방향의 연출을 함께 고민해주셨다. 백승수처럼 말할 때 오히려 청자는 상대의 주장을 강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나 또한 백승수와는… 말싸움하고 싶지 않다.



- 두 번째 연기대상 수상작인 <검은태양>에선 카 체이싱, 총격전 등 에피소드마다 격렬한 액션 연기를 소화했다. 바로 다음 작품인 <연인>까지도 액션 연기가 이어졌는데.
= <검은태양>부터 무술감독과 어떤 식으로 액션을 보일지 함께 치열하게 구상했다. 커리큘럼을 짜듯 컷 전환과 타격의 방식을 숙지한 후 액션스쿨에 가 끝없이 연습하는 식이다. 지혁은 지옥에서 살아 돌아왔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전사를 지닌 남자라 노상 울적할 수밖에 없다. 마침 몸집을 키운다며 하루 3시간씩 주 6회 운동을 하던 때라 심신의 고통이 지혁에게 고스란히 반영됐다. 데뷔 이후 여태 운동해온 경력이 있으니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마음으로 운동을 시작했는데, 정말 과정이 쉽진 않았다. 샤워하다 말고 주저앉아 초라하게 울던 날도 많았다.



- 언급했던 모니터링용 카메라를 포함해 연기에 관한 셀프 피드백을 적어둔 연기 노트의 일부를 공개한 적 있다. 계속해 본인의 연기를 점검하는 동력은 어디서 오나. 공개된 노트를 보니 보컬 트레이너처럼 발성기관의 역학이나 한국어 음운의 음성적 특징까지 기록해뒀다.
= 어제도 노트를 썼다. 자평하자면 나는 감성적인 사람이고, 감정의 깊이를 섬세하게 느끼는 사람이지만 그렇다 하여 연기에 타고난 재능을 보유한 배우는 아니다. 그래서 끝없이 결과물을 반성하고 노력할 수밖에 없다. 무얼 놓치고 있진 않을까 하는 불안함에 공부할 수 있는 모든 걸 숙지한다. 그리고 카메라 앞에선 내가 이전에 배운 걸 다 빼는 연습을 항상 한다. 이미 마친 노력은 내 안에 남아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노트에 적어둔 내용에 집착하는 순간 다른 상념에 빠지거나 과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발성을 제대로 훈련하기 위해 보컬트레이닝도 받았고 신체 기관도를 연구하던 때도 있었다. 그 시간을 거쳐 성대는 감정에 의해 접지한다는 걸 깨우쳤다. 머릿속으로 끝없이 분석해 명령을 내리기보다 지금 내가 연기해야 할 감정에 집중하면 원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그렇게 투자한 모든 시간이 내게 배우로서 자신감을 선사했고 자존감을 높여줬다. 장면엔 운명이 있다고 믿는다. 오늘 내가 최대치를 연기할 수 있음에도 능력치에 미치지 못했다면 그 또한 운명이다. 다만 내가 준비 과정에서 거듭 최선을 다하면 그 자체로 자존감이 되고 나를 향한 신뢰로 돌아온다. 그렇게 누적한 시간이 예술가의 깊이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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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민을 TV 앞이 아닌 스크린에서 마주하는 광경은 어쩐지 낯설다. 분명 그의 필모그래피엔 <번지점프를 하다> <비열한 거리> 등 21세기 초반 한국영화의 주요한 작품이 자리하지만 중국에서 촬영한 영화 <월색유인>(2015)과 단편 연출작 <라이트 마이 파이어>(2016) 이후엔 좀처럼 그를 극장에서 접할 기회가 허락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미디어의 흐름과 시리즈 시청 환경 모두가 변한 2024년에도 남궁민의 필모그래피엔 OTT 시리즈가 없다. 현재 시나리오 개발에 몰두 중인 남궁민은 작가로서, 제작자로서 또 배우로서 어떤 꿈을 꿀까. 걸출한 배우이자 좋은 이야기를 알아보는 감식안을 지닌 남궁민에게 현재 그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스토리텔링에 관해서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 8년 전 단편영화 <라이트 마이 파이어>를 만들며 영화 연출이나 시나리오 개발에 관심을 보였다. 당시에 이미 탈고한 장편영화 시나리오가 2개 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지금은 어떤가.
= 지금도 창작자들과 함께 글을 쓰고 있다. <연인> 촬영이 끝난 이후 배우로서 휴식기를 가지고 있다. 반년 이상 연기를 쉬어본 적이 없는데 쉴 때도 무얼 해야 할 것 같아 계속 글을 썼다. 작가들의 노고를 알아가는 중이다. 몇번이고 포기했다 다시 도전하는 중이다. 연기도 20년 넘게 하는데도 아직 낯설다. 하물며 6개월 썼다고 일필휘지로 글이 써지는 게 말이 안된다. 더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고통을 인내하며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 휴식기에 그동안 못 본 드라마와 영화를 모조리 챙겨봤다고 들었다. 일련의 작품들을 시청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 트렌드는 확실히 있다.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감수성에 이야기가 뒤떨어지면 안되지만 결국 시장의 논리로 유행하는 공식을 반복하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핵심은 감성이다. 드라마 덕후들 사이에서 ‘드라마는 까봐야 안다’ (드까알)는 말이 왜 통하겠나. 이야기는 논리와 공식을 넘어선 감성의 협업으로 만들어진다. 좋은 대본을 쓰기 위해 분투하는 작가, 현장에서 최선을 이끌어내는 PD와 열심인 배우, 성실한 스태프가 열정과 온기를 합심할 때만 탄생하는 기운이 있다고 믿는다. 가끔 후배 배우들이 연기 고민을 토로할 때마다 “연기는 원래 어려운 거야”라고 이야기한다. 연기가 안 풀릴 때 연기는 원래 어려운 것이라고 전제하면 지금 하는 고민이 자연스러워진다. 애당초 어렵다고 상정하는 일에 끝없이 도전하면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는 거란 걸 알기 때문에 오히려 쉽게 지치지 않을 수 있다.



