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스퀘어 선업튀 ‘선재 업고 튀어’ 우리가 사랑한 모든 아이돌에게
1,600 9
2024.04.18 15:15
1,600 9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과 사랑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주는 일 중 뭐가 더 고마울까? 흔히 간과하는 후자의 중요성을 강조한 드라마가 <선재 업고 튀어>다. 이 드라마에는 고맙다는 말이 자주 나온다. 살아 있어줘서 고맙다, 이 세상에 존재해줘서 고맙다… 청춘 로코에서 이토록 비장하고 절절한 감정 표현이 등장하는 건, 이 드라마의 연애가 팬과 아이돌의 관계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FMHZry

주인공 임솔(김혜윤)은 고교 때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었다. 병원에서 죽음을 떠올리던 그는 우연히 라디오에 출연한 신인 아이돌과 전화 통화를 하게 된다. “살아 있어줘서 고마워요”라는 류선재(변우석)의 말에 솔은 심경 변화를 일으킨다. 15년 후, 서른네 살이 된 솔은 누구보다 밝고 건강하게 산다. 선재는 그의 ‘최애’가 되었다. 과거 ‘스타’가 별세계에 존재하듯 멋지기만 한 존재였다면, 오늘날의 ‘최애’는 팬들이 스스로 키우고 지켜내야 할 미완의 존재다. 솔은 자신의 최애를 위해 굿즈도 사고 콘서트도 간다. 선재의 이름이 들어간 머리띠를 두르고 동네방네 돌아다녀도 부끄럽지 않다. 휠체어 때문에 인턴 면접에 탈락해도, 그 면접 때문에 콘서트장 입장을 못해도, 솔은 웃는다. 무슨 일이 있어도 웃기로 작정한 사람처럼, 무슨 일이 있어도 살기로 결정한 사람처럼. 반면 선재의 현실은 문제가 많아 보인다. 그는 콘서트장에서 그룹 탈퇴를 선언하더니 그날 밤 갑자기 빌딩에서 추락사한다. 언론은 우울증 때문이라 발표한다. 슬퍼하던 솔은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2008년으로 타임 슬립 한다. 솔이 아직 하반신을 다치기 전, 선재가 아이돌이 아니라 옆 학교 수영 유망주인 시기다. 솔은 최애의 죽음을 막기 위해 그에게 돌진한다.

웹소설 <내일의 으뜸>을 각색한 <선재 업고 튀어>는 유치한 구석이 많은 드라마다. 모든 인물의 행동과 감정은 단순하고, 여주인공과 최애를 이어주는 설정은 지나치게 편리하다. 타임 슬립 한 어른 솔은 선재를 지켜준답시고 스토킹과 무단 침입을 일삼는다. 솔과 선재는 온 우주가 출연자 열댓 명만 사는 작은 마을이거나 GPS 추적기라도 붙여놓은 것처럼 서로에게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어김없이 나타난다. 과거로 돌아간 솔은 선재가 연습 중인 수영장에 난입해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그를 껴안는다. 선재는 하필 솔의 옆집에 살고 있었고, 이미 솔을 짝사랑하는 중이었다. 솔의 과거 최애였던 밴드부 남학생이 자기한테 무심해진 시간 여행자 솔에게 관심을 보이면서 삼각관계가 형성된다. 밴드남을 좋아하는 샤기 헤어 불량 학생까지 등장하면서 추억의 ‘귀여니’ 소설 분위기가 풍기기 시작한다. 열아홉 솔이 밴드남을 위해 준비한 하두리 감성 생일 영상은 패션 역사상 가장 추악한 시대였던 2000년대 중·후반을 붉은 낯으로 반추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런 유치함은 단점이 아니다. 로맨틱 코미디는 대중의 욕망을 노골적으로 구현할수록 쾌감이 증폭되는 장르다. 팬이 ‘최애’와 사적 관계로 발전한다는 설정 자체가 유치한 판타지고, 이 드라마는 그것을 내숭 떨며 심각하게 풀어갈 생각이 없다.


