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잡담 낮밤그 기사 칼럼리스트가 쓴건데 내용좋아서 가져왔어
569 4
2024.07.16 00:18
569 4

주인공의 몸이 바뀌는 바디 체인지물 장르는 많았다. 어릴 적 키스 한 번으로 개구리에서 왕자로 변하는 그림 형제의 동화를 읽고 자란 우리는 최근 ‘조폭인 내가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에 이르기까지 숱한 종류의 바디 체인지물을 접하고 자랐으니까. 몸이 바뀐다는 설정 자체는 지극히 익숙하지만 ‘낮과 밤이 다른 그녀’는 연령대가 다른 두 명의 배우가 각기 다른 시간 동안 한 인물을 그려내면서 각 세대가 겪는 고충과 그들을 바라보는 편견 등을 딛으며 세대 간의 소통을 꾀한다는 점이 특징. 

 

오랜 시간 취준생이었던 이미진은 언제나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왔으나 기준치 높은 이 사회에서 시원스레 합격의 소리를 들어보지 못한 인물이다. 인적성 검사 1등, 체력검사 1등이지만 공무원시험 면접에선 자신보다 어린 20대 초중반 동명이인 응시자에 비해 나이만 많이 먹은 루저 취급을 당한다. 온갖 아르바이트 경험으로 쌓은 잡학지식과 자격증들과 열정이 있음에도 사회는 한 번도 그에게 시원스레 합격을 선언한 바 없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저주처럼 내려진 50대라는 신체 변화는 96년생 20대 이미진에겐 없던 기회를 준다. 가출해 행방불명 상태인 이모의 신분을 빌려 69년생 임순이 된 그가 공공근로 시니어 인턴 면접장에서 (다른 면접자들에 비해) 오직 젊다는 이유로 추켜세움을 받고 최연소 시니어 인턴으로 발탁되는 것. 물론 겉으로 보이는 신체만 늙었지, 그간 쌓은 지식은 여전하고 체력 또한 받쳐주니 뽑히지 않을 이유가 없다. 

 

20대였을 땐 주어지지 않던 기회가 50대의 신체가 되고 나서야 다른 기회로 돌아온다는 현실은 서글프다. 그렇다고 50대의 현실이 녹록하냐? 당연히 아니다. 나이로 차별하는 것으로 세계에서 대한민국만한 곳이 또 있을까? 시니어 인턴으로 뽑힌 임순은 우연히 톱스타 고원(백서후)를 향한 황산 테러를 막는 활약을 펼쳐 계지웅 검사의 방에 사무관 보조로 발탁되지만, 싸가지 없을지언정 이성적 사고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던 계 검사 또한 나이 많은 임순의 존재를 눈엣가시처럼 여긴다. 이유는 단순하다. 나이 많은 연장자가 불편하다는 것. 


임순(사실 이미진)이 평균 1000타에 육박하는 타자 실력을 가졌건, 엑셀은 물론 코딩까지 자유롭게 다루건, MZ 뺨치는 속도로 어려운 배달 주문을 뚝딱뚝딱 마치건 상관없다. 계 검사와 수사관 주병덕(윤병희)은 임순이 사무관이라는 역할에 알맞은 연령과 모습이 아닌 것 자체를 불편해 한다. 피해자 고원에게 황산 테러범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는 이유로 임순을 힐난한 뒤 수사관에게 계 검사가 남기는 말을 보라. “내가 이래서 경력 없는데 나이는 많고 쓸데없이 말 많은 사람이랑 같이 일하기 싫은 거예요.” 계 검사의 말을 비롯해 극중 이미진이나 임순을 대하는 사회의 시선은 하나같이 정해진 기준점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일절 기회를 주지 않는 우리의 현실을 고스란히 담아내 씁쓸함을 안긴다. 서른 가까이 되도록 알바 빼곤 경력이 없어? 탈락! 나이가 많은데 경력이 없어? 탈락! 대체 어쩌란 말인지. 


그런 점에서 ‘낮과 밤이 다른 그녀’에서 공무원 시험에 탈락하고 취업 사기를 당하며 오열하던 20대 이미진이 50대 임순이 되어서도 순간순간 서러움에 폭발하는 모습은 무척 서글프다. 5화 후반에 “차라리 확 늙게 만들든가 꼬부랑 할머니를 만들지. 그럼 희망고문이라도 안 할 거 아이가. 이 꼴로 할 수 있는 게 뭔데!”라며 오열하는 장면을 보라. 나이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은 매섭다. 문제는 어느 연령대든 감당해야 할 고충이 있고, 견뎌내야 할 편견이 있다는 것.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라 불리면서도 툭하면 조롱 섞인 유머의 대상으로 치부되는 MZ세대나, 부양할 가족은 여전한데 일할 자리는 적어져 힘든 ‘낀 세대’나 힘들긴 매한가지다. 임순의 말처럼 꼬부랑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면 나을까? 70대 이상 고령층이 되어도 30% 이상 일하는 사회에서 말이다.


