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사제 관계이기에 멜로에는 선이 그어진다. 서혜진은 이준호의 학원 입사를 반대한다. 소중했던 제자였기에, 자신처럼 힘든 길을 걷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준호를 만류한 것. 서혜진은 첫 만남부터 자신에게 살갑게 구는 이준호에게도 '넘어올 수 없는 선'을 명확히 둔다. 드라마 '로망' 속 명대사 "난 선생이고, 넌 학생이야"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당장 비교군이 될 이전 편성작 '눈물의 여왕'과는 확연히 다른 맛이다. 익숙한 클리셰와 '사이다' 도파민과는 거리가 멀다. 한 박자 느린 멜로 템포, 계속 곱씹게 되는 대사의 말맛, 두 남녀의 잔잔하고 슴슴한 연기까지. '안판석 감성'을 사랑했던 단골 시청자들의 입맛을 또 살려냈다는 평가다.
안 감독의 전작인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2018), '봄밤'(2019)의 연작처럼 보이기도 한다. 우연인 듯 아닌 듯, 운명적으로 만난 두 남녀가 가랑비에 옷 젖듯 서서히 서로에게 스며드는 안판석 고유의 멜로 맛이 '졸업'에서도 아른거린다.
마냥 슴슴해 보이나 고명 맛이 확실하다. 엔딩에서는 대치동 입성에 성공한 이준호가 자신의 스승 서혜진에게 "선생님이라 불러보세요"라며 발칙한 도발을 시도한다. 남녀 간 역전된 관계에서 벌어지는, 간지러운 설렘이 시청자 마음을 이따금씩 두드린다.
'졸업'은 최종회 24.9%를 기록하며(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 tvN 역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한 '눈물의 여왕'의 낙수를 온전히 받지는 못했다. 안 감독 작품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미장센과 BGM을 '졸업'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고, 그간 캐스팅된 연하남들의 이미지가 유사하다는 점에서 '자가복제'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화제성이 초반부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주말드라마들 간 시청률 전쟁은 연일 치열해지는 중. '눈물의 여왕'이 빠진 자리에 '수사반장 1958',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세자가 사라졌다' 등 주말드라마들이 호시탐탐 왕좌를 노리는 가운데, '졸업'이 단골들의 입소문에 힘입어 왕관을 이어받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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