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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씨네21] '탈주' 이제훈X구교환 인터뷰 (약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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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2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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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하는 이제훈과 추격하는 구교환. 쫓고 쫓기는 두 배우의 조합만으로도 영화적인 구도가 완성된다는 것을 <탈주>는 보기 좋게 증명해낸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이후 4년 만에 개봉하는 이종필 감독의 신작 <탈주>는 언뜻 짙은 국방색의 분단 스릴러라는 인상을 준다. 비무장지대 인근에서 펼쳐지는 군인들의 영화이니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21세기 한국영화로는 사실상 최초로 북한 인물들로만 이야기를 구성한 대담함, 삽입곡 <양화대교>(자이언티)가 전하는 의외의 말랑함이 말해주듯 설정에서 추측되는 매력에 국한되지 않는 감수성이 <탈주>의 요체다. 고참 군인 규남(이제훈)은 비무장지대에 매복된 지뢰의 위치를 모두 외울 정도로 긴 시간 탈주를 꿈꿔온 청년. 남한으로 귀순해 인간답게 살기를 꿈꾸는 그의 앞에 북한 보위부 소속 장교 현상(구교환)이 나타나 그의 행로를 차단한다. 오래전부터 모종의 인연을 맺어온 두 남자가 뒤엉키며 조금씩 군사분계선에 가까워질 때쯤, 관객은 무자비한 탈주와 추격의 스릴러가 꽤나 애틋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메가폰을 잡은 이의 독특한 취향이 사뭇 발휘된 오묘한 관계성과 캐릭터 묘사로 일찌감치 팬덤을 웅성거리게 한 영화 <탈주>의 두 남자가 <씨네21> 커버 현장에서 다시 만났다. 작품의 인력이 아직 남아 있기라도 한 것인지 시선이 서로의 얼굴을 향할 때마다 두 배우는 규남과 현상다운 표정이 되어갔다. 그 케미스트리를 놓칠세라 <씨네21> 1463호 커버는 3종으로 준비했다. 이제훈과 구교환. 단 두명의 이름이 만드는 작용, 반작용의 움직임은 스크린 밖에서 분주히 전진, 또 전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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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최전방 내무반에 밤이 찾아오면 오직 한 사람만이 눈을 뜨고 탈출 연습을 시작한다. 전역을 앞둔 중사 규남(이제훈)의 목표는 탈북이다. 이유는 심플하다. “내 앞길, 내가 정”하기 위해서다. 출신성분이 낮은 탓에 사회로 복귀해도 지위 상승은 요원하고 무엇보다 자유가 없다는 걸 견딜 수 없던 규남은 적어도 실패할 기회가 주어지는 남한에서 새 삶을 시작하려 한다. 그러나 보위부 장교 현상(구교환)이 그의 질주를 가로막고 규남은 난관에도 자기 꿈을 이루고자 더 빠르게 달린다.


그간 배우 이제훈은 온기를 전제한 캐릭터들을 연기해 왔다. <박열>의 독립운동가 박열이 폭발할 듯 뜨거웠다면 <시그널>의 박해영 경위, <모범택시> 시리즈의 김도기 기사, <수사반장 1958>의 박영한 형사는 비정한 한국 사회에서 차라리 과열돼버리기를 택했다. <내일 그대와>의 유소준과 <여우각시별>의 이수현은 로맨스물의 남자주인공으로서 사랑을 타고난 존재들이었다.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의 홍길동은 원수의 손녀들을, <아이 캔 스피크>의 박영재 공무원은 ‘구청의 민원 왕’을,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의 조상구는 얼결에 후견하는 아이를 차마 떨치지 못하고 결국 그들 편에 선다. 이제훈의 캐릭터들이 따뜻한 기운을 풍기는 건 그가 도통 차갑게 식을 줄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힘이 영화에 있다는 걸 여전히 믿는 그는 작품과 역할을 통해 자신이 그리는 사회, 있어 주길 바라는 사람을 그린다. 그렇다면 <탈주>의 규남은 어떤가. 단 하나의 목표를 이루고자 사지(死地)를 달리는 청년은 데일 듯 뜨겁고 그런 인물을 맡은 배우는 “마지막 작품”이란 일념으로 자신을 모조리 소진하는 연기를 펼친다. 그러니까 <탈주>는 이제훈의 필모그래피에서 전심전력을 다한 영화로 자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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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주>를 보자마자 <고지전>(2011)을 다시 봤다. <고지전>의 신일영 대위(이제훈)가 집에 가기 위해 달린다면 <탈주>의 중사 규남은 자기 신념을 위해 달린다.

