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헌에게 이제 더는 보여줄 민낯도 더한 밑바닥도 없는 정원이가
진명숙 살인사건 목격자로 태헌이 마주할 때도 넋이 나갔는데
차은새 살인사건 참고인으로 또 다시 태헌이 마주할 때도
이제 더는 보일 바닥도 없다고 생각했을 것 같아.
그래서 계속 만나고 부딪히고, 여전히 과거에 갇혀있는 태헌에게
다른 말은 못하더라도 태헌을 만났을 때의 감정은 솔직하게 털어놓고
이제서야 다 놓을 거라고 마음 다 잡았는데
끝난줄 알았고, 잊은 줄 알았던 정원이가 계속 눈앞에 보이고
그것도 너무 최악의 상황으로 사는 모습들까지 보이니까
더 신경쓰이고, 과거의 일도 묻고싶고, 지금의 일들의 진실을
알고싶고, 하지만 그 모든 것들보다 속상한건
다시 만나서 짜증도 나고, 열도 받지만
가장 그를 괴롭히는 건 대신 울고싶을정도로
하루하루 고통 속에 슬프게 사는 정원이를 보는 거
그래서 툭 튀어나온 속마음.
그리고 태헌의 그 말은 정원의 상처입은 마음을
조금은 어루만져주게 되지 않았을까
그냥 자신을 만나서 열받고, 짜증날 줄만 알았는데
열받고, 슬프다고 하니깐
그 말만으로도 놀라고, 당황하면서도 위로되는 마음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