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비평기사인데 좋아서ㅋㅋㅋ
http://entertain.naver.com/read?oid=021&aid=0002285371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면서 얄미운 나비라고 한다. 누구나 한 번쯤은 사랑에 울고, 또 누구나 한 번쯤은 사랑에 웃는다고도 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유행가 가사는 사랑을 이렇게 노래했다. 멜로드라마도 그렇다.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면서 울고 웃는 감정은 매우 특별하면서도 보편적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상처를 딛고 의사가 된 청춘남녀의 성장기를 다룬 SBS 월화미니시리즈 ‘닥터스’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이 드라마는 저마다의 아픔과 상처가 있는 의사들의 사랑을 설득력 있게 그리면서 시청자와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첫째도 현실, 둘째도 현실, 셋째도 현실, 난 오늘만 산다”는 생각으로 철저하게 지금 현재의 삶에 집중하는 홍지홍(김래원)은 국일병원 신경외과 교수이다. 의대를 졸업하고 인턴 시절의 실수로 의사의 길을 포기하고 고등학교 생물 교사로 부임했다가 만난 문제의 전학생 유혜정(박신혜)을 통해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의사였음을 깨닫는다.
유혜정은 엄마의 죽음과 아버지의 재혼 이후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왜? 난 강하니까”라면서 반항기 가득한 학창시절을 보내던 문제학생이었다. 근성이 있고 머리가 좋으면서 주먹도 휘두를 줄 알지만, 홍지홍 선생님과의 만남을 계기로 좋은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위암 수술을 받던 할머니가 의료사고로 죽고 홍지홍 선생님마저 미국으로 연수를 떠나면서 그녀는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린다. 그리고 할머니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선생님과 학생 사이였던 홍지홍과 유혜정은 13년이 흐른 뒤 국일병원에서 재회한다. 미국 연수를 마치고 신경외과 교수가 되어 돌아온 병원에서 신경외과 펠로로 일하는 유혜정을 만나면서 홍지홍은 13년 전에 깨달았던 사랑을 다시금 확인한다. 어렵게 서로의 감정을 확인한 두 사람은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들의 애절한 사연을 접하면서 사랑의 진정성이 무엇인지 깨달으면서 한 단계 성장한다.
홍지홍과 유혜정의 사랑이 달달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유혜정은 할머니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 병원장 진명훈(엄효섭)과 맞서면서 고난을 겪는다. 홍지홍 또한 고아였던 자신을 입양하여 의사로 키워준 아버지이자 국일병원 이사장이었던 홍두식(이호재)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병원 경영권 갈등에 휘말린다. 여기에 하나만 빼앗겨도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 같은 상실감에 사로잡힌 병원장의 딸이자 신경외과 전문의 진서우(이성경)와 승부욕이 강하면서도 감정 절제력이 뛰어난 신경외과 교수 정윤도(윤균상)의 엇갈린 사랑이 결합되면서 갈등이 증폭된다.
유혜정은 할머니의 죽음이 진명훈의 의료 과실이었음이 밝혀져도 세상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절망에 빠지고, 홍지홍은 복수나 응징 그리고 파멸보다 지금 현재를 사랑하면서 살자고 그녀를 위로한다. 두 사람이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은 복수와 포용으로 갈라지지만, 결국은 사랑으로 통할 것이다. 사랑은 언제나 옳기 때문이다. 유혜정에 대한 콤플렉스를 뒤늦게 밝히고 한 단계 성장하는 진서우, 악의 없이 순수하게 사랑을 실천하는 정윤도 또한 그렇다. 진정한 사랑이 진정한 자아를 만나게 해준다는 주제의식이 분명하니, “병원에서 의사들이 연애하는 이야기”라는 일부의 비난이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 배우들의 사랑스러운 연기는 덤이다.
충남대 교수·드라마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