= 그랬다. <고지전>이 있었다. (웃음) 돌이켜보면 <고지전> 현장도 장난 아니었다. 실제 가파른 산 위에서 찍은 험난한 촬영도 많았고 몇날 며칠을 한 시퀀스만 준비해서 찍은 적도 있었다. 그런 만만치 않은 순간들이 좀더 많이, 촘촘하게 모인 작품이 <탈주>가 아닌가 싶다.



- 규남은 <모범택시>의 김도기 기사(이제훈)가 끄는 택시 뒷자리에 태워 과거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은 캐릭터다. 전사가 없는 주인공이 깔끔한 영화가 되는 데에 한몫했으나 캐릭터를 구축해야 하는 배우 입장에선 고충이 있었을 것 같다.
= 오히려 직선적이고 명쾌하게 하나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캐릭터라 접근하기 어렵지 않았다. 처음부터 나는 규남이 쉽게 이해됐다. 자유에 대한 갈망은 인간의 근원적인 부분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누구나 한번쯤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 더 나은 곳을 향해 가고 싶다는 마음을 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어느샌가 관객이 규남을 응원하며 이 영화를 보면 좋겠다 생각으로 시나리오를 읽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출연하겠다는 결심이 섰다. 이후 이종필 감독님이 그동안 규남이 어떻게 살아왔고 왜 탈출하길 바라는지가 담긴 장문의 페이퍼를 따로 주셔서 공감이 안될 수가 없었다. 심지어 촬영 전날 내일 찍을 신은 왜 필요하고 전후 신과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관한 장문의 문자를 보내주셔서 더더욱 그랬다.



- 규남이 탈주를 꿈꾸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며 연기했나.
= 내 삶에 빗대어서 얘기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워낙 영화를 좋아하지만 연기 경험은 없었던, 20대 초반부터 배우를 하고 싶었다. 후회하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커 휴학하고 대학로를 기웃대다 독립영화를 찍고 25살 때 대학(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을 새로 입학했다. 들어갔다고 해서 보장되는 건 없었다. 아무리 계산해봐도 답이 안 나오는데도 나는 이 불확실한 직업을 선택해서 시도도 하고 실패도 하는 삶을 살고 싶었다. 규남에게서 그렇게 살아온 내가 보였다. 규남은 삶의 주도권을 자기가 잡는 것을 최우선 가치에 두고 그 주도권을 쟁취하고자 고난이 예정된 목표점을 향해 기꺼이 달리는 인물이다. 나 역시 그렇기에 이런 사람의 진심이 온전히 전달되어야 한다는 책임 의식을 가지고 매 신 최선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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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남은 사전 준비를 요하는 캐릭터다. 북한 사투리를 익히는 게 우선이었을 것 같다.

= 배우기 전까지만 해도 조금 수월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했었다. 그동안 미디어를 통해 학습해온 세월이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현실은 달라서 언어 준비에 가장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다. 규남 전담 선생님이 함흥에서 태어나 황해도에서 군 생활을 하고 비무장지대(DMZ)를 통해 탈북한 20대 초반의 친구였다. 그런데 그의 말투가 내게 익숙한 북한말의 그것과 전혀 달랐다. 각 잡고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에 정신이 바짝 들었다. 선생님에게 규남의 대사를 녹음한 파일을 다양한 버전으로 받았다. 무척 빠르거나 느린 버전, 격하거나 차분한 버전 등 여러 가지였다. 나 역시 대사 한줄 한줄의 속도와 감정을 다 다르게 녹음해서 선생님께 피드백을 받았다. 현장에서 선생님이 고개를 갸웃하는 장면은 다시 갔고 후시녹음도 여느 때보다 더 디테일하게 갔다. 어설프게 들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정말 컸는데 시사회 때 선생님과 함께 목숨 걸고 탈북한 친구들이 잘했다는 코멘트를 주셔서 그 순간 정말 안도했다.



- 내내 뛰고 넘어지고 몸싸움에 카 체이싱까지 많은 액션 신을 소화하기 위한 체력 단련도 필수였겠다.
= 솔직히 그동안 남들보다 체력과 지구력이 뛰어나다고 자부하며 살아왔고 매일같이 운동하는 만큼 이번에도 액션을 무리 없이 해낼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런데 나이를 간과한 거다. (웃음) 그렇지만 내 사정을 봐줄 만한 장면은 없었다. 맡은 역할이 죽기 아니면 살기로 질주하는 인물인데 어떻게 배우가 타협을 말하겠나. 그만큼 이번 작품에서는 스스로를 한계에 한계까지 밀어붙였다. 이를테면 누군가가 쫓아오고 총알이 빗발치는 상황에서 달리는 장면을 찍을 때 ‘지금보다 더 빠르게 뛰지 않으면 넌 죽을 수밖에 없어’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압박했다. 긴장감과 공포감에 사로잡혀 온몸에 소름이 돋은 채로 거의 모든 신을 소화했다.



