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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기생수 [인터뷰] 낮은 목소리로, 간절한 마음으로, <기생수: 더 그레이> 배우 전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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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1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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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일이 또 일어났구나, 내가 또 불행할 때가 됐구나.” 전소니는 이 대사가 자신의 배역인 수인을 가장 잘 설명한다고 생각한다. 전소니에 따르면 수인은 “자기 처지를 순간 불행하다고 인식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주기적인 불행이 돌아온다고 믿는”다. 하지만 전소니는 염세적이고 비관적인 수인이 끝내 목숨을 걸고 혈투를 벌이는 이유를 들여다보고 싶었다. 작품 속 기생생물들이 살아야 할 이유를 끝없이 고민하듯, 전소니 또한 수인과 기생생물 하이디가 끝내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를 고심하며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 <기생수: 더 그레이>엔 배우 전소니의 가장 피폐한 얼굴이 담겼다. 짧은 앞머리와 주근깨 등 캐릭터의 외양은 어떻게 만들어갔나.

= 처음엔 중단발의 레이어드컷 정도를 생각했다. 거칠고 관리가 잘 안된 느낌을 주고 싶었다. 고독한 수인을 계속 생각하다 자연스럽게 이토 준지의 토미에가 떠올라 감독님에게 제안했다. 감독님도 후자가 훨씬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감독님, 분장팀과 함께 수인과 하이디의 얼굴을 함께 고민해갔다.


- 수인과 기생생물 하이디를 모두 연기했다. 하이디를 표현할 때 어디에 주안점을 두었나. 하이디를 연기할 때 좀더 골몰한 표정을 짓고 낮은 톤의 목소리와 분절된 대사 리듬을 사용하는 듯 보인다.

= 하이디는 감정적이지 않다 보니 최대한 인간적 감정을 배제하는 데 신경을 쏟았다. 하이디를 연기할 땐 눈을 통해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 했고, 눈동자의 움직임도 가능하면 최소화한 채 초점을 한곳에만 두려 했다. 하이디의 대사가 주로 문어체라 분절된 리듬을 사용해 발화했다. 낮은 톤은 감독님이 원하는 음색이었다.


- 원래 본인의 목소리도 저음 아닌가. 더 낮은 음역을 발굴하는 게 어렵지는 않았는지.

= 찾기까지 오래 걸렸다. 감독님도 낮게, 더 낮게 말하길 요구하셨다. 연습을 하니 더 낮은 톤이 나오더라. (웃음) 수인이 밝은 캐릭터였다면 목소리를 통한 대비를 주기 쉬웠을 텐데. 저음역에서 변주를 주는 일이 쉽진 않았다.


- 하이디를 포함해 기생생물들은 단순한 언어를 사용해 발화한다. 그렇기 때문에 메시지의 핵심을 간명하게 전달할 수 있다. 연기한 배우 또한 하이디가 요약하는 수인의 심리를 통해 수인을 객관화할 수 있지 않았을까 짐작했다.

= 그렇다. 하이디가 이야기하는 속성은 결국 수인이 아니니까 발견할 수 있는 부분이다. 수인은 평생 스스로를 의지도 없고 끈기도 강하지 않은 사람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하이디는 편견 없이 수인을 바라봐주고 수인이 싸워갈 수 있도록 이끈다. 그런데 하이디가 볼 때 수인은 충분히 강한 사람이다. 수인은 살면서 텅 빈 위로만 들었고, 위로를 건네는 사람의 이중적인 모습도 숱하게 목격했을 것이다. 인간에게 기대가 없는 수인은 오히려 하이디의 메시지에서 힘을 받지 않았을까. 나조차도 하이디가 바라보는 수인을 통해 많은 위로를 받았다. 수인도 용기를 얻었길 바란다. 그리고 강우(구교환)가 본인이 해석한 수인과 하이디를 서로에게 들려주지 않나. 사람은 스스로 보고 싶은 부분만 보기 마련인데, 수인도 하이디도 미처 바라보지 못한 시각을 강우가 견지해주는 게 굉장히 중요했다.

- VFX의 비중이 큰 작품이다. 현장에서 비가시적인 요소를 염두에 둔 채 액션 연기를 수행하는 과정이 낯설진 않았나.

= 액션 연기를 무척 재밌어한다. 신체 움직임을 통해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한데 이번 작품의 액션은 지금껏 해왔던 것과 아예 달랐다. VFX가 들어가는 영역에 내 움직임이 방해되면 안됐다. 무엇보다 내가 무얼 해도 어색했다. 그런데 감독님이 내 액션에 디렉션을 줄 땐 하나도 어색하지 않더라. 심지어 감독님이 가끔 웃기게 시연해도 전혀 우습지 않았다. 그 차이가 무얼까 한참 고민했는데, 감독님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내 연기에 부끄러움이 없을 때 태가 잘 나올 수 있었다.


- 수인은 준경(이정현)에게 포박돼 잠시 ‘사냥개’가 된다. 이때 환각 속에서 하이디와 단둘이 대화를 나눈다. 두 자아의 대화지만 실상 이 장면은 배우 전소니의 원맨쇼다. 홀로 시퀀스 전체를 짊어져야 하는 순간이 외롭진 않았나.

= 정말 외롭고 어려웠다. 남을 치하하거나 내가 겸손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연기는 상대에 따라 내 리액션이 다르게 나올 수밖에 없는 작업이다. 하지만 상대가 없었다. 게다가 처음 경험해보는 촬영 기술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해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다. 온종일 찍었던 것 같다.


- 작품 초반과 후반 수인의 직장이 바뀌는데 둘 다 상점의 계산원인 점이 재밌다.

= 수인이 건강하고 밝은 성격이 아니다 보니 사람들과 너스레를 떨며 친해지기엔 한계가 있다. 수인이 상상할 수 있는 세계는 아무래도 좁지 않았을까. 계산대에서 계산하는 일, 그리고 생필품을 사는 상점이 수인이 가장 심리적으로 가깝게 느끼는 직장이었을 것이다.


- 시네필 배우로도 유명하다. 어떤 배역을 연구할 때 지금껏 관람한 수많은 작품의 여러 요소가 자동연상되기도 하나. 

= 당연하다. 그렇다고 단일한 작품만 가져오진 않는다. 많은 작품으로부터 각 요소를 가져와 배합한다. 그래서 더 열심히 영화를 챙겨 보는 것 같다. 최근 <추락의 해부>를 보고 잔드라 휠러 생각을 계속했다. <토니 에드만>을 처음 봤을 때부터 휠러에게 강하게 매료됐는데, 독일영화를 한국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니 <토니 에드만> 이후 이 배우의 행적을 몹시 궁금해하던 참이었다. 배우는 특정 분파로 정의할 수 없다고 믿는다. 다들 몸으로도 연기하고 머리로도 연기한다. 대체 잔드라 휠러는 어디로 어떻게 연기하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너무 궁금해서 해외 인터뷰도 찾아봤다. <더 존 오브 인터레스트>도 얼른 개봉했으면 좋겠다.


http://m.cine21.com/news/view/?mag_id=104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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