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연가’ 황희의 일문일답이 공개됐다
황희는 KBS 2TV 월화드라마 ‘환상연가’에서 뒤틀린 욕망을 품은 서자 사조 융 역으로 변신, 매회 대체 불가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안방을 사로잡았다.
황희는 한 마디로 정의 내리기 어려운 캐릭터를 완벽하게 빚어냈다. 극 초반 사조 융(황희 분)은 모두에게 친절을 베푸는 따뜻한 사람이자 선왕인 아버지를 극진히 모시는 좋은 아들이었다. 이후 그는 자신의 존재가 이복동생 사조 현(박지훈 분)의 자극제에 불과했다는 잔혹한 진실을 알게 됐다. 그때부터 사조 융의 내면 속에 감춰온 어두운 야망이 서서히 피어오르기 시작, 이야기에 쫄깃한 재미와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이렇듯 황희는 인물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와 탄탄한 내공을 바탕으로 평행선 같은 사조 융의 상반된 면면을 설득력 있게 그려나갔다. 이를 통해 시청자들은 캐릭터의 감정을 보다 깊게 헤아릴 수 있던 동시에 서사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다수의 작품으로 차곡차곡 다져온 황희의 눈부신 저력이 발휘된 것이다.
‘환상연가’를 통해 뛰어난 역량을 증명해낸 황희. 배우로서 그가 걸어갈 다음 행보에도 궁금증이 고조된 가운데, 드라마를 떠나보내는 아쉬움과 진솔한 소감이 담긴 그의 일문일답이 소속사 써패스이엔티를 통해 공개됐다. 다음은 황희와의 일문일답.
Q1. 16회를 끝으로 ‘환상연가’가 종영을 맞이했는데, 소감이 어떤가?
A. 16회를 끝으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연기했던 결과물이 비로소 완성됐다. 저에게 있어 너무나 소중한 작품인 ‘환상연가’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음에 감사하다. 특히 연출을 맡으신 이정 섭 감독님께 가장 감사드린다.
Q2. 사조 융은 친절한 미소 뒤에 뒤틀린 욕망을 숨긴 복잡다단한 인물이었다. 이야기에 긴장감을 부여한 사조 융이라는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특별히 준비하거나 연기를 할 때 주안점을 둔 포인트가 있다면?
A. 맞다. 복잡다단하다. 서자이지만 “왕이 되어야만 한다”는 조건이 붙은 사람이다. 그가 겪었을 열등감, 모멸감, 박탈감, 무력감을 매 순간 연기로 표현해 내기는 어렵다. 사람으로 이해하는 시간을 보내고 상황을 상상하고 인물의 편이 되는 과정을 거치면 결국은 심플해진다. 브레이크 없이 왕의 자리에 집착하는 모습만 남겨놨다. 주저함 없이 연기했다.
Q3. ‘환상연가’의 사조 융은 웃음과 재미를 책임진 전작 ‘구미호뎐1938’ 구신주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이 모습만큼은 꼭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생각한 부분이 있는지? 드라마가 끝난 현재, 그 모습을 잘 보여드렸다고 생각하는지도 궁금하다.
A. ‘전작의 캐릭터들과 다른 모습을 보여드려야지’라는 의도를 가지고 연기한 적은 없다. ‘구미호뎐’ 시리즈가 큰 사랑을 받아서 그런지 많은 분들이 착하고 웃긴 구신주의 모습으로 기억하신다. ‘환상연가’ 방송 초반에는 “구신주가 떠오를까 봐 우려했는데 다행히도 생각이 안 난다”라는 글도 봤다. 그리고 드라마 중후반부에 들어서는 악행을 저지르는 사조 융을 욕하는 글들이 꽤 보였다.(웃음) 언제나 스스로의 연기를 질책하지만 그런 댓글과 반응들은 저에게 많은 힘을 주었다. 그리고 저 또한 '환상연가'와 사조 융을 통해 또 하나의 연기 주머니를 얻은 기분이다. 충분히 만족한다.
Q4. 극 중에서 이복형제인 박지훈 배우와는 긴장감 넘치는 대립을 펼쳤고, 모자로 호흡한 우희진 배우와는 애틋한 케미스트리도 선보였다. 함께한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A. 지훈 씨는 대단한 집중력과 유연함, 흡수력을 지녔다. 그리고 정말 순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가진 동생이다. 연기 앙상블을 이루면서 순간순간 같은 주파수에서 둘만 존재한다고 느껴지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있다. 그걸 저는 지훈 씨와 공유했다. 그리고 그게 결과물로도 만족스럽게 나왔다고 생각한다. 여러모로 참 예쁜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다.
우희진 선배님과는 두 번째 작품이다. 저는 이번 청명비라는 캐릭터가 선배님과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했다. 그만큼 치열하게 준비하셨기에 빛났던 거 아닐까. 또 경험에서 나오는 능수능란함은 참 모자란 저를 잘 지탱해주고 끌어주셨다. 똑똑한 아들과 눈치 없는 엄마가 붙으면 중심은 아들이 갖고 있을 것만 같지만 그 반대다. 늘 희진 선배님이 중심을 잡아줬고 저는 의지했다. 너무 감사한 선배님이자 누나다.
강신일 선배님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진짜 눈에서 기를 발산하신다. 연기하면서 너무 즐거웠다. 언젠가 기타를 잡고 노래를 해주셨는데 그 순간 제 눈엔 프레디 머큐리보다 멋있었던 기억이 난다. 또 기회가 되면 함께 연기하고 싶다.
Q5. 황희에게 인상 깊게 남은 ‘환상연가’ 속 장면이나 대사가 있다면? 이유도 함께 말씀 부탁한다.
A. “나는 왕이다” “아사태의 영원한 왕” 캐릭터의 마지막에 대해서 감독님 작가님께 여러 번에 걸쳐 의견을 여쭈었다. 그토록 원하는 걸 실패하고 더 이상 잡고 버틸 지푸라기도 없다면 어떤 선택지가 있을까에 대한 고민. 그게 죽음이라면 당할 것인지 스스로 선택할 것인지 그리고 죽어가면서 욕망과 집착은 내려놓을 건지 끝까지 가져갈 것인지. 이 모든 고민들에 대한 우리의 선택은 저 말 두 마디였다. 육체는 꺼져가지만 내 눈앞에 용포를 입은 내 모습을 본 거다. 기억에 많이 남는다. 윤경아 작가님께 너무 감사드린다.
Q6. 황희에게 ‘환상연가’는 어떤 작품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은가?
A. 시간이 천천히 가길 기도하며 연기했던 작품. 연기하는 게 행복해서 충분히 누리고 싶었고, 매 순간을 기억하려고 했던 작품. 그리고 이정섭 감독님과 윤경아 작가님을 비롯해 함께 한 모든 스태프·배우분들께 감사한 작품이다.
Q7. 데뷔 후 지치지 않고 뚝심 있게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장르나 도전하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A. 지금 드는 생각인데 군인, 운동선수가 해보고 싶다. 저는 진정한 군인, 진정한 운동선수를 보면 너무 존경스럽고 피가 뜨거워지는 걸 느낀다. 드라마도 이보다 드라마틱할 순 없다. 지금 문득 든 생각이다.
Q8. 마지막까지 ‘환상연가’를 애청해 주신 시청자분들에게 인사 부탁드린다.
A. 그동안 ‘환상연가'를 시청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늘 갖고 있는 마음이지만 여러분께서 시청해 주신 덕분에 제가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재미있는 이야기로 인사 드리 겠다.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