- 해가 막 뜨기 시작할 때 규남이 홀로 비무장지대를 뛰어가는 장면을 보면서 배우는 외로운 직업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그런 감상에 빠질 만한 순간이 아니었던 거다.
= 그 신 찍을 땐 정말… 숨이 막힐 정도였다. ‘규남이 안 잡혔으면 좋겠다’ 그런 응원의 마음으로 영화를 지켜볼 관객들을 상상하며 죽기 살기로 뛰었다. 질주 신들은 ‘내가 지금 전력을 다해 달렸는가?’라고 자문했을 때 확신이 없어 오케이가 났는데도 리테이크를 외쳤다. 짧은 탈주 기간에 규남이 음식 섭취를 제대로 했을 리 만무하고 계속 굶주린 상태일 테니 먹는 것도 엄격히 제한했다. 컷 사인 뒤 물 마시는 것조차 망설였다. 눈앞의 이 물을 마셔도 내가 규남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을 느끼는 지경까지 갔다. 모르겠다. 이런 식의 접근법이 맞았던 건지. 다만 그렇게 했을 때 큰 스크린 너머로 규남의 절박함과 처절함이 제대로 전달될 거라고 믿었을 뿐이다.



- 그렇게 매번 다 쏟아붓고 나면 다음이 힘들지 않았나.
= 그걸 생각 안 했고, 그래서 일이 생기기도 했다. 한밤에 총을 잡고 풀숲을 내달리는 신을 계속 찍었는데 거의 막바지쯤 나침반을 든 컷에서는 무릎이 안 굽혀졌다. 그런데도 지금 아니면 다시 못 찍는다는 생각에 말 한마디하지 않고 달렸더니 티가 나더라. 다들 놀라고 완급 조절을 못한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났다. 이후로 오랜 시간 계단을 내려가면 바깥쪽 무릎이 아프다. 배우 이제훈과 인간 이제훈 사이의 간극이 갈수록 없어지는 것 같다. ‘오늘 촬영 끝났으니 이제 쉬어야지’ 같은 상태가 잘 안된다. 계속 젖어 있다. 슬기롭게 일하는 나만의 방법을 어서 찾아야 할 텐데 자꾸만 미련해져 큰일이다.



- 빠른 편집를 강조한 영화라는 걸 인지한 상태로 촬영했나. 규남의 민첩한 움직임이 작품 전체의 속도를 파악한 배우의 판단에서 기인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 그렇다. 스토리보드를 통해 빠르게 갈 거라는 걸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만큼 촬영할 때 영화 전체의 빠른 리듬감을 염두에 두고 움직였다. 스피디한 속도와 전개는 요즘 관객이 원하는 포인트라는 판단하에 특히 신경 썼다. 후에 달파란 음악감독님의 과감하고 독특하게 피치를 올리는 사운드가 더해지면서 영화의 완성도가 더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 청룡영화상에서 이제훈 배우가 구교환 배우에게 러브 콜을 보낸 것이 <탈주> 투톱 캐스팅에 영향을 미친 건 잘 알려진 일화다. 실제 호흡은 어땠나. 개성 있는 리듬감을 가진 구교환 배우와 마주하면 기존과는 다른 리액션이 나올 것 같다.
= 그랬다. 예상치 못한 독특한 액션이 상대 입장에선 신선한 충격이었다. 예컨대 규남이 차 안 룸미러를 통해 현상과 눈이 마주쳤다가 피하는 사소한 장면이 있었는데 테이크를 네다섯번 가는 동안 교환이 형의 표현이 다 달랐다. 규남의 놀람이 목적인 신의 의도에 맞게 내게 매번 새로운 자극을 준 것이었다. 덕분에 테이크마다 내 리액션이 바뀌었고 그런 게 너무 좋았다. 차에서 내린 현상이 비둘기가 나오는 것처럼 마술을 보여주는 컷은 형의 아이디어였다. 대본에는 ‘현상이 물티슈로 손을 닦고 차에 타서 핸드크림을 바른다’는 신이어서 현장에서 처음 보고 재밌었던 기억이 있다. 천진난만하고 자유롭게 창작하는 구교환이란 배우의 매력의 끝은 어디일까. 한 작품 같이하는 걸로 끝내기에는 아쉬운 동료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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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겸 각본가, 콘텐츠 제작사(하드컷)와 매니지먼트(컴퍼니온) 대표이기도 하다. 롤의 확장이 연기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보나.