물론 ‘낮과 밤이 다른 그녀’는 스릴러를 얹었을지언정 엄연히 장르는 로코물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순간순간 세대마다 얹혀진 삶의 무게를 곱씹곤 한다. ‘와, 저 타자 실력에, 엑셀에 코딩까지 하는데 취업이 안 되다고? 난 90년대에 태어났으면 절대 취직 못했다’라든가, ‘지금도 팍팍하긴 한데 50대면 진짜 뭘 해야 하지? 시니어 쪽을 빨리 뚫어야 하나?’ 등등. 계 검사-이미진(임순)-고원의 삼각관계보다 앞으로 톡톡한 활약을 보일 것 같은 시니어 어벤저스의 전직 형사 서말태(최무인)나 계 검사의 손발인 주병덕 사무관에 더 눈길이 가는 건, 나이 때문이겠지?

 

세대 간의 서사를 풀어내는 이정은과 정은지의 열연은 ‘낮과 밤이 다른 그녀’를 보게 만드는 강력한 이유. 특히 온몸을 바쳐 20대의 정신을 지닌 50대를 연기하는 이정은의 연기는 그야말로 눈이 부시다. 정은지 또한 ‘응답하라 1997’ ‘술꾼도시여자들’에 이어 세 번째 인생작이 될 것으로 보인다. 


https://www.bizhankook.com/bk/article/27943

목록 스크랩 (0)
댓글 4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페리페라🩷] 잉크 무드 글로이 틴트 부활한 단종컬러 & BEST 컬러 더쿠 단독 일주일 선체험 이벤트! 330 00:08 4,778
공지 더쿠 이미지 서버 gif -> 동영상 변환 기능 적용(GIF 원본 다운로드 기능 개선) 07.05 916,932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2,070,226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5,723,474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7,058,436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3,366,956
공지 ◤성별 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 차단] 16.05.21 24,614,989
공지 알림/결과 📺 2024 방영 예정 드라마📱 96 02.08 1,225,038
공지 잡담 (핫게나 슼 대상으로) 저런기사 왜끌고오냐 저런글 왜올리냐 댓글 정병천국이다 댓글 썅내난다 12 23.10.14 1,424,187
공지 알림/결과 한국 드라마 시청 가능 플랫폼 현황 (1971~2014년 / 2023.03.25 update) 15 22.12.07 2,485,803
공지 알림/결과 ゚・* 【:.。. ⭐️ (੭ ᐕ)੭*⁾⁾ 뎡 배 카 테 진 입 문 🎟 ⭐️ .。.:】 *・゚ 156 22.03.12 3,459,171
공지 알림/결과 블루레이&디비디 Q&A 총정리 (21.04.26.) 4 21.04.26 2,698,146
공지 스퀘어 차기작 2개 이상인 배우들 정리 (7/1 ver.) 164 21.01.19 2,795,788
공지 알림/결과 OTT 플랫폼 한드 목록 (웨이브, 왓챠, 넷플릭스, 티빙) -2022.05.09 238 20.10.01 2,812,654
공지 알림/결과 만능 남여주 나이별 정리 249 19.02.22 2,862,482
공지 알림/결과 작품내 여성캐릭터 도구화/수동적/소모적/여캐민폐 타령 및 관련 언급 금지, 언급시 차단 주의 103 17.08.24 2,767,686
공지 알림/결과 한국 드영배방(국내 드라마 / 영화/ 배우 및 연예계 토크방 : 드영배) 62 15.04.06 3,038,747
모든 공지 확인하기()
9414443 잡담 피시방에서 여고괴담 2 보고 나왔는데 비 내려 ㅅㅍ 03:19 12
9414442 잡담 유어아너 아니 게임 5만점 넘겨도 호영이 없는데 4 03:14 25
9414441 잡담 자취방 와이파이 연결이 안되는데 날씨때문인가..? 03:03 28
9414440 잡담 선업튀 아 솔선보고싶다 1 03:00 24
9414439 잡담 나 방금 글 검색하다가 소름돋는거 발견함 02:58 168
9414438 잡담 엄친아 소꿉친구 서사 언제 질림 진짜 1 02:52 58
9414437 잡담 엄친아 아까까지 투덜거리면서 1화 본다던 새낀데...... 1 02:46 84
9414436 잡담 유어아너 진짜 카톡테마도 주고 월페이퍼도 주고 무슨 게임도 주고 5 02:43 118
9414435 잡담 ??? : 김강헌은 악역이라는 생각이 안들거든요 3 02:35 252
9414434 잡담 대만 심지어 징병제 부활하고 기간도 늘어난게 비교적 최근인거 같네 02:32 153
9414433 잡담 내배루머 다른 커뮤에서 개쩌는데 댓이며 자정이 1도 안되거든? 2 02:25 223
9414432 잡담 유어아너 생각나서 봤더니 4화 배경화면 떴네ㅋㅋ 3 02:24 206
9414431 잡담 유어아너 송판 분명 멋있는 판사로 시작했는데 점점 이짤에 가까워지고 있음 02:19 204
9414430 잡담 안나 감독판으로 다시 보는 중인데 넘 좋다 3 02:19 146
9414429 잡담 와 우리집 차단기 내려갔어 1 02:18 338
9414428 잡담 오늘 하루종일 서울 비바람 있으려나 02:17 65
9414427 잡담 와 번갸 진짜 존나친다 1 02:14 88
9414426 잡담 뭐야??? 허광한 군대갔다고?????????? 5 02:12 625
9414425 잡담 남주여주 둘 다 말빨 개쎈 드라마 추천해조 11 02:11 309
9414424 잡담 엄친아 석류 악편 다시 봐도 웃기닼ㅋㅋㅋㅋ 5 02:11 1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