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인격(공식적으로는 해리성 정체감 장애 라고 하는 그것) 은
어릴 때 충격적인 사건을 겪은 나머지 극한의 방어기제가 생성돼서 생기는 병이라고 하는데
그 사건을 겪지 않았던 것처럼, 부정적인 감정들을 한데 모아 뚜껑 닫아버리는 것과 비슷함
아버지로 인해 트라우마를 겪은 어린 사조현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주변에 휘둘리지 않고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동시에 남들(특히 아버지)이 원하는 자신의 모습을 악희라는 제 2의 자아로 만들어낸 거겠지
악희는 사조현이 어떻게 지내는지 직관ㅋㅋ이 가능하지만 사조현은 악희가 어떻게 지내는 지 알 수 없었음
사조현이 아는 악희의 모습은 자신과 마주할 때의 모습 뿐임
'마음의 방' 의 배경은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변화하는데
초반에는 악희의 공간에 불러들인다는 인상이 강했음 (그 동굴같은 곳은 사조현의 공간으로는 보이지 않았음)
연월을 만나고 트라우마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면서 점점 성장해감과 동시에
마음의 방도 어느 순간부터 중간에 통로를 두고 양쪽에서 서로가 서로를 마주보는 식의 구조로 바뀜
서로의 위치로 직접 다가가기도 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기도 함
하지만 사조현이 성장할수록, 악희가 그런 사조현을 인정할수록 아이러니하게도 스스로를 부정하는 꼴이 됨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마음의 방 안에서도 밖에서도 악희는 점점 약해져감
'영영 사라질 뻔한 지경에 처해보니 확실히 깨달았어' '놓치고 싶지 않아' '빼앗기고 싶지 않아'
욕심을 낸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이대로는 가지지 못한다는 말 악희는 그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
충타가 경고했던 '사사로운 연심이 스며들면 기운이 약해진다' 는 말도 비슷한 맥락 같음
사조현이 느끼지 않는 감정을 통해 악희가 기력을 얻고 그 에너지로 사조현이 하지 않는 행동들을 했었는데
연월(계라)을 만나고 좋아하게 되면서 그 경계가 희미해짐과 동시에 악희와 사조현 사이에 있던 나름의 균형감도 흔들리게 됨
사조현이 보고 느끼는 것이 악희와 다를 게 없어진다면 악희의 존재는 의미가 없어지는 것ㅇㅇ
한편 기억을 잃은 후로 사조현은 악희도 기억하지 못했는데
둘이 다시 마음의 방에서 만나게 된 이후부터는 아예 악희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게 됨
그 시점부터 마음의 방의 구조는 다시 바뀌어서 바느질까지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김
한껏 '사조현스러워진' 방의 모습을 보면서 난 분열되었던 자아를 되찾아 가는 과정이라고 해석했음
'남들이 원하는 나의 모습' '내가 회피해온 나의 감정' 이 모든 것을 악희라는 존재를 만들어 그쪽에 다 넘겨왔었는데
연월을 만나게 된 후로는 더이상 그럴 필요가 없어졌으니까 ㅇㅇ
그래서 '소멸'엔딩이라기 보다는 '흡수' '통합' 엔딩을 생각하고 있음
사실 애초에 악희는 사조현의 자아의 일부분이 분리되며 생겨난 존재였기 때문에...
악희의 인격이 사조현에 의해 정리될 지 스스로 소멸을 선택할 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지만
어떠한 형태로든 사조현의 일부분으로서 남아있을 거라고 생각해
이걸 어떻게 풀어갈지는 본방을 봐야 알 수 있겠지...
아 물론 이 모든건 드라마를 본 나의 감상의 일부분일 뿐임ㅇㅇ
이중인격 설정 자체도 흔치 않은데 '마음의 방' 연출이 너무 신선해서 드라마 보는 큰 재미 중 하나였다는 얘길 하고 싶었어
악희의 공간> 둘이 공존하는 공간> 사조현의 공간으로 점점 변해가는 걸 시각적 연출로 보여주는게 너무 재밌음 ㅋㅋ
그리고 현악 연기도ㅇㅇ 이 케미(?)를 앞으로 어디서 또 보냐고 ㅠㅠㅠㅠ
아무튼 마지막회를 한껏 기대하며 본방 전 마지막 주말을 마무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