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의 미끼 상품인 로맨스는 주제와 유기적인 상승작용을 일으킨다. 혜진이 시장에서 이미 검증된 자기 방식을 버리고 준호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건 연애의 영향이 크다. 역으로, 사제지간이라곤 하나 둘 다 성인이라 별문제 될 게 없는 연애 관계에도 직업인으로서의 충돌이 흥미로운 갈등 요소로 작용한다. 혜진이 제자로만 보던 준호를 이성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은 제법 섹시하다. 성인이라면 모를 수 없는 축축하고 끈적한 감정들이 앙큼하게 그려진다. “나 이건(섹스) 너 못 가르쳐” 같은 대사가 도대체 어떤 머리에서 나오는 건지 궁금할 정도다. 두 사람이 싸우는 장면에서는 고집 세고 이상적이고 말 많은 연하남의 단점까지 진절머리 나게 정확히 묘사된다.
종연이 가까워지면서 이 드라마에서 가장 극적인 요소인 경쟁 학원 최형선 원장(서정연)과 혜진의 대립이 본격화하고 있다. 혜진의 학원 부원장 우승희(김정영)와 백발마녀 최형선은 원한을 품고, 음모를 꾸미고, 전략을 짜고, 허를 찌르는 무협형 인간들이다. 혜진은 비교적 선명한 인물이지만 그들과의 수 싸움에서 매번 승리했다. 그런데 마지막 전면전에서 누가 승리할지보다 궁금한 건 인물들의 가치관이 어떻게 변화할지다. 현재의 중등교육 시스템에서 교육 당사자들의 최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힌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졸업>은 심오한 교훈, 감동, 철학을 과시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한국 드라마보다 깊이 평범한 인간들의 욕망, 심리, 직업, 일상을 들여다본다. 그것이 이 드라마가 사회와 연결되는 방식이다. 장사치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려는 드라마 속 강사들처럼, 방송계에도 시청률 이상의 성취를 열망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게 인간의 재미있는 점이고, 이 드라마가 매력적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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