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그중에서도 로판에서 흔히 쓰이는 회귀 소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음
물론 현판이나 남성향 판타지에서도 회귀는 스테디지만, 로맨스가 들어가면서 여주와 남주의 관계를 만들어주는 회귀의 특성이 따로 있다고 생각해서!
우선 회귀물을 크게 두 분류로 나눠 보고 싶은데,
1. 주인공만 과거로 돌아옴
: 이게 아마 흔히 생각할 회귀물일듯. 주인공에겐 과거, 시간대로는 미래에 일어날 일은 오로지 주인공만 알고 있음.
웹소에서는 보통 신적인, 초월적인 존재가 주는 기회로 많이 나타남.
다른 인물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주인공에게 죄를 지은 사람도 이제 그 모든 건 없던 일이 되는 거임. 설령 주인공을 죽였더라도.
그래서 회귀 전에 여주를 죽였던 남주와 회귀 후엔 이어지기도 함. 회귀 전의 일은 없던 거고, 회귀 전후의 남주는 다른 사람이니까.
그래서 2회차의 남주가 1회차의 자기 자신을 질투한다거나 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함. 여기의 남주 입장에선 여주가 자신을 통해 다른 사람을 보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여주가 나중에 회귀 사실을 밝히면서 회귀 전에 남주가 어땠는지 샅샅이 말해주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도 남주는 회귀 전의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음.
13-14화에서 개연성이 없다거나 1회차 선재가 사라져서 아쉽다고 느낀 수범이들이 아마 이런 식으로 접근하지 않았나 싶어.
2. 세계가 전부 과거로 돌아옴
: 말 그대로 모든 사람들이 다 함께 회귀를 겪는다는 설정.
처음엔 당연히 주인공만 기억하는데, 주요 인물들이 점차적으로 기억해내고 그 외 인물들에게도 무의식이나 기시감 등으로 회귀 전의 일들이 영향을 끼침.
예를 들어 악역이 1회차에서 주인공에게 해를 끼치는 걸 어떤 방식으로 성공해봤다면, 회귀 후에도 상황이 살짝 달라져도 똑같은 방식으로 주인공을 공격함.
다른 예를 들자면, 여주를 한번 잃어봤던 남주가 이번에는 그러지 않으려고 2회차에선 기억도 못하면서 여주를 피함.
또는 1회차에서 여주에게 피해를 입었던 인물이 2회차에서 기억을 되찾으면서 여주를 공격함.
그러니까 '주인공 외의 다른 인물들에게도 무의식에나마 기억이 남아있고, 주요 인물들은 기억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여기서 주요 인물은 꼭 남주 여주와 주변인물뿐만이 아니라, 서사에 영향을 끼치는 인물을 뜻함. 1회차에선 여주랑 말도 안섞어봤다가 2회차에선 회귀의 영향으로 서사에 크게 개입하는 등)
웹소에서 이런 회귀는 대체로 마법 등의 판타지적 설정으로 일어남. 선업튀에서는 선재의 죽음+시계가 그 역할을 하는 거지.
그러니까 예를 들어 주인공이 3년간의 삶을 10번 회귀해서 30년의 시간을 살았다면,
다른 모든 인물들도 이 30년의 시간을 계속 살아왔던거야. 기억을 하고 못하고의 차이일뿐.
(+오타 있었어서 수정함! 300년->30년)
왜 선업튀에서 이 2번 회귀 방식을 택했는지 확신하냐면,
1) 모든 회차를 기억하는 할머니
: 솔이의 시계를 찾아주고, 14화에서도 '보고 싶었잖아'라면서 기억이 다 난다는 걸 대놓고 알려줌.
왜 할머니는 기억하냐?->위에서도 말했다시피 인물들은 오랜 세월을 쭉 살아온 거임
치매 환자는 최근의 일은 기억 못하고 과거 일은 생생하게 떠올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게 영향이 있지 않나 싶어.
그리고 평소엔 기억이 오락가락하거나 미쳤다고 서술되던 인물이 회귀만큼은 주인공을 제외하면 누구보다 빨리 기억해낸다는 것도 많이 쓰이는 장치임.
2) 13화에서 솔이에게 기시감을 느끼는 김 형사/로또 당첨된 임금
: 김 형사는 김영수를 잡는 데 혈안이 되어 있고, 1회차에서도 솔이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을 거임.
비중 있는 조연 인물이 회귀 사실은 기억 못하더라도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염원했던 일과 관련됐을 때 기시감을 강하게 느끼는 것도 클리셰임.
임금도 마찬가지로 솔이가 전해준 번호+끈질기게 좀 해보라는 말을 인상깊게 기억하고, 그게 무의식에 남아서 계속 로또를 사왔던 거임. 물론 다시 돌아온 솔이가 또 말해줬을지도 모르지만 난 전자의 가능성이 더 크다고 봐.