= 전체를 보는 인식이 커졌고 동시에 연기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단편영화 <블루 해피니스>(이제훈 감독·각본)를 찍을 때 정말 힘들었다. 뭐하나 계획대로 흘러가지를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스태프들은 각자의 역할에서 최선을 다하면서도 함께 해결 방안을 찾아나갔다. ‘우리는 지금 돌아올 수 없는 시간 속에서 최선의 컷을 하나하나 완성해나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퍼뜩 들면서 사람이, 시간이, 영화가 더없이 소중해졌다. 현장에 배우로 돌아갔을 때의 마음가짐도 ‘오늘 내 연기 잘해야지’에서 ‘후회 없는 한 장면을 만들어야지’로 바뀌었다. 전체에서 내가 어떤 변수에 따라 어떻게 쓰일지 모르니 전보다 더 다양하게 준비해가고 때로는 다른 파트에 의견을 내기도 한다. 그렇게 호흡을 맞춰나가다 보면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우리가 처음 의도했던 바로 그 신이 된다.



- 그렇게 전체를 위해 <탈주>에서 아이디어를 낸 장면이 있다면.
= 보신 분들은 아실 텐데 규남의 손끝이 하얀 선에 닿을락 말락 하는 신은 내 아이디어가 많이 반영된 신이었다. 원래 대본상에는 바로 닿고 끝이었는데 나는 그 신이 좀더 절박하고 긴장감이 넘치길 바랐다. 늪에 빠지는 장면도 혼자 해내야 할 부분이 많았다. 실은 고요한 웅덩이였던 터라 무릎, 허벅지, 허리 그리고 얼굴까지 단계적으로 잠기는 공포를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 감독 이제훈의 차기작도 궁금하다. 감독으로서 관심 가는 소재가 배우일 때와는 다른가.
= 그렇진 않다. 둘 다 방향은 비슷하다. 비주얼이 아닌 이야기에 집중한 시나리오를 쓰고 싶은데 쉽지 않다는 걸 집필하면서 체감하고 있다. 누군가 내게 좋은 글을 들고 와 연출 제안을 한다면 할 의지가 있지만 현재로서 그건 어디까지나 배우 다음의 일이다.



- 최근 영화에선 마동석 배우의 마석도 형사(<범죄도시>) 같은 피지컬형 히어로가, 드라마에선 이제훈 배우의 김도기 기사, 박영한 형사 같은 지략가형 히어로가 활동하는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사회 이슈에 늘 관심을 두고 현실에서 책임지는 역할이 늘었다는 점이 앞서 말한 것과 같은 작품을 선택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하고 짐작한다. <모범택시> 시리즈와 <수사반장 1958> 같은 정의로운 대리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의 출연을 결정할 당시 어떤 마음이었나.
= 재밌는 관찰이다. 작품을 고를 때 ‘내가 맡은 인물을 통해서 보여주고 싶은 무엇인가’ 항상 질문한다. 그러다 보면 요즘 사람들의 애환,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는 세상, 가슴 아픈 실화가 반복되지 않는 사회라고 답하게 되고 결국 그런 이야기를 하는 작품을 선택하게 된다. 켄 로치, 다르덴 형제의 작품처럼 배우의 근간이 되어준 작품들 때문인 것 같다. 그들의 영화가 내게 영화와 시대가 서로 얼마나 깊이 연관돼 있는지, 한 작품이 한 사람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지대한지를 가르쳐주었다. 세상과 영화에 관한 관심이 계속되는 한 앞으로도 그런 선택을 할 것 같은데 다만 악을 대표하거나 선악을 구분할 수 없는 캐릭터를 맡는 것으로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메시지가 강한 작품만 하겠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단순한 즐거움과 행복을 말하는 작품에도 마음의 문은 활짝 열려 있다. (웃음)



- 그러고 보니 <내일 그대와> <여우각시별> 같은 로맨스 드라마를 찍던 시절도 있었다.
= 맞다. 지금도 너무 원하는 장르다! 간절하게 하고 싶다!



- 개인 유튜브 채널 <제훈씨네>를 운영하고 있다. 원주의 ‘고씨네(Go-Cine)’를 시작으로 광주극장까지 다녀갔다. 이목을 쉽게 끌 수 있는 브이로그가 아닌 전국의 작은 극장을 알리는 콘텐츠를 기획한 이유는 무엇인가.
= 집에서 스마트폰과 노트북으로 쉽게 영화를 볼 수 있는 세상이지만 여전히 나는 극장 영화가 주는 즐거움과 감동은 대체될 수 없다는 믿음이 굳건한 사람이다. <제훈씨네>를 시작한 건 누군가의 추억이 담긴 공간을 기록해두고 싶었고 궁극적으로는 소개의 목적이 있다. 독립영화극장 운영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제훈씨네>를 보다가 마음에 드는 극장이 생겼다면 직접 그곳을 찾아주셨으면 좋겠다. 관객이 늘어야 극장이 계속될 수 있다.



