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문제를 상담 치료하는 우리의 주인공 노 박사님은 일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완벽한 아내이자, 엄마 그리고 며느리의 모습으로 아침 식사를 준비합니다. 아침을 드시며 시아버지 이렇게 말씀하시죠. “식구라는 게 같은 음식 나눠 먹는 거잖아“라고요.
가족을 흔히 식구(食口)라고들 표현합니다. 가족은 함께 밥을 먹으면서 정을 쌓는다고, 식사를 함께하는 것이 진짜 가족의 일이라고들 생각하곤 했죠. 아주 오래전 농경사회를 기반으로 가족이 농사를 지으며 함께 살던 시절에는 충분히 그럴만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4차산업 혁명이 이루어지고 있는 21세기 요즘은 어떨까요? 그리고 완벽한 가정이란 어떤 모습일까요? 드라마 ‘우리, 집’을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드라마의 제목에는 두 명사 사이에 쉼표가 존재하는데요. 그 이유가 마지막 회에 밝혀지더군요. 이 드라마는 가족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우리 집(our home)이라기 보다는 우리(cage)와 집(home)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부모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식들에게 부모의 생각과 의지를 강요하기만 한다면 그 공간은 집이 아니라 동물과 사육사가 사는 우리가 되어버린다는 것인데요.
부모들은 종종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내 자식은 실수나 고생 없이, 넘어지지 않고 꽃길만 걷게 하고 싶은 마음에, 자식의 의사와 상관없는 것들을 강요하곤 합니다. 과연 이것이 진짜 자식을 위하는 길이요, 완벽한 가정의 모습일까요? 이런 부모의 잘못된 기대감은 버리고 자식을 믿고 그저 바라봐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사랑이라는 말 공감하실지요.
아름다운 설경 속에 미끄러져 누워버린 주인공이 이렇게 말합니다. “미끄러지는 것도 괜찮네“. 넘어지는 것이 완벽한 계획에는 오점일지도 모르겠으나 그 실수를 자양분으로 성장하는 것이 더 완벽하단 의미인지, 마지막 장면은 너무 아름답습니다. 밀도 있는 스토리 전개와 함께 소소하게 담겨있는 웃음코드까지.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드라마 ‘우리,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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