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후기(리뷰) 눈물의여왕 6회 엔딩 소설 리뷰
1,373 7
2024.03.25 18:21
1,373 7

[현우]

 

교회의 종이 울렸다. 

마치, 잠시 멈추라는 듯이.

눈에 들어온 색색으로 반짝이는 첨탑. 

그 풍경이 익숙했다. 

분명 본 적이 있는 풍경. 

너와 함께, 보았던 그 풍경이다. 

 

자물쇠 뭉치 사이에, 

낮에는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던 자물쇠가 보였다. 

너와 나의 이름을 새긴. 그 자물쇠.

 

그 날의 우리가, 여전히 이 다리 위에 있었다. 

그 날의 우리의 마음이, 여전히 이 곳에 매달려 있었다. 

조금의 시간도 흐르지 않았다는 듯. 

그 무엇보다도 단단하게. 

 

나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일분 일초가 아까웠다. 

빨리, 더 빨리, 너에게로 가야 한다. 

이 손에 가득히 든 파란 클로버들의 행운과 함께, 

너를 웃게 해 줄 이 작은 기적을 빨리.

홍해인, 너에게 전해주고 싶어서. 

 

[해인]

 

해인은 손에 들린 케밥을 보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아직도 따끈한 온기가 남아 있었다. 

이걸 어떻게 쟁취했는지, 현우에게 자랑하면 

현우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분명, 그 얼굴을 가득 채우는 미소를 볼 수 있겠지. 

 

휴대폰을 켜자, 엄마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걸 끄자, 가족들로부터 산처럼 쌓인 메시지들이 계속 울려댄다. 

알게 뭐람. 

액정을 끄고 앞을 바라보자, 달려오는 그가 보인다. 

내게로 달려오는 그가. 

-현우씨! 여기

해맑은 미소를 띈 그가, 계단을 뛰어내려온다. 

 

-뭐야, 뭘 들고 있는 거야

우리 사이의 거리가, 잠시 빨간 불로 막힌다. 

하지만, 그가 나를 보며 웃고 있다.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이어져 있는 이 순간이 좋다. 

그 때, 또다시 메시지가 왔다. 

엄마였다. 

 

-하…

한숨과 함께 엄마가 보낸 파일을 열어본다. 

그대로, 표정이, 그리고, 마음이

차갑게 굳어간다. 

몸은 굳어서 움직이지 못하는데,

마음 속에서 격랑이 친다. 

 

[현우]

파란 불과 함께, 나는 그녀에게 달려갔다. 

그녀의 손에 파란 행운을 가득히 쥐어주며 들뜬 마음으로 이야기한다. 

-해인아, 그거 있어. 내가 오다 봤는데

그녀의 손이 매섭게 나의 손을 뿌리친다. 

너를 위해 사 온 행운이, 바닥으로 초라하게 흩뿌려진다. 

아.

너의 휴대폰 안의 화면을 채운, 이혼합의서. 

알아버리고…말았구나. 

 

-아니라고 말해. 아니라고 해. 모르는 거라고 해.

-해인아. 

-…말하라고! 아니라고. 넌 모르는 거라고.  

너의 눈이 나를 바라본다.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분노가 일렁인다. 

하지만, 그 일렁이는 분노의 아래에 

상처입은 진심이, 그 슬픔이 덜덜 떨고 있다. 

 

내가 어리석었다. 

멍청하고, 바보같았다. 구제불능이었다. 

나의 어리석음이 나만을 상처입혔더라면 좋았을텐데. 

내가 좀 더 비겁해서, 

너의 상처를 피하려, 지금 이 순간 거짓말을 할 수 있더라면 좋았을텐데.

 

-아니..내가 쓴거야 .

 

하지만 해인아. 

나는 이제 너에게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아. 할 수 없어. 

너의 그 올곧은 눈동자에, 너의 진심 앞에서. 

너에게 상처를 줄 걸 알면서, 

그럼에도 나는, ‘우리’를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결국 너에게, 얘기할 수 밖에 없다. 

진실을.

 

-…먼저 얘기 못해서 미안해. 

 

[해인]

 

그의 말이, 내 마음 속에 무겁게 가라앉는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클로버들을 본다. 

젖은 바닥에, 초라하게 내던져진 그 모습이, 

마치 당신으로 인해 산산히 조각난, 내 마음 같아서. 

 

당신의 눈과 나의 눈에, 눈물이 차오르고, 

우리의 사이에 침묵이 차오른다. 

이것이 나의 나쁜 병이 보여주는 끔찍한 환각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더럽게도 올곧은 성정의 당신은, 

왜 이 순간에도 거짓말로 나를 달래주지 못하는 걸까. 