- 안판석 감독의 차기작 <협상의 기술>을 촬영 중이다. 문학적인 감독의 세계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 기업간 인수합병(M&A)을 다룬다. 최근 감독님이 만드신 러브 스토리와는 전혀 다른 결인데 감독님 특유의 연출 스타일은 그대로 녹아 있다. 든든한 감독님과 함께 세상을 포착하는 이야기를 만들어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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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은 가까워지려고 하고 한 사람은 달아나려 할 때 좀더 외로운 쪽은? <탈주>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이는 아무래도 보위부 장교인 현상(구교환)이지만, 그의 무시무시한 집념에도 불구하고 종국에 애처로워지는 한 사람도 현상이다. 일찍이 <반도>(2020)에서 디스토피아의 광기를 애절하게 풀이한 바 있는 구교환의 해석력은 이번에도 인물의 옆구리를 비스듬이 파고들어 여기 숨겨진 상처와 흉터들을 좀 보라고 넌지시 가리킨다. 규남의 아버지를 운전기사로 고용한 고위층의 자제로 러시아 유학 시절 피아노를 전공했고, 그때 묘령의 남성과 돈독한 관계를 형성했다는 것 외에는 알려진 것이 없는 인물에 대해 우리가 거듭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되는 이유다.


돌이켜보면 배우로서의 커리어를 확장하기 시작한 뒤 구교환은 곧잘 추격자였다. 주인공을 가로막는 안타고니스트로서의 지위는 <반도>의 서 대위, 아신을 쫓는 <킹덤: 아신전>의 아이다간과 흡사하다. <길복순>에서 복순을 위협하는 의외의 천적인 한희성, 탈영병을 수소문하는 <D.P.>의 한호열, 동생의 복수를 도모하며 기생수를 쫓는 <기생수: 더 그레이>의 설강우도 추적의 궤적을 따른다. 이는 동시대 장르영화에서 배우 구교환의 긴요한 쓰임을 알려주는 중요한 지표이자 그가 언제나 특정한 인물을 심중에 품은 채 활보하는 정념의 소유자였다는 공통분모도 엿보게 한다. 한마디로 전형과 비전형 사이를 오가는 절묘한 재능의 소유자, 배우 구교환은 장르영화의 충실한 일원을 자처하는 동시에 어디서든 구교환답게 녹아드는 단독자다. <탈주>는 그 연장선상에서 배우의 특질을 선명하게 조각한 작품으로 기억될 듯싶다. 시작과 종점에서 사뭇 다른 채도를 띠는<탈주>처럼, 앞으로의 구교환도 쉬이 예상되지 않는다. <왕을 찾아서> <부활남> <폭설> 등 부지런한 차기작 행보를 예고한 그는 행여나 마감이 늦어질세라 하반기에 계획 중인 첫 장편영화 연출작 크랭크인의 소식도 부지런히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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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필 감독이 추격자 리현상 캐릭터는 배우를 만나 시나리오가 더욱 입체화된 경우라고 밝혔다. 캐릭터에 색을 입힌 과정을 들려준다면.

= 기존의 현상도 멋있었다. 클래식한 멋스러움이 있었달까. <터미네이터>의 액체인간 T-1000처럼 ‘저 사람을 이길 수 있을까’ 싶은 공포감을 조성하는 상징적인 추적자 캐릭터였다. 그러다 나라는 사람을 해석하는 이종필 감독의 시선에 따라 변화구들이 더해졌다. 그 과정에서 내 바람으로는 더욱 담백해지고 싶었다. 자기 감정에 빠져 있는 악역은 징그러워지기 십상이다. <탈주>는 서스펜스가 중요한 영화고 내가 규남을 확실히 공격해야 하는 역할이니까, 자기 연민이나 치명적인 척하는 느낌이 도드라지지 않도록 중화하려고 애썼다. 그런데 시사회날 보니 여전히 아주 살짝 치명적인 척하는 느낌이 나온 것 같기도 하고…. (웃음)



- 센 악역이란 점에서 오랜만에 <반도>의 서 대위를 떠올리게 하는데, 영화를 보면 볼수록 오히려 단편영화 시절의 구교환도 겹친다. 영화가 뜻밖에 청춘의 코드를 건드리기도 하고, 지금껏 구교환의 단편영화에서 묘사된 청년들이 마음과 다르게 행동이 엇박자로 나가는 아웃사이더들이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리현상은 아주 장르적인 캐릭터로 기획되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구교환의 계보 속에 적절히 놓이게 됐다.
= 이종필 감독님과 작업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가 이거였다. <반도>의 구교환이 아니라 사실상 내 공식적인 첫 필모그래피라 할 수 있는 <아이들>(2008)의 구교환을 아는 사람이니까. 우리는 2009년 인디포럼에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 그때부터 나를 재료로 해석해줄 연출자가 텍스트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를 더해줄 거란 기대와 궁금증 같은 게 있었다. 왜 그럴 때 있지 않나. 저 사람이라면 나를 발견해줄 거야, 그런 마음이 들 때.



