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수사물의 핵심은 탄탄한 설득력으로 시청자의 집중력을 유지시키는 극본에 있다. <커넥션>도 예외가 아니다. 촘촘하게 잘 짜여진 극본은 이 드라마의 가장 큰 힘이다. 이야기는 마약팀 형사 재경(지성)이 어느 날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마약에 중독되며 시작한다. 재경은 거액의 보험금을 남긴 고교 동창 준서(윤나무)의 죽음과 자신의 중독이 관련돼 있음을 눈치챈다. 준서 뒤에 감춰진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한 재경은 20년 전 친구들 사이에서 벌어진 어떤 사건과 재회한다.
시청자들은 ‘누가 준서를 죽였는가’, ‘누가, 왜 마약반 형사인 재경을 마약에 중독시켰는가’, ‘20년 전 무슨 일이 있었는가’ 등 겹겹이 쌓인 미스터리를 재경과 함께 풀어나간다. 이 과정에서 드라마가 가진 ‘의외성’이 드러난다. 언뜻 장르의 문법을 충실히 따르는 듯 보이는 드라마는 결정적인 순간 시청자의 예상을 번번이 빗겨나간다.
의외성은 캐릭터의 설정과 이들의 대사에서도 드러난다. 주저 없이 완력을 쓰는 행동대장 캐릭터는 때때로 인간적 면모를 보인다. 수사물에 흔히 등장하는, 경찰 수사를 돕는 전과자 캐릭터는 주인공 재경의 모순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전형적으로 소비되고 말 법한 캐릭터가 보이는 예상 밖 면모는 이들 스스로는 물론 극을 한층 입체적으로 만든다. 곁눈질하지 않고 앞으로 달려나가면서도 작은 캐릭터들에게 개성을 부여하는 방식에서는 세심함마저 느껴진다.
- 심각한데···웃긴다
유머는 <커넥션>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또 다른 요소다. 경찰이 마약에 중독되고, 사람이 줄줄이 죽어나가는 심각한 상황에서 재치있는 대사가 툭툭 튀어나온다. 베테랑 형사 정연주(윤사봉)가 “아줌마는 집에 가서 밥이나 하라”는 마약사범에게 “어~ 아줌마 형사야. 밥은 사먹어~”라고 대꾸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주인공 재경과 기자인 윤진(전미도), 윤진을 짝사랑하는 주송(전순원)까지 ‘삼총사’가 모일 때면 웃음은 배가 된다. 20년 전 고교 시절로 돌아간 듯한 세 사람의 모습은 잔뜩 고조된 시청자들의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한편 극의 윤활유가 된다.
- 주·조연 할 것 없는 열연
배우들의 열연도 빼놓을 수 없다. 지성은 마약에 중독돼 서서히 피폐해지면서도 끝까지 범인을 추적하는 형사 연기로 드라마를 안정적으로 이끈다. 열연은 주·조연을 가리지 않는다. <커넥션>은 등장인물이 많고 이들은 모두 복잡하게 얽혀있다. 지성과 전미도, 권율, 문성근 등을 제외하면 시청자에겐 얼굴도 이름도 낯선 배우가 대부분이다. 짧은 등장으로 인상을 남기지 못하면 시청자는 길을 잃기 십상이다. 그러나 김경남, 차엽, 윤나무 등 배우들은 자신들의 얼굴을 각인시키며 시청자들을 TV 앞에 붙잡아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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