이밖에도 태성이랑 솔이가 친구가 된 거나, 현금 결혼한 것도 이 회귀의 영향이 모든 인물들에게 미치고 있었기 때문임.
아직 태성솔에게는 어떤 서사가 있는진 모르지만 태성이랑 솔이가 마주쳤을때 태성이는 1회차와 다르게 솔이가 눈에 들어왔을 거고.
이 부분은 말 그대로 풀리지 않은 내용이기 때문에 개연성을 해친다고 말하기엔 성급할 듯하고, 종영까지 아무런 언급도 없다면... 나도 슬플듯ㅠ
1번 회귀라면 솔이가 시간을 돌려서 선재를 살려도.. 이미 1회차의 선재는 죽고 없는 거지.
마지막 회차에서 기어코 선재를 살리더라도 이미 몇 명의 선재가 죽어버린 거야.
그러면 사실상 이 드라마는 1화에서 이미 새드엔딩인 게 돼.
(+이런 의미에서 여주가 회귀하는 주체인데 남주가 1회차에서 죽어버리면 1번 회귀는 어려움.
1번 회귀로 가려면 죽는 사람은 회귀하는 주체=주인공이어야 해.
회귀물 드라마 생각해보면 대부분 본인이 죽거나 뭔가 후회할 일이 생겨서 회귀하고,
로맨스 상대인 인물이 죽는 경우는 드물었을 거임.
1번 회귀의 경우 웹소설은 분량이 많고 또 인물의 내면을 문장으로 일일이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만약 남주가 죽고 여주가 회귀하는 내용이라 하더라도 설득력있게 풀어낼 수 있음.
그런데 드라마는 그 내면을 구구절절하게 대사나 독백으로 묘사할 수도 없고
배우의 연기에 그걸 기대기엔... 배우한테나 시청자한테나 못할 짓이지.
일반적으로 직관적인 회귀+복수나 혹은 전과는 다르게 살겠다는 새로운 삶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주기엔 1번 회귀가 효과적이지만
선업튀의 경우 여주가 지켜야 할 대상이 남주인데, 그 남주가 죽은 상황에서
1회차의 선재부터 솔이가 사랑해온 모든 선재를 살리고 구원하기 위해서는 2번 회귀의 선택이 필수적이었음.
만약 1번 회귀고, 솔이가 회귀해서 선재를 살렸다면
1회차의 버석한 서른넷 선재는 영원히 그 시간에 갇힌 셈이었겠지.
하지만 이 드라마는 선재와 솔이의 쌍방구원이 테마이기 때문에
2번 회귀를 택해서 솔이가 모든 시간선의 선재를 사랑하도록 했던 거야.)
그런데 여러 정황 상 2번 회귀로 보이고, 솔이가 살린 모든 선재는 곧 1회차의 선재임.
시간을 오락가락했을 뿐 단 한 번의 인생을 계속 살아온 거야.
그러니까 1회차부터의 모든 기억은 선재의 영혼에 내재되어 있는 거고.
어쩌면 솔이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영영 기억하지 못했을지도 모르지만,
솔이가 나타났네? 게다가 솔이의 의지는 아니었지만 회귀 전의 모든 내용을 담은 시나리오까지 읽었네?
이건 2번 회귀물에서 기억 되찾으라고 떠먹여주는거임ㅋㅋㅋ
그러니까 솔선 서사는 없어진 것도 처음으로 돌아간 것도 아니고,
시간선을 계속 넘나들면서 쭉 이어져 오고 있는 이야기야.
아직 기억이 없는 선재에게는 꿈이나 환상의 형태로 떠오르는 기억이 자기가 겪은 일처럼 생생한 망상처럼 느껴지겠지만
다시 솔이를 사랑하던 그 감정을, 솔이와 함께 했던 모든 추억을, 그리고 노란 우산을 쓰고 달려오던 솔이가 다 선재의 기억인 거임.
다리를 다치고 절망하면서 휠체어를 타던 솔이도, 라디오에서 선재의 목소리를 듣고 살아갈 희망을 얻은 솔이도, 선재를 사랑하고 밀어내고 추억을 쌓던 그 모든 솔이가 결국 지금의 솔인 것처럼
1회차의 버석한 선재도, 솔이와 추억을 잔뜩 쌓은 선재도 모두 지금의 선재인 거지.
개인적으로 회귀물을 웹소설로는 정말 많이 봤는데, 드라마로는 많이는 안봤어서 흥미로워서 정리해봤어!
세계가 함께 회귀한다거나 영혼에 기억이 새겨져 있다거나 이런 얘기를 소설로는 뭔가 당연하게 봤는데 드라마에 적용해서 말하자니 나도 뭔가 어색하네ㅎㅎ
물론 내 해석도 틀렸을 수 있고 나랑 다르게 생각하는 수범이들도 있겠지만...! 회귀물 덕후로서 한번 얘기해보고싶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