 

하지만 웃기게도, 그런 당신이기 때문에, 

당신에게 상처입는 이 순간에도,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는 걸까. 

 

 

 

목록 스크랩 (1)
댓글 7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에센허브 x 더쿠🌿] 에센허브 티트리 컨트롤 인 카밍 앰플 체험 이벤트 171 05.01 19,101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767,541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3,290,460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4,057,127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0,496,669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1,542,386
공지 알림/결과 📺 2024 방영 예정 드라마📱 82 02.08 432,076
공지 잡담 📢📢📢그니까 자꾸 정병정병 하면서 복기하지 말고 존나 앓는글 써대야함📢📢📢 13 01.31 454,964
공지 잡담 (핫게나 슼 대상으로) 저런기사 왜끌고오냐 저런글 왜올리냐 댓글 정병천국이다 댓글 썅내난다 12 23.10.14 816,453
공지 알림/결과 한국 드라마 시청 가능 플랫폼 현황 (1971~2014년 / 2023.03.25 update) 15 22.12.07 1,736,848
공지 알림/결과 ゚・* 【:.。. ⭐️ (੭ ᐕ)੭*⁾⁾ 뎡 배 카 테 진 입 문 🎟 ⭐️ .。.:】 *・゚ 151 22.03.12 2,700,033
공지 알림/결과 블루레이&디비디 Q&A 총정리 (21.04.26.) 98 21.04.26 2,008,944
공지 스퀘어 차기작 2개 이상인 배우들 정리 (4/4 ver.) 153 21.01.19 2,137,844
공지 알림/결과 OTT 플랫폼 한드 목록 (웨이브, 왓챠, 넷플릭스, 티빙) -2022.05.09 237 20.10.01 2,143,327
공지 알림/결과 만능 남여주 나이별 정리 239 19.02.22 2,196,683
공지 알림/결과 ★☆ 작품내 여성캐릭터 도구화/수동적/소모적/여캐민폐 타령 및 관련 언급 금지, 언급시 차단 주의 ☆★ 103 17.08.24 2,166,959
공지 알림/결과 한국 드영배방(국내 드라마 / 영화/ 배우 및 연예계 토크방 : 드영배) 62 15.04.06 2,379,504
모든 공지 확인하기()
4158 후기(리뷰) 선업튀 8화에서 박하사탕 잡힌 씬이 좋았던 게 20 02:02 1,805
4157 후기(리뷰) 해품달 다 봤다 ㅠㅠ 마지막화까지 사건 얘기하길래 이거 다 끝낼수 있나 싶었는데 7 01:18 487
4156 후기(리뷰) 사괜 3일만에 정주행한 후기 3 05.01 432
4155 후기(리뷰) 외계인2 재밌었다 2 05.01 72
4154 후기(리뷰) 종말의 바보 취향에 맞으면 아주 재밌게 볼 드라마 1 05.01 199
4153 후기(리뷰) 선업튀 씨발씨발 ㅠ퓨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04.30 276
4152 후기(리뷰) 외계인 2부 극극호 후기 4 04.30 144
4151 후기(리뷰) 챌린저스 진짜 영화관에서 봐야 한다 1 04.29 223
4150 후기(리뷰) 하이드 종영 후기 1 04.29 215
4149 후기(리뷰) 종말의바보 *개 큰 불호 주의* 12화가 아니라 6화 정도였어야 했음 1 04.29 388
4148 후기(리뷰) 눈물의여왕 윤은성 자기가 피해자인것 같은 저 눈빛 1 04.28 238
4147 후기(리뷰) 김무열 위주의 범죄도시4 후기 (스포) 3 04.28 446
4146 후기(리뷰) 종말의 바보 기대드였는데 진짜 신박하게 재미없네 (후기) 13 04.28 907
4145 후기(리뷰) 선업튀 나 오늘 솔이네 집 다녀옴!! 31 04.27 1,590
4144 후기(리뷰) 범죄도시4가 3보다 낫다는 평이 꽤 있던데 6 04.27 1,285
4143 후기(리뷰) 종말의 바보 다 본 후기(ㅅㅍ 8 04.27 4,132
4142 후기(리뷰) 선업튀 와. 솔이 타임슬립으로 선재의 후회와 죄책감이 하나씩 지워지네. 73 04.27 3,115
4141 후기(리뷰) 선업튀 선재가 멈추지 못한 버스 vs 선재가 멈춘 버스 25 04.26 2,499
4140 후기(리뷰) 선업튀 이 해석 봤어? 50 04.26 3,151
4139 후기(리뷰) 선업튀 드라마가 하울의 움직이는 성같은 느낌이 드는 해석 (ㅅㅍ 둘다 본 덬,6화까지 본덬) 14 04.25 1,8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