GrvyeV

이웃집 소녀 같은 현실성에 넓은 연기 폭을 겸비한 김혜윤은 이 소재에 시청자의 이입을 유도할 수 있는 최적의 배우처럼 보인다. 밝게 고조된 감정선에서도 안정감을 유지하는 그의 연기가 드라마의 완성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선재 업고 튀어>의 또 다른, 그리고 어쩌면 가장 큰 매력은 이 드라마가 만인의 연인을 사랑하는 마음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극 초반 타임 슬립 한 임솔이 시청자에게 해방감을 줄 만큼 시원하게 직진할 수 있는 이유는 그가 선재를 한동네 사는 또래가 아니라 ‘최애’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돌 팬덤은 자주 유사 연애라는 조롱을 받는다. 그러나 최애를 사랑하는 마음에는 진짜 연애가 따를 수 없는 확신과 자유로움이 있고, 때로는 그 자체가 ‘덕질’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가능성과 모호함이 제거된 이 관계에서는 재거나 따질 것 없이 마음껏 애정을 표현할 수 있다. 그 애정의 방식이 추종, 우정, 보호, 때로 모성애 등 다양한 형태로 전개될 수 있지만 요는 각자의 스타일로 정체된 에너지를 분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것이 과하여 암묵적 전제인 ‘가능성의 결여’를 부인하거나 권력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대상을 통제하려 들면 문제가 되지만 대개의 팬들은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쪽을 택한다. 그것이 대상이 거기 존재하는 목적인 인기, 성공, 일 따위를 돕는 길이고, 이 달콤한 애정을 지속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일반 연애 관계에서처럼 상대방을 독점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당연히 기쁘겠지만 그게 드라마로나 소화될 판타지임을 충분히 이해하는 팬들을 위해 섬세하게 고안된 선물이 바로 <선재 업고 튀어>다. 이런 유형의 감정이 삶의 활력이 될 뿐 아니라 궁극엔 삶의 이유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까지, 이 드라마는 이야기하고 있다.

<선재 업고 튀어> 1화, 최애의 우울증이니 자살이니 하는 소식에 고통스러워하는 솔의 모습을 보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사건이 있다. 우리가 사랑했으나 지켜주지 못했던 연예인들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솔이 타임 슬립 해서 최애의 비극을 막을 기회를 얻게 된다는 상상이 더욱 애틋해진다. 


극 중 솔은 선재 옆에 붙어서 더 많은 사랑을 주는 걸로 문제를 바로잡으려 한다. 그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솔의 최선은 그게 아니다. 2023년에도, 2008년에도, 최애를 사랑할 때도, 지켜주려 할 때도, 솔은 그 감정과 행위의 주체다. 반면 선재는 객체다. 많은 연예인의 정신 건강 문제가 삶의 통제권을 상실하는 대목에서 발생한다. 사랑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사랑을 받는 건 물론 달콤한 경험이지만 스스로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 대상에게서 화답을 받는 것만큼 설레는 일은 아니다. 하필 선재가 사랑했으나 사고로부터 지켜주지 못했던 솔이 타임 슬립이라는 행운에 당첨된 것은 그래서 필연이다. <선재 업고 튀어>에서 솔이 선재에게서 얻은 삶의 의미, 즉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를 조력하는 즐거움을 선재에게 돌려줌으로써 이 드라마의 메시지는 완성되는 것이다.

일방이든 쌍방이든 인간은 사랑이라는 걸 하도록 생겨먹은 동물이고, 사랑할 가치가 있는 존재를 모두에게 공평하게 할애할 수 없어서 생겨난 게 아이돌이다. <선재 업고 튀어>는 정작 그 아이돌에게도 건강한 사랑의 주체가 되는 경험이 필요하다는 전제 위에 ‘그 상대가 나였으면 좋겠네’라는 팬들의 욕망을 투사한 이야기다. 변우석처럼 생긴 남자의 첫사랑이 될 일도 없고 300만원 주고 산 최애의 소장품이 타임머신일 일도 없는 평범한 인간들에게, 이 드라마는 훌륭한 길티 플레저가 될 것이다.


https://www.vogue.co.kr/2024/04/18/%ec%84%a0%ec%9e%ac-%ec%97%85%ea%b3%a0-%ed%8a%80%ec%96%b4-%ec%9a%b0%eb%a6%ac%ea%b0%80-%ec%82%ac%eb%9e%91%ed%95%9c-%eb%aa%a8%eb%93%a0-%ec%95%84%ec%9d%b4%eb%8f%8c%ec%97%90%ea%b2%8c/


