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주대첩에서 강감찬이 걸어 나오면서 '고려는 죽지 않는다, 고려는 승리한다'라는 대사를 하는데 그게 뇌리에 박히더라. 심지어 저는 거란 쪽이니깐 그 말이 꼭 거란 소배압한테 하는 거 같더라. 그게 마치 양규 장군이 부르짖는 소리, 강감찬이 하는 소리, 현종이 부르짖는 소리 같더라. 그 부분은 초기에 찍어둔 거라 연기해야 할 때 몰입하려면 그거 틀어놓고는 몰입했다. 또 하나는 장연우(이지훈 분)가 고려 병사들이 도망가니깐 '길을 잃었는가?'라고 하는 장면이다. 처음의 병사를 그렇게 보내고 다른 병사도 두리번거리고 있으니깐 '자네도 길을 잃었는가?'라고 말한다. 코믹한 장면인데 그게 '고려거란전쟁' 속 이면의 정서가 아닐까 싶다. 코믹했지만 실제로 보여준 건 전쟁의 공포 같은 거다. 그 시대, 보통 사람들이 가질 만한 두려움을 잘 표현한 거 같더라. 병사를 소모품으로 써서 전쟁에 이겨야 하지만 사람살이가 그런 게 아니지 않나. 인간적으로서의 연민, 그런 것들이 너무 잘 표현되어 있더라. 그 장면이 심각하지는 않지만 '고려거란전쟁' 이면의 명장면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대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