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처럼 여겨지던 영화 개봉일이 바뀌고 있다. 기존 수요일에서 주말이 시작되는 금요일로 변경하는 사례들이 생기고 있다. 초반 관객수 확대를 통한 영화 홍보 효과를 누리겠다는 전략인데 산업 전반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0년 넘게 이어져 온 오랜 관행이 깨진 가장 큰 이유는 영화 산업의 급변에 있다. 통상 영화는 개봉 첫날 스코어가 가장 중요하다. 첫날 성적과 순위가 영화의 이미지, 입소문과 연결되며 전체 흥행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까닭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과 OTT 등장으로 평일 관객수가 급감하면서 수요일 개봉 효과는 미미해졌다.
결국 한계를 느낀 배급사들이 오프닝 스코어를 되찾기 위한 나름의 ‘묘수’를 낸 셈이다. 실제 ‘탈출’을 배급한 CJ ENM은 개봉일 변경 이유로 극장 환경의 변화와 평일 관객수 감소를 꼽으며 “‘탈출’ 등 재난 장르의 영화를 선호하는 10대나 영화를 관람하고자 하는 직장인들 모두 극장 관람이 금요일이 더 용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입소문’ 마케팅의 위험 부담이 커졌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최근 티켓값 상승 등으로 관객들의 영화 선택이 신중해지면서 여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즉, 개봉 직후 이틀간 일부 관객들이 작품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내놓으면, 영화는 첫 주말 스코어에서 직격타를 맞고 재기의 기회를 잃었다. 하지만 개봉일이 주말로 바뀌면, 영화를 편견 없이 보는 관객 자체가 많아지면서 작품에 대한 평가가 다양해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새로운 시도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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