- 스크린과 OTT 시리즈에서도 배우 남궁민을 만나는 날이 올까.
= 한때는 미래 계획을 열심히 세우던 때가 있었는데, 계획대로 일이 안 풀릴 때마다 많은 걸 놓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후로 흐름이 닿는 대로 작품을 만나자는 일념으로 배우 생활을 이어갔다. 영화 제의도 몇 차례 받았던 터라 언제든 영화를 다시 찍고 싶다. OTT 시리즈도 자연스럽게 만날 때를 기다리고 있다. 영화든 OTT 시리즈든 지금 TV드라마에서 할 수 있는 연기와 분명 다른 표현 방식을 보여줄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있다. 배우로 사는 일은 싫증과의 싸움이라 생각한다. 이미 얼굴과 연기가 익숙한 배우는 이전의 장점을 경신하지 못하면 금방 싫증날 수밖에 없다. 낯익지 않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고, 그렇게 오래 살아남으려 한다. 그러다 다른 장르를 만날 때 새롭고 낯선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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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인이 말하는 남궁민


배우 이청아 (<낮과 밤> <천원짜리 변호사> <연인>)


“현장에서 늘 열정이 넘치고, 연기의 디테일을 잡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는 아름답고 멋있는 선배다. 기회가 된다면 또 한번 함께 연기하고 싶다. 처음 호흡을 맞춘 <낮과 밤> 촬영 당시 남궁민 선배가 편집본을 본 후 ‘우리 연기 합이 좋더라’라며 결과물에 관해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작업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길 좋아하고, 어렵더라도 먼저 소통하려고 애쓰는 사람이다. 그 점이 참 멋있다. 남궁민 선배는 종종 후배들에게 단일한 장면이 아닌 작품 전체를 바라보는 관점을 진중하게 조언해준다. 선배의 진심을 안 채 작품을 만들어가다 보면 자연히 연기가 재밌어지고 배우로서 발전의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 성실한 후배들에게 특히 깊은 애정을 갖고 열렬한 응원을 보내는 선배다.”



배우 온주완 (<미녀 공심이>)


“‘섬세하다’가 사람으로 태어나면 남궁민 아닐까. 캐릭터를 만들고 접근하는 방법이 세공사를 방붙게 하는 배우다. 언제나 자신감과 확신을 장착한 채 연기하는 선배와 한 프레임 안에 서면 사람 남궁민을 넘어 선배가 연기하는 캐릭터를 믿고 따르게 된다. 사석에서는 언제나 유쾌하고 동생들의 미래를 같이 의논하는 젠틀한 형이다. 다방면에서 배울 점이 너무 많은 사람이라 꼭 다시 한번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선배다.”



배우 김윤우 (<연인>)


“남궁민 선배는 현장에서 늘 열정이 가득하다. 뿐만 아니라 연기의 디테일을 잡기 위해 끝없이 고민하고 또 연구한다. 그 모습 자체로 아름답고 멋있는 선배다.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또 한번 현장에서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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