- 이종필과 구교환, 둘의 인연은 어떻게 흘러왔나.
= 우리는 따지고 보면 희한한 관계다. 오래전부터 알아왔고 그렇다고 아주 친한 사이도 아니었지만 또 위닝은 같이 해본 적 있다.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게 된 것은 <미씽: 사라진 여자>의 시사 뒤풀이 자리였다. 밤이 깊어지고 어느 순간 눈이 딱 마주쳤는데 너무도 자연스럽게 “같이 따로 나갈까요?” 같은 분위기가 되어서 감자탕집으로 이동해서 아침까지 술을 마셨다. 내가 한창 상업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있을 때였는데, 이종필 감독이 고맙게도 아주 본질적인 질문을 툭툭 던져주었다. “지금 시나리오, 왜 쓰는 거예요?” 같은. 그날 이종필 감독은 말하자면 <탈주>에서 규남이 기억할 만한 어린 날의 현상, ‘피아노 형’ 같은 사람이었다. 에너지가 정말 좋았거든. 나한테 <탈주>의 리현상은 자신이 설정한 어떤 벽에 갇히기 전까지 이종필 감독 같은 사람으로 설정돼 있다.



- 구교환의 일면을 꿰뚫는 감독의 고유한 시선이 특별히 흡족스러웠던 장면도 있을까.
= 내가 아주 좋아하는 현상의 모습 중 하나가 숲속 장면이다. 부하들이 규남과 일당을 향해 격발할 때 혼자 차 안에 앉아서 ”시끄러워”라고 작게 신경질적으로 읊조린다. 약간 제인(<꿈의 제인>) 같기도 하고, 캐릭터 표현에 있어 내 취향과 잘 맞는 감성이라고 할까. 자기가 시켜놓고 자기가 괴로운, 그래서 마음 안에서 뭔가 비죽 튀어나오는 순간 같다. 감독님이 캐릭터의 뾰족한 순간을 테이크에 담아내려고 했고 편집하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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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흔한 전사가 없는 영화다. 대신 현행하는 인물의 디테일들이 숏을 채운다. 리현상은 ‘손’의 움직임으로 설명되는 인물 같다. 총격과 피아노 연주, 그리고 마술까지.

= 그러니까 <탈주>는 리현상만 놓고 보면 수많은 그립을 잡는 손의 영화다.



- 아까 현상을 스스로 설정한 벽에 갇힌 사람이라고 했다. 그렇게 보면 피아노를 치는 시간이 그에게 허용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마침 현상은 정념이 넘쳐흐르는 라흐마니노프를 연주한다.
= 규남의 액션이 질주라면 현상의 액션은 피아노가 아닐까? 피아노 앞에서의 무브먼트가 현상에게는 일종의 탈출 과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 적 있다. 이 사람에게도 분명 탈출 같은 분출이 필요할 테니. 현상의 키워드는 리듬감이다. 피아노 칠 때뿐만이 아니라 동굴 수색을 할 때도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의 리듬을 듣고 상대의 위치를 파악한다. 메트로놈처럼 움직이는 사람, 그렇게 상대를 계속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 최초 탈주에 발각되어 곤경에 처한 규남을 현상이 데리고 오는 길에 도로 위에서 다짜고짜 손수건 마술을 선보이는 장면은 어떤 맥락에서 탄생했나.
= 마술 장면은 규남과 현상 사이의 아이스브레이킹 혹은 두 사람의 관계에 관한 관객과의 아이스브레이킹이 되어주는 장면이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더 중요한 건, 규남을 만난 것을 현상이 좋아하고 있다는 점일 테다. 나는 그 지점이 마음에 든다. 갑자기 마술하는 리현상을 이상한 인간으로 볼 수도 있지만 내가 보기에 그건 완전 애정 표현이다. 현상 입장에서도 용기를 내서 규남에게 ‘내가 과거의 그 피아노 형’이라고 사인을 보내는 것이다.



