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터클한 시각적 경험만으로 관객의 까다로운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까.
오는 12일 개봉하는 재난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탈출')의 얘기다.
'탈출'의 순제작비는 185억원으로, 손익분기점이 400만명이다. 올해 여름 극장을 찾는 한국영화들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영화는 텐트폴 무비답게 압도적인 규모의 재난을 스크린에 펼쳐낸다. 그러나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기존의 재난영화가 다르지 않다. 새로운 재미에 목말라 있는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모르겠다.
국가안보실 행정관인 정원(이선균)은 유학을 떠나는 딸 경민(김수안)을 공항에 데려다 주다가 앞선 차량들의 연쇄 추돌 사고 때문에 대교에 갇힌다. 그로 인해 이송 중에 있던 군견들이 탈출하고, 군견들을 포획하려 급파한 헬기가 추락·폭발하면서 대교가 붕괴될 위기에 놓인다.
정원과 사람들은 무너져가는 대교에 완전히 고립되고, 설상가상으로 대교에 풀려난 군견들이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탈출'은 재난 영화의 미덕인 스펙터클을 갖춘 작품이다. 이를 위해 전남 광양 컨테이너 선착장에 200m의 도로를 제작하고, 1300여평 규모의 세트장을 빌려 재난을 규모감 있고 사실적으로 구현하려 했다.
영화는 또 추돌, 폭발, 군견 탈출 및 공격, 대교 붕괴 등으로 재난을 계속해서 일으키며 지루할 틈이 없이 흘러간다.
그러나, 인물들이 재난에 맞닥뜨리고 헤쳐나가는 방식이 작위적이고 비현실적이다. 짙은 안개 속을 전속력으로 내달려 기어이 앞차를 들이받는 차량이나, 재난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인물들의 무모한 행동, 마치 첩보영화의 히어로를 보는 듯한 해결 방식 등이 몰입감을 떨어뜨린다.
다른 재난 영화처럼 '탈출'도 가족 서사를 구심으로 재난을 펼친다.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 딸과 관계가 서먹한 정원이 재난 상황에서 딸을 안전하게 탈출시키려 분투한다.
영화는 이들 부녀 관계를 회복시켜 가족애를 부각하고, 재난을 극복하기 위한 생존자들의 연대를 통해 공동체의 중요성을 부각시킨다.
그 과정에서 군견이 '살상용'으로 길러진 국가 프로젝트로 인재(人災)임이 드러나고, 이를 통해 그 책임을 회피하거나 은폐하거나 이용하려 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비춘다. 다른 영화에서도 숱하게 봐왔던 장면들이다.
'탈출'은 지난해 말 세상을 떠난 고 이선균의 유작이기도 하다.
이선균이 연기한 정원은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국가안보실장 현백(김태우)을 보좌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뛰어난 정무 감각으로 신임을 얻은 그가 정부의 정무적 판단 때문에 역설적으로 자신과 딸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하면서 변해가는 과정을 이선균이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영화는 또한 지난해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먼저 공개됐던 작품이다. 영화제 출품했던 버전보다 5분 가량 짧은 96분으로 관객을 만난다.
감독 : 김태곤 / 출연: 이선균, 주지훈, 김희원, 문성근, 예수정, 김태우, 박희본, 박주현, 김수안 / 제작: CJ ENM STUDIOS, 블라드스튜디오 / 장르: 재난 / 개봉: 7월12일 /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 96분
https://www.maxmovie.com/news/4385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