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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함틋 그때그 팩트폭력 - 이경희의 남자들, 그만 좀 함부로 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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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4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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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함부로 애틋하게]의 신준영(김우빈)은 잘난 남자다. 공부와 거리가 멀었지만 어머니를 위해 마음 고쳐먹더니 법대에 들어가 사법고시 1차에 합격했고, 어쩌다 연예인이 되더니 한류 스타 자리에 올랐다. 집에서는 주로 라면만 먹는 것 같고 현대 의학으로는 고치기 힘든 병에 걸렸음에도 [맨즈 헬스]의 커버 모델처럼 벌크 업 된 근육은 탄력이 넘친다. 여자들은 모두 그의 매력에 빠져든다. 그러나 그 ‘잘남’에도 불구하고 신준영은 참아주기 힘든 남자다. ‘성격 나쁜 톱스타’라는 설정은 익숙하지만 자신이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해서 다 찍은 드라마의 엔딩을 갑자기 바꿔 달라며 촬영장을 뒤집어놓고 떠나버리는 배우는 황당할 만큼 무책임한 직업인이다. 노을(수지)과의 재회로 도로에서 폭주하는 준영은 애꿎은 타인이 자신의 분노에 휘말려 생명을 잃을 수도 있음을 조금도 고려하지 않는다. 물론 드라마 첫 회에서 주인공에게 그런 일이 일어날 리 없다. 다만 자신을 좋아하는 여자의 생일파티에 굳이 찾아가 분위기를 망쳐놓고, 모르는 남자가 을의 휴대폰을 받자 대뜸 시비를 거는 준영이 얼마나 미성숙한 내면을 지닌 캐릭터인지는 끊임없이 드러난다. 일에 있어서도 사랑에 있어서도, 심지어 기본적인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그는 대체로 무례하고 쓸데없이 폭력적이다.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나쁜 남자’는 이경희 작가의 단골 주인공이다. 머리에 총알이 박혀 준영과 마찬가지로 수명이 1년도 남지 않았던 KBS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차무혁(소지섭)은 ‘들개 같은 남자’로 그려질 만큼 거친 인물이었고, KBS [이 죽일 놈의 사랑]의 강복구(비) 역시 ‘개복구’라는 별명을 가졌을 만큼 막 나가는 남자였다. SBS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의 차강진(고수)이나, KBS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의 강마루(송중기)는 ‘비천한 가정환경’만 빼면 모든 면에서 1등이었다. 그러나 이 남자들은 모두 가족사로 인해, 혹은 옛 연인, 형의 옛 연인, 자신을 버린 어머니에게 복수하려다 슬픈 사랑에 휘말리는 운명을 가졌다. 그리고 이들이 사랑하는 여자들은 대개 자신의 감정과 욕망을 제대로 자각하지 못한 채 그의 강렬한 에너지에 이끌렸다가 헤어나지 못한다. [함부로 애틋하게]는 이러한 이경희 월드의 종합판 같은 드라마다. 고등학교 시절 을의 학교로 찾아와 갑자기 연인 행세를 하며 을의 입을 틀어막아 꼼짝 못하게 만든 준영은 상대의 거부도, 해명도 허락하지 않는다. 그의 행동은 단지 자기도 모르게 사랑에 빠진 남자의 ‘짓궂은 장난’처럼 이루어지고, 그 바탕에 깔린 전제는 ‘사실은 여자도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전제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성립되지 않는 로맨스에서 여성의 감정은, 상호 소통은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을은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송은채와 마찬가지로 씩씩하지만 툭 하면 넘어지고 다칠 만큼 허술하면서 엉뚱한 성격에, 고작 두 살 연상의 남자에게도 ‘아저씨’라 부를 만큼 유아적인 여성일 수밖에 없다. 그런 을에게 좋아한다고 말하는 대신 “니 범죄 눈 감아 줄 테니까 나랑 사귀자”고 협박하는 준영은 은채에게 “밥 먹을래, 나랑 살래! 밥 먹을래, 나랑 같이 죽을래!”라고 외치던 무혁의 후예다. 

그러나 무혁 이후 이경희 작가의 남자 주인공들은 그만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거나 밀도 있는 서사를 보여주지 못했다. 자신의 존재도 알지 못하는 생부를 위해 을을 위험에 빠뜨렸던 준영 역시 과거의 죄의식과 다가올 죽음에 대한 불안으로 허우적댈 뿐이다. “을이만 살려주시면 내게 허락된 모든 행복을 포기하고 남아 있던 삶도 기꺼이 내 놓겠다”던 그는 막상 을과 재회하고 나자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인정하지 않는 데 급급해 상대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대신 그가 한 일은 을이 자살을 시도하려 한다고 오해했다가 뒤늦게 속았다며 화를 내고, 다큐멘터리를 촬영 중인 을에게 위악적인 태도로 고백하거나 시비를 걸고, 콘서트 무대 위에 갑작스럽게 을을 올려 프러포즈 송을 부르는 바람에 팬들의 비난을 받게 만든 것이다. 그의 사랑이 진심인 것과 별개로, 결과를 생각하지 않거나 상대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만을 어긋난 방식으로 표현하는 준영은 사채업자 못지않게 을의 삶을 피로하게 만드는 존재다.

그래서 [함부로 애틋하게]는 ‘나쁜 남자’라는 판타지의 유통기한이 끝나 버린 시대를 따라잡지 못한 멜로드라마다. 여성들이 ‘쉽게 마음을 주면 안 된다’고 교육받던 과거, 드라마 속 남자들은 여자가 못 이기는 척 자신과 사귈 수밖에 없도록 ‘박력 있게’ 행동했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억지로 손목 잡아끄는 남자와 끌려오는 여자’와 같은 한국 드라마의 폭력성은 국내외에서 비판받을 뿐 아니라 놀림당하기까지 하는 특징이 되었다. 지난 몇 년간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한 드라마인 SBS [별에서 온 그대]의 도민준(김수현)은 고고하되 거칠지 않은 이방인이었고, KBS [태양의 후예]의 유시진(송중기)은 보수적 가치관을 가진 한편 합리적이고 젠틀한 매너를 갖춘 성인 남성이었다는 점은 눈여겨볼 지점이다. 그러나 준영은 다른 남자와 통화 중인 을로부터 휴대폰을 빼앗아 바다에 던지고, “나는 안 보이냐”며 고함을 지르고, 술 취해 주저앉은 을을 발로 걷어찬다. 단지 흥행 결과를 떠나서도, 시대의 변화와 함께 최소한의 업데이트가 이루어진 드라마와 그렇지 않은 드라마는 이처럼 눈에 띄는 차이를 드러낸다. [함부로 애틋하게]의 준영이 아무리 가슴 아픈 사연을 가졌다 해도 그의 ‘사랑’이 설득력을 얻기 어려운 이유다. [미안하다 사랑한다]가 방송된 것은 2004년이었고, 12년이 지났다. 그렇다면 이제는 ‘함부로’ 애틋하거나 ‘혼자만’ 애틋하지 않은, 조금 덜 폭력적이고 조금 더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로맨스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은 2016년이고, 함부로 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지금은 2016년이고 함부로 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핵돌직구 팩트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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