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후기(리뷰) 눈물의여왕 6회 엔딩 소설 리뷰
4,796 7
2024.03.25 18:21
4,796 7

[현우]

 

교회의 종이 울렸다. 

마치, 잠시 멈추라는 듯이.

눈에 들어온 색색으로 반짝이는 첨탑. 

그 풍경이 익숙했다. 

분명 본 적이 있는 풍경. 

너와 함께, 보았던 그 풍경이다. 

 

자물쇠 뭉치 사이에, 

낮에는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던 자물쇠가 보였다. 

너와 나의 이름을 새긴. 그 자물쇠.

 

그 날의 우리가, 여전히 이 다리 위에 있었다. 

그 날의 우리의 마음이, 여전히 이 곳에 매달려 있었다. 

조금의 시간도 흐르지 않았다는 듯. 

그 무엇보다도 단단하게. 

 

나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일분 일초가 아까웠다. 

빨리, 더 빨리, 너에게로 가야 한다. 

이 손에 가득히 든 파란 클로버들의 행운과 함께, 

너를 웃게 해 줄 이 작은 기적을 빨리.

홍해인, 너에게 전해주고 싶어서. 

 

[해인]

 

해인은 손에 들린 케밥을 보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아직도 따끈한 온기가 남아 있었다. 

이걸 어떻게 쟁취했는지, 현우에게 자랑하면 

현우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분명, 그 얼굴을 가득 채우는 미소를 볼 수 있겠지. 

 

휴대폰을 켜자, 엄마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걸 끄자, 가족들로부터 산처럼 쌓인 메시지들이 계속 울려댄다. 

알게 뭐람. 

액정을 끄고 앞을 바라보자, 달려오는 그가 보인다. 

내게로 달려오는 그가. 

-현우씨! 여기

해맑은 미소를 띈 그가, 계단을 뛰어내려온다. 

 

-뭐야, 뭘 들고 있는 거야

우리 사이의 거리가, 잠시 빨간 불로 막힌다. 

하지만, 그가 나를 보며 웃고 있다.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이어져 있는 이 순간이 좋다. 

그 때, 또다시 메시지가 왔다. 

엄마였다. 

 

-하…

한숨과 함께 엄마가 보낸 파일을 열어본다. 

그대로, 표정이, 그리고, 마음이

차갑게 굳어간다. 

몸은 굳어서 움직이지 못하는데,

마음 속에서 격랑이 친다. 

 

[현우]

파란 불과 함께, 나는 그녀에게 달려갔다. 

그녀의 손에 파란 행운을 가득히 쥐어주며 들뜬 마음으로 이야기한다. 

-해인아, 그거 있어. 내가 오다 봤는데

그녀의 손이 매섭게 나의 손을 뿌리친다. 

너를 위해 사 온 행운이, 바닥으로 초라하게 흩뿌려진다. 

아.

너의 휴대폰 안의 화면을 채운, 이혼합의서. 

알아버리고…말았구나. 

 

-아니라고 말해. 아니라고 해. 모르는 거라고 해.

-해인아. 

-…말하라고! 아니라고. 넌 모르는 거라고.  

너의 눈이 나를 바라본다.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분노가 일렁인다. 

하지만, 그 일렁이는 분노의 아래에 

상처입은 진심이, 그 슬픔이 덜덜 떨고 있다. 

 

내가 어리석었다. 

멍청하고, 바보같았다. 구제불능이었다. 

나의 어리석음이 나만을 상처입혔더라면 좋았을텐데. 

내가 좀 더 비겁해서, 

너의 상처를 피하려, 지금 이 순간 거짓말을 할 수 있더라면 좋았을텐데.

 

-아니..내가 쓴거야 .

 

하지만 해인아. 

나는 이제 너에게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아. 할 수 없어. 

너의 그 올곧은 눈동자에, 너의 진심 앞에서. 

너에게 상처를 줄 걸 알면서, 

그럼에도 나는, ‘우리’를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결국 너에게, 얘기할 수 밖에 없다. 

진실을.

 

-…먼저 얘기 못해서 미안해. 

 

[해인]

 

그의 말이, 내 마음 속에 무겁게 가라앉는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클로버들을 본다. 

젖은 바닥에, 초라하게 내던져진 그 모습이, 

마치 당신으로 인해 산산히 조각난, 내 마음 같아서. 

 

당신의 눈과 나의 눈에, 눈물이 차오르고, 

우리의 사이에 침묵이 차오른다. 

이것이 나의 나쁜 병이 보여주는 끔찍한 환각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더럽게도 올곧은 성정의 당신은, 

왜 이 순간에도 거짓말로 나를 달래주지 못하는 걸까. 

