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의 기획의도는 무엇이었을까. 계급, 계층을 의미하는 제목처럼 학교 내에서 버젓이 벌어지는 사회적 부조리를 고발하고자 했을까. 드라마를 보면서 점점 의구심을 품게된다. 드라마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고민과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어디론가 사라지고 화려한 치장으로 시선만 자극하는 무매력의 작품을 보면서 말이다.
국내 굴지의 재벌 주신그룹이 설립한 사학명문 '주신고'. 상위 0.01% 부유층 자녀들은 '특별반'이라는 이름으로,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표방하며 사회적 취약층 가운데 선발된 학생들은 '장학생'으로 불리는 곳이다. 이곳에서도 주신家의 후계자 '김리안'(김재원 분)과 주신그룹과 함께 재계 서열을 다투는 재율그룹의 장녀 '정재이'(노정의 분)은 그 존재 자체가법이자 절대권력이다. 어릴때부터 함께 자라 연인이 된 리안과 재이는 주신고의 킹과 퀸으로 군림하며 보이지 않는, 그러나 절대 넘을 수 없는 계층과 질서를 만들었다. 자신들의 선의로 혜택을 받는다는 명분 하에 장학생들을 노골적으로 괴롭히고 무시하는 특별반의 폭력과 이를 방관하는 다수의 아이들. 이런 폭력에 시달리던 장학생이 괴롭힘 끝에 사고를 당해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피해학생의 쌍둥이 동생인 '강하'(이채민)가 형의 복수를 위해 새로운 장학생으로 주신고에전학을 온다. 형의 죽음과 관련된 비밀과 살인자를 찾는 강하는 의도적으로 주신의 왕 리안의 연인 재이에게 접근한다. 미모, 성적, 부를 모두 가졌지만, 어딘가 어두운 그늘을 가진 재이에게 강하는 복수라는 목적과 달리 연민과 애정을 품게 된다.
쌍둥이 형의 죽음과 관련된 의문을 풀고 이와 관련된 가해자들을 모두 처단하겠다는 결의를 가진 전학생의 등장. 그리고그가 일으키는 이 화려한 상류사회를 흔드는 파장. 언뜻 '하이라키'는 처절한 복수극과 학교폭력을 고발하는 사회적 메시지로 가득한 학원물을 예상케한다. 그러나 뚜껑을 연 '하이라키'는 복수를 완성해가는 과정도, 비밀(그마저도 그닥 비밀같지 않은)의 중심으로 다가가는 전개도, 흥미를 유발하지 못한다.
화사하고 아름다운 젊은 배우들이, 호화스러운 의상을 입고 온갖 치장을 하고 화면을 가득 채운 탓에 마치 명품 잡지의 화보를 보는 듯 눈은 호강스럽다. 그러나 개연성 없는 설정과 뚝뚝 끊기는 전개, 일부 미숙한 연기가 총제적으로 어우러지며감상을 지루하게 만든다. 복수를 위해 학교에 왔지만, 재이에게 끌리며 흔들리는 주인공만큼이나 '하이라키'는 목적을 잃고 이도저도 아닌 방황하는 드라마가 돼 버렸다. 무엇보다 학교와 사회 서열의 꼭대기에 서 있는 두 남녀의 사랑과 우정의회복에 너무 많은 비중을 할애하며 공감보다는 불편한 감정을 자아낸다.
본 시간이 아까워서 리뷰 찾아보다가 발견한 글인데 답답했던 부분을 팍팍 긁어준다... 2024년에 학폭 피해자는 지우고 가해자들만 행복 찾아가는 결말 실화냐고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