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무척 열심히 살았는데 알아주는 이가 없을때
서러움이 밀려온다
업적을 알아달라는게 아니다
다만 하루의 수고를 이해해주고 다독여 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마중
해녀들이 물질을 마무리 하고 육지로 올라오는 때
아주 작은 힘으로 망을 한번 끌어주는 것이
가장 위험한 때 가장 큰 힘을 주는것이다
지나가듯 툭 내던진 말이
누군가에겐 동아줄이 되어 하늘로 올려줄 수도 있다
그날이 그랬다
기록은 잘 안나오고 어깨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끙끙대던 날
수영장 불 끄고 나오면서 젖은 머리를 툭툭 털어내는 그때
후두둑 하늘에서 비가 쏟아졌다
에이씨 날씨도 안 도와주네
수영장 처마 끝에 맺힌 빗물이 가로등 불빛에 비쳐 똑똑 떨어지는게
꼭 별이 쏟아지는 것 같았다
하늘에 있어야 할 별이 바닥에 박혀있었다
나도 누군가에겐 별이였을텐데 지금은 저렇게 처박히는구나
"우와 은하수 같아 윤슬이 낮에만 보이는 줄 알았는데 지금 빗방울이 윤슬처럼 반짝여"
처마 저 반대쪽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서 작은 목소리로 감탄하던 아이
솔이였다
이 늦은 시간 왜 이곳에 혼자 있었을까?
"뭐야? 너? 여기 언제부터 있었어?"
솔은 아무 대답없이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았다
조그마한 몸이 바들바들 떨리는게 보였다
"잠깐만 기다려"
탈의실에 있던 수건과 옷을 챙겨나왔다
그사이 가진 않았겠지?
다행이다 그자리에 웅크린채로 앉아있었다
"이거 입어"
어깨 위로 던진 트레이닝 웃도리가 솔이 몸 전체를 덮어버렸다
저렇게 작았나?
머리 끝까지 덮힌 부분을 올리려는데 안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너도 울고 싶었구나 ......
세상에 나만 우는건 아니라 덜 억울하지만 넌 울지마라
목구멍까지 나오는 소릴 누르고 숨을 들이 쉬었다
"왜 이시간까지 여기 있었냐? 여기 밤엔 우리도 무서워 할 정도로 사람 안다니는데"
걱정과 궁금증이 짜증으로 툭 나왔다
"그게 ~네잎 클로버가 수영장 화단에 많다길래"
"그렇다고 이 야밤까지 찾어?"
"낮에 오면 샘들한테 혼나"
에휴 뻔하지 태성인가뭔가하는 자식에게 주려고 그러겠지
한심한 표정으로 솔을 쳐다봤다
"있어봐"
화단으로 들어가서 보이는대로 푹푹 뽑아왔다
비도 오고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눈이 어둠에 익어가자
생각보다 많이 보이길래 한웅큼 집어와서 보니
대부분이 세잎클로버
이것마저도 안도와주네
바닥에 쓸모 없어진 세잎클로버들을 버리는데
솔의 작은 목소리가 쑥 들어왔다
"세잎 클로버 꽃말이 행복이래
네잎클로버의 행운을 찾다가 행복을 짓밟아 놓쳐버리지 말라구"
한대 얻어 맞은 느낌
바닥에 뭉개진 클로버를 소중히 두 손에 담아 들더니
그중 가장 예쁜 세잎클로버 하나를 내게 내밀었다
"행복하라구 너"
1 https://theqoo.net/dyb/32800716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