 

하지만 웃기게도, 그런 당신이기 때문에, 

당신에게 상처입는 이 순간에도,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는 걸까. 

 

 

 

목록 스크랩 (1)
댓글 7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바솔🍊] 50만 여성이 선택한 올리브영 1등 여성청결제 <바솔 이너밸런싱 포밍워시> 체험이벤트 59 00:46 1,777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567,588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4,873,858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8,416,365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7,005,392
공지 알림/결과 ───── ⋆⋅ 2025 방영 예정 드라마 ⋅⋆ ───── 105 24.02.08 2,337,945
공지 잡담 (핫게나 슼 대상으로) 저런기사 왜끌고오냐 저런글 왜올리냐 댓글 정병천국이다 댓글 썅내난다 12 23.10.14 2,395,020
공지 알림/결과 한국 드라마 시청 가능 플랫폼 현황 (1971~2014년 / 2023.03.25 update) 16 22.12.07 3,522,619
공지 알림/결과 ゚・* 【:.。. ⭐️ (੭ ᐕ)੭*⁾⁾ 뎡 배 카 테 진 입 문 🎟 ⭐️ .。.:】 *・゚ 162 22.03.12 4,602,435
공지 알림/결과 블루레이&디비디 Q&A 총정리 (21.04.26.) 8 21.04.26 3,777,498
공지 스퀘어 차기작 2개 이상인 배우들 정리 (7/1 ver.) 174 21.01.19 3,817,336
공지 알림/결과 OTT 플랫폼 한드 목록 (웨이브, 왓챠, 넷플릭스, 티빙) -2022.05.09 238 20.10.01 3,808,915
공지 알림/결과 만능 남여주 나이별 정리 262 19.02.22 3,923,489
공지 알림/결과 한국 드영배방(국내 드라마 / 영화/ 배우 및 연예계 토크방 : 드영배) 62 15.04.06 4,078,178
모든 공지 확인하기()
4784 후기(리뷰) 모텔캘리 왜 이 드라마 좋은지 4회 엔딩보고 확실히 깨달았어 10 01.19 473
4783 후기(리뷰) 중증외상 담요왓당 ♪٩(٩ •’ᵕ‘• ) ”♪( •’ᵕ‘•و(و “ 1 01.19 184
4782 후기(리뷰) 모텔캘리 모텔 캘리포니아는 ‘편견’에 관한 드라마이다. 10 01.19 590
4781 후기(리뷰) 중증외상 담요 받았당 ᕕ( ᐛ )ᕗᕕ( ᐛ )ᕗ 5 01.18 217
4780 후기(리뷰) 중증외상 담요 받음! 2 01.18 447
4779 후기(리뷰) 옥씨부인전 1회, 송서인이 한 말이 천승휘의 삶이 되다. 9 01.18 443
4778 후기(리뷰) 개소리 힐링물이긴한데 드라마가 볼수록 미친거같음 개웃겨ㅋㅋㅋㅋ 2 01.18 216
4777 후기(리뷰) 모텔캘리 근데 강희연수 케미 미쳤어 9 01.17 600
4776 후기(리뷰) 모텔캘리 가만보면 남여주 이름마저 서로를 끌어당기는 느낌?! 12 01.17 424
4775 후기(리뷰) 트리거 시사회 다녀와서 쓰는 후기(스포ㅇ) 2 01.17 609
4774 후기(리뷰) 대행사 이렇게나 재밌는 드라마였다니 6 01.16 295
4773 후기(리뷰) 옥씨부인전 윤휘 서사, 장면, 대사 데칼을 모아서 31 01.15 476
4772 후기(리뷰) 트리거 시사회 봤는데, 존잼이었음 (ㄴㅅㅍ) 3 01.15 586
4771 후기(리뷰) 옥씨부인전 승휘가 가장 잘하는 걸 해주기 위해 윤조에게 간 것 같아. 4 01.14 368
4770 후기(리뷰) 옥씨부인전 오늘 밤을 평생 잊지 못할거라 말한 승휘의 마음 7 01.14 467
4769 후기(리뷰) 지금전화 희주가 사언이를 지키려고 목숨거는 서사 흐름도 너무 좋음 17 01.12 784
4768 후기(리뷰) 경성크리처 밤새 몰아보기 끝 3 01.12 225
4767 후기(리뷰) 옥씨부인전 11회>서로에겐 빛이었던 윤조와 승휘 4 01.12 363
4766 후기(리뷰) 원경 극불호 후기(ㅅㅍ) 5 01.10 1,299
4765 후기(리뷰) 안데스 산맥 어쩌고 그 넷플릭스 5 01.09 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