- 갑자기 살짝 애틋해진다.
= 영화의 표면에서 강조하지는 않아도 나에게는 그런 힌트들이 중요했다. (웃음) 하나의 또 다른 유니버스를 이야기해볼까. <탈주>는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주고받은 만큼 최종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버려진 컷도 많다. 파이널컷을 보고 든 생각은 현상을 절묘하게 조각해주셨다는 것이다. 들판에서 규남이 일부러 총맞은 척하고 쓰러지는 장면에서 또 다른 테이크가 하나 있었다. 죽은 줄 알았던 규남이 일어나서 도망가자 현상이 자기도 모르게 씩 웃는 컷이다. 그 생존이 반가운지 아닌지 어사무사한 표정으로 나로서는 감정을 최대한 숨겨서 살짝 웃었지만, 영화 전체 구조상 현상의 감정과 컨디션이 벌써 드러나면 안되는 지점인 게 맞다. 그러니까 그 시점에서 딱 보여주어야 할 수위까지 감독님이 정확하게 잘라서 보여준 셈이다.



- 총을 쏘라고 지시해놓고 실제로 죽지는 않았으면 좋겠고. 이를테면 약간 <팬텀 스레드> 같은 관계 아닌가.
= 정말! 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영화!



- 징벌과 애증의 코드가 묘하게 중첩된 감정선이 현상이란 인물을 따라가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전면에서 도드라지는 건 립밥을 바르는 장면 같은 캐릭터의 표현적 디테일이다.
= 립밤 바르는 장면은 약간 리현상의 브이로그 같지 않나? (웃음) 캐릭터의 일관성 측면에서 외적인 면에 신경 쓴다는 것이 중요했다. 껍데기를 유지하려 애쓰는 행동에서 자기 컨디션을 들키고 싶지 않은 현상의 심리 같은 것도 읽어볼 수 있겠다. 불안과 공포를 들키고 싶지 않은 남자다. 스스로 자기 레이어를 계속 만드는 사람이어서 립밤, 포마드, 핸드크림, 향수 뒤에 겹겹이 숨어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아마 바르면 바를수록 본인을 가두는 셈일 것 같다. 그러니까 오직 뷰티의 목적만은 아니었다고 말해두고 싶다.



- 원래 여성 캐릭터였던 인물을 남성으로 바꾸어 배우 송강이 연기했다. 리현상이 북한으로 넘어오기 전 러시아에서 연인 관계는 아니었을지 유추해보게 된다. 이 관계에 대한 팬덤 반응이 폭발적인데.
= 러시아에서 현상에게 큰 영향과 영감을 준 사람임이 분명하다. 현상은 북한에서의 자기 모습을 그에게 보여주기가 싫고 부끄러울지도 모른다. <탈주> 안의 관계에 대해 다비치의 <두 사람>을 많이 들었다. 내 해석은 그렇다. 젠더가 어떻든 간에 서로 치열하게 몰아붙이고 냉정하게 평가하는 관계에서 갑자기 펑! 하고 사랑이 불붙는 관계 구도를 좋아한다.



- 추격자 캐릭터의 숙명은 자신이 좇을 대상을 항상 생각한다는 점이 아닐까. <탈주>에서 구교환에게 상대역 이제훈은 어떤 존재였나.
= 어떤 역할을 맡아도 늘 상기하는 게 있다. 나는 상대역이 내 연기도 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연기 혹은 그 사람의 감정이 곧 내 것이다. 심플한 구도의 <탈주>는 그 점이 더더욱 위력을 발휘하는 컨셉의 영화일 테고. 나는 제훈씨가 내 역할도 해주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일했다. 마찬가지로 내 연기도 제훈씨에게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내내 품었다. 상대배우와의 호흡이란 게 함께 등장하지 않는 순간에도 서로 ‘해주고’ 있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그러니까 이제훈 배우가 처음 나를 상대역으로 호출해주었을 때의 기쁨은, 나도 당신의 거울이 될 수 있어 좋다는 감정이었던 것 같다. 데칼코마니가 된다는 게 말이 쉽지 정말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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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회견에서 규남을 추적할 때 발휘되는 현상의 비범한 청력을 두고 “정말 간절히 바랄 때 잠재력이 발휘된다”는 말을 했다. 인간 구교환에게도 살면서 그런 순간이 있었을까.

= 거의 매 순간 그렇게 되려고 한다. 왜냐하면 내가 쉽게 진심이 티 나는 사람이라서? 그러니까 정말로 좋은 생각을 하려고 한다. 모든 작업을, 모든 사람을 각자의 장점대로 좋아해본다. 그게 때로는 자신의 뇌를 속이는 걸지라도 계속하다보면 진실이 되더라. 좋은 것은 더 좋게 만들기, 내가 내 생각을 믿게 만들기. 두 가지를 기억하려고 한다. 단편 <사람냄새 이효리>에서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듣는다”는 말은 실제로 내가 쓰는 말이다.



