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더 열심히 수업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멋진 수업이었습니다."
'사교육 1번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사회탐구 '스타 강사'로 통하는 이지영씨는 최근 유튜브에 올라온 드라마 '졸업' 영상에 이런 내용의 댓글을 달았다. 고등학교에서 국어 교사였던 표상섭이 학원 강사로 옮겨 수강생을 불러 모으기 위해 문학 사조를 주제로 강의한 에피소드였다. 강의 장면은 지난 16일 10분 넘게 방송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배우를 데려와야지, 진짜 '국어쌤'을 데려왔네" 등의 글이 올라왔다.
실제 대치동 '일타 강사'의 등판
한류 청춘스타들의 뜨거운 멜로 연기도 아닌 강의 연기에 시청자와 실제 강사가 환호한 배경은 이랬다. 표상섭은 동요 '집 보는 아기의 노래'의 후렴 "고추 먹고 맴맴~ 달래(교과서에 수록되면서 담배에서 달래로 가사가 바뀜) 먹고 맴맴~"을 부르며 강단에서 폴짝폴짝 뛰었다. 이런 상황 설명과 함께였다. 'TV도 없던 시절 동요 속 아이는 혼자 집에 남겨졌다, 심심해 마당에 널려 있던 고추를 먹고 방에 있던 곰방대로 담배를 피우다가 맵고 독한 맛에 놀라 몸을 가눌 수 없어 제자리를 맴돈다...' 단순 암기가 아닌, 이야기가 어떤 배경에서 나왔는지를 상상하게 해 작품을 이해하게 만드는 방식의 교육이었다.
표상섭을 연기한 배우는 김송일(49). '졸업'의 안판석 PD의 전작 '풍문으로 들었소' 마지막 회에 법무법인 대표 한정호(유준상)의 가사도우미로 10초도 채 나오지 않은 단역 연기자였다.
이 긴 강의를 김송일은 어떻게 준비했을까. "이광수의 '무정' 관련 내용이 강의 장면 대본에 나와 먼저 그 책을 사 읽었어요. 대본을 수없이 묵독했고요. 촬영 전 네 살 난 딸과 아내 앞에서 이 강의를 했어요. '집 보는 아기의 노래'를 설명하면서 아이가 곰방대로 담배를 태울 때 그 연기를 입으로 들이마시고 크게 내쉬는 식으로 연기했더니 아내가 그러더군요. '아이가 뭔지 모르고 피워 본 건데 그렇게 퇴폐적으로 피우면 어떡해?'라고요. 금붕어가 뻐끔뻐끔하는 식으로 바꿔 연기했죠."
지난 25일 한국일보와 전화로 만난 김송일이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극에서 이 강의를 마친 표상섭은 '앞으론 시험에 나오는 문제나 콕 짚어주라'며 학원 원장(서정연)의 비아냥을 듣는다.
"스승은 어떤 존재인가?" '나는 솔로'보다 높은 화제성
'졸업'은 이렇게 각자 다른 방식으로 치열하게 수업 방식을 고민하는 교사와 학원 강사들의 모습을 통해 현실 속 교육의 문제를 들춘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교육이 상급학교 진학과 기득권 유지·편입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는 현실에서 '졸업'은 '교육의 목적이 무엇이고 스승은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를 되묻는다"고 짚었다. 드라마가 조명한 학원가는 살벌한 생존 투쟁이 벌어지는 '정글'이다. 학원 원장은 '일타 강사'를 놓치지 않으려고 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어떤 강사는 같은 과목 동료 강사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기 위해 그의 10년 치 수업 자료를 빼돌린다. 이처럼 '졸업'은 "로맨스가 아니라 학원 누아르"란 입소문을 타고 마니아 시청자를 늘려 가고 있다. 시청률은 4~5%대로 높지 않지만, 온라인 화제성은 연애 예능 프로그램 '나는 솔로' 등을 제치고 이달 셋째 주 TV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콘텐츠 통틀어 두 번째(펀덱스·25일 기준)로 높은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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