목록 스크랩 (3)
댓글 9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더페이스샵 X 더쿠🧡] 공기처럼 가볍게 슬림 핏! 무중력 선! ‘비타 드롭 선퀴드’ 체험 이벤트 338 04.27 51,113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732,891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3,227,003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4,010,733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0,478,972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1,499,924
공지 알림/결과 📺 2024 방영 예정 드라마📱 82 02.08 424,926
공지 잡담 📢📢📢그니까 자꾸 정병정병 하면서 복기하지 말고 존나 앓는글 써대야함📢📢📢 13 01.31 452,206
공지 잡담 (핫게나 슼 대상으로) 저런기사 왜끌고오냐 저런글 왜올리냐 댓글 정병천국이다 댓글 썅내난다 12 23.10.14 808,800
공지 알림/결과 한국 드라마 시청 가능 플랫폼 현황 (1971~2014년 / 2023.03.25 update) 15 22.12.07 1,730,842
공지 알림/결과 ゚・* 【:.。. ⭐️ (੭ ᐕ)੭*⁾⁾ 뎡 배 카 테 진 입 문 🎟 ⭐️ .。.:】 *・゚ 151 22.03.12 2,695,963
공지 알림/결과 블루레이&디비디 Q&A 총정리 (21.04.26.) 98 21.04.26 2,004,492
공지 스퀘어 차기작 2개 이상인 배우들 정리 (4/4 ver.) 153 21.01.19 2,133,332
공지 알림/결과 OTT 플랫폼 한드 목록 (웨이브, 왓챠, 넷플릭스, 티빙) -2022.05.09 237 20.10.01 2,139,462
공지 알림/결과 만능 남여주 나이별 정리 239 19.02.22 2,191,636
공지 알림/결과 ★☆ 작품내 여성캐릭터 도구화/수동적/소모적/여캐민폐 타령 및 관련 언급 금지, 언급시 차단 주의 ☆★ 103 17.08.24 2,160,158
공지 알림/결과 한국 드영배방(국내 드라마 / 영화/ 배우 및 연예계 토크방 : 드영배) 62 15.04.06 2,375,048
모든 공지 확인하기()
242283 스퀘어 조립식가족 배현성 아역 인스스 18:00 21
242282 스퀘어 눈물의여왕 16화 설경 백홍 2 17:37 297
242281 스퀘어 눈물의여왕 [최종화 비하인드 스틸📸] 숱한 위기도 백홍이 서로 함께라면 문제없지 ƪ(˘⌣˘)ʃ 운명적 서사를 넘어 기적을 이루기까지💞 21 17:00 836
242280 스퀘어 선업튀 8화 임솔 "죽을까봐“.gif 12 16:59 828
242279 스퀘어 편성시간 바꿔도 버겁다…김명수x이유영, 위기의 KBS 월화극 살릴까 [MD포커스] 16:43 248
242278 스퀘어 선업튀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 인기에…원작 웹소설 매출 8배↑ 13 16:37 735
242277 스퀘어 눈물의여왕 [백홍달콩❤챌린지 비하인드] 백홍부부 수미상관 하트로 마무리, 큰 마무리 (feat. 뚝딱 하트) 89 16:30 1,542
242276 스퀘어 눈물의여왕 종방연 김지원.gif 14 16:27 605
242275 스퀘어 눈물의여왕 수완 역 인스타 업로드(with 백홍) 13 15:47 1,090
242274 스퀘어 낮밤그 백서후, '낮과 밤이 다른 그녀' 출연..이정은·정은지·최진혁과 호흡 15:06 182
242273 스퀘어 선업튀 EP05 포스터 4 15:04 758
242272 스퀘어 선업튀 EP08 포스터 7 15:00 772
242271 스퀘어 선업튀 떴다. 으른 솔선재 |ૂ•ᴗ•⸝⸝)”♥ 청춘 멜로에 심장 뛰다가 으른 멜로에 숨멎 중.. 14 15:00 1,158
242270 스퀘어 선업튀 EP08 😎.gif 2 14:54 572
242269 스퀘어 영화 <스턴트맨> CGV 에그지수 4 14:41 304
242268 스퀘어 하이드 하이드 | 하이드를 빛낸 배우들의 마지막 인사 | 쿠팡플레이 14:36 45
242267 스퀘어 도시남녀 김지원한테 ‘태후’ ‘쌈마이’만 있나?..잊지 말자 ‘도시남녀의 사랑법’ [Oh!쎈 레터] 12 14:29 419
242266 스퀘어 이세영X나인우, 믿보배·대세의 만남..'모텔 캘리포니아' 주연 물망 [단독] 29 14:22 1,849
242265 스퀘어 눈물의여왕 팬아트 9 14:20 551
242264 스퀘어 비밀은없어 고경표, 인기 아이돌 멱살 잡았다...왜? 2 14:18 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