- 구교환을 본격적으로 독립영화계에 알린 단편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2013)가 나온지 10년이 훌쩍 지났다. 독립영화의 아이콘에서 상업영화의 주연으로 존재감을 확장한 시간이었다. 최근에 걸어온 길을 되돌아본 적 있나.
= 2009년 <남매의 집>부터 쳐도 정말 신기하게 자신이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냥 타임라인이 쭉 이어지는 느낌? 좀처럼 플래시백을 하지 않고 그냥 한신 한신 넘어가는 중이다. 스스로 느끼는 감각은 끊임없이 취직, 퇴사, 이직 중인 것 같은…. (웃음) 그런 면에서는 삶의 시간이 막 헝클어져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쉽게 표현하기가 어렵다. 어쩌면 매끄럽게 정리되기를, 너무 노련해지기를 스스로 경계하고 있는 중인지도. 작품 선택이나 작업의 방향이 앞으로 쭉 그랬으면 좋겠다. 무언가 빌드업해나가려 의식하지 않으려 한다. 아직은 조금 덜 노련하고 싶다.



- 그럼에도 자신도 모르게 쌓인 시간의 효과가 있지 않을까.
= (작품별 커피차 스티커를 붙인 테이블 위의 텀블러 가리키며) 이거! 요즘에 한참 텀블러 꾸미기에 빠져 있다. 후회라면 너무 늦게 시작한 거다. 앞선 작품들 스티커까지 차근차근 모아서 붙여놓았으면 좋았을걸.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이제야 배우가 내 ‘직업’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을 최근에서야 해봤다. 일하는 과정의 작은 것들을 잘 들여다볼 수 있는 태도가, 그나마 아주 미세한 여유가 생긴 것 같아서 그게 무척 기쁘다.



- 그렇다면 요즘 배우 구교환의 시야에 새롭게 들어오는 것들은.
= 사람들이 보인다. 제작진의 얼굴을 더 자세히 보게 된다. 최근에 느꼈던 걸 꼭 말하고 싶다. 촬영하다가 주위를 둘러싼 스태프들을 쭉 둘러보는데, 내 시야에서 모든 스태프들의 얼굴이 단 한명도 ‘더블’되지가 않는 거다. 이유가 뭘까? 그들이 다 우리를 보고 있기 때문에, 그러니까 그들이 각자의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위치를 잡았기 때문에 모든 얼굴들이 아주 촘촘하게 그러나 중첩되지 않은 채로 펼쳐지게 된 거다. 그게 얼마나 감동적인지 모른다. 결혼식장에서 조금씩 위치와 각도를 조정해서 모두의 얼굴이 나오게 신경 쓰기라도 한 것처럼. 연기를 한다는 게 외롭지 않은 요즘이다. 그 든든함에 감사한다. 우리는, 같이 만들고 있다.



- 하반기에 첫 장편 연출작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다. <반도> 이후 배우로서 선택과 집중이 분명한 시간을 보냈다. 이제 새로운 챕터인가.
= 전념의 과정에서 나름대로 확고한 바람 하나가 있었다. 관객들과 친해지기. <반도>가 나한텐 출사표였다. 우리가 누군가와 친해지려고 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이다. 자주 만나고, 밥 먹고, 그저 같이 무언가를 하고. 그래서 계속 연기했다. 가까워지면 내 취향을 더 알려주고 싶지 않나. 그런 마음으로 연출작에 초대하려고 한다. 나의 영점은 언제나 관객이다.



- 그러니까 드디어 구교환의 서랍을 열어보여줄 정도로 우리들(관객)이 친해진 건가.
= 그렇지. 그동안은 디스코 팡팡 돌고 롯데리아 가서 햄버거 먹고 즐겁게 보냈다면 이제 ‘우리 집에 놀러 올래?’ 단계다. 연출작은 우리 집의 내 방 같은 거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다. 물론 하반기 연출작 계획을 일부러 더 이야기하고 다니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얘기 안 하면 스스로 마감을 안 지킬 것 같아서.



- 감독 겸 주연배우로 출연할 계획이 있나.
= 그렇다. 그리고 상대배우가 깜짝 놀랄 만한 인물이다. 아오이 유우? 아니, 나카야마 미호 수준의 임팩트를 줄 만한 배우를 캐스팅하려고 준비 중이다. 큰 영화는 전혀 아니다. 거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어른들의 작은 멜로임을 알려드린다.



- 출연작, 차기작 리스트만 보아도 내년까지 쉴 새 없이 바쁘다. 지금은 문가영 배우와 멜로영화를 한창 촬영 중인데.
= 그래서 1일1식 중이다. 풋풋한 어린 시절부터 성인기까지를 모두 담는 작품이다보니 관리가 필요하다. (웃음) 지금 혼자서 세미 양조위를 노리고 있는데 잘되려나…. 아, 그렇게 비교한다면 내 코드 안에는 언제나 임청하도 있다. 따지고 보니 리현상은 <동방불패>의 임청하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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