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후기(리뷰) 밤피꽃 지금 보니 첫회차에 여화의 삐뚤빼뚤 난치기는 여화 그 자체였구나ㅠ
2,526 10
2024.02.11 02:28
2,526 10

여화는 꽃을 피우기 전 쓰임새가 다 해 햇볕도 들지 않는 방에 방치된 난이야


난은 한 방향에서 꾸준히 들어오는 채광이 있어야만 곧고 힘차게 자라나고 꽃도 피우지


그런데 여화는 들여오자마자 그늘진 방구석에 방치돼서

세상의 파편같이 아주 작은 햇볕을 쫓아 자라느라

줄기가 구부정하고 들쭉날쭉한 모양이야

그리고 모순적이게도 이렇게 스스로 길을 찾아나섰기에

늘 푸르른 창포잎을 닮은 검으로 약자를 살리고 스스로를 살리는 복면활동을 하게 됐고

제 가치를 잊지 않고 간직할 수 있었지


극초반에 부인들 앞에서 여화가 씩씩하게 붓으로 잎을 그려댈 때 다른 부인들은 못 생겼다고 실패작이라고 비웃지만

그건 바로 삶을 위해 끊임없이 투쟁해온 여화의 흔적이자 자화상인거지


그래서인지 10화 속 여화는

석정이 돌아오고 알록달록한 부녀자 한복을 다시 입으면서

외적 아름다움은 회복했지만 매우 어색하고 불편해보였지

여화의 삶은 난 끝에 달린 꽃이 아니라 빛을 쫓는 줄기 그 자체였으니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기분이 들 수 밖에




그리고 또 울드에서는 꽃잎차 독살이라는 장치로

꽃잎의 가치를 아름다움이 아닌 한철 반짝였다 사라지는 죽음으로 강조하는데

이건 또 호판부인의 삶으로 이어짐


호판부인은 아름다운 꽃을 피운 후에도 정갈한 모양새로 유명한 난임

살아있는 내훈이라는 호칭만으로도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알만하지

그 으리으리한 집안에서 필요로 하는 꽃이 되기 위해 어릴 때부터 뿌리가 묶이고 잔가지나 이파리는 잘려왔을 것이며 그것이 당연한 순리라 여기고 살아왔을 것임

제 뿌리에서 난 잡초 강필직은 단주가 되어 줄기로서 살아갈 수 있단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말이지


예쁜 꽃이 돼야한다는 순리가 당연치 않았다는 사실에 신물을 느끼고 후회하는 그 심정은

좌상과 이를 갈면서 독대하는 장면에 다 담겼다고 생각함


그 역할을 하고도 고작 호판부인이라니 셈이 맞지 않는다


선왕 시해를 위해 스스로 독을 품은 꽃을 피워 비싼 값에 거래되길 자처했으나

이제서야 돌아보니 내 삶의 가치는 꽃이 아니라

꽃이라는 장식을 피웠다 떨군 뿌리과 줄깃잎에 있었다는 것

그리고 이를 진작 깨닫지도 인정받지도 못했던 그 과거가 너무 부당하다는 것

이 모든 분노를 축약하는 대사 한 줄

셈이 맞지 않는다…




결국 드라마의 총체적 주제로 돌아가서 얘기해보자면

옛말에 아름다운 여성은 한떨기 꽃잎 같다고 비유하잖아

결국 이 말에는

똑같은 뿌리에서 태어난 여성들이

혼인을 위해 억지로 피운 꽃으로만 가치를 평가받고

열매를 맺은 뒤엔 져버린 생명 취급받던

그 시대상의 모순이 담겨있단 말이지


그리고 울드는

꽃보다 줄기로 살아가길 택한 여화

꽃으로 살다가 썩어버린 난경 (호판부인)

과부가 되어 꽃을 떨구고 용덕과 다시 햇볕을 쫓아가는 새순 백씨부인 등등

다양한 난의 형상을 통해 그 시대에는 못 이뤘지만 지금은 추구할 수 있는 지향점을 보여주는 듯


우리 여화 장하다!!!!!!!

목록 스크랩 (5)
댓글 10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영화이벤트] 마침내 밝혀지는 괴도 키드의 진실!? 영화 <명탐정 코난: 100만 달러의 펜타그램> 예매권 증정 이벤트 908 07.08 38,132
공지 더쿠 이미지 서버 gif -> 동영상 변환 기능 적용 07.05 142,665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1,294,731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4,975,959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6,046,322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2,276,000
공지 [필독]성별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 차단📢] 16.05.21 23,532,204
공지 알림/결과 💥💥💥💥💥요즘 싸잡기성글 너무 많아짐💥💥💥💥💥 17 06.06 234,369
공지 알림/결과 📺 2024 방영 예정 드라마📱 92 02.08 932,795
공지 알림/결과 📢📢📢그니까 자꾸 정병정병 하면서 복기하지 말고 존나 앓는글 써대야함📢📢📢 14 01.31 920,488
공지 잡담 (핫게나 슼 대상으로) 저런기사 왜끌고오냐 저런글 왜올리냐 댓글 정병천국이다 댓글 썅내난다 12 23.10.14 1,229,253
공지 알림/결과 한국 드라마 시청 가능 플랫폼 현황 (1971~2014년 / 2023.03.25 update) 15 22.12.07 2,171,312
공지 알림/결과 ゚・* 【:.。. ⭐️ (੭ ᐕ)੭*⁾⁾ 뎡 배 카 테 진 입 문 🎟 ⭐️ .。.:】 *・゚ 153 22.03.12 3,187,465
공지 알림/결과 블루레이&디비디 Q&A 총정리 (21.04.26.) 2 21.04.26 2,388,894
공지 스퀘어 차기작 2개 이상인 배우들 정리 (7/1 ver.) 160 21.01.19 2,561,014
공지 알림/결과 OTT 플랫폼 한드 목록 (웨이브, 왓챠, 넷플릭스, 티빙) -2022.05.09 237 20.10.01 2,572,284
공지 알림/결과 만능 남여주 나이별 정리 247 19.02.22 2,616,266
공지 알림/결과 ★☆ 작품내 여성캐릭터 도구화/수동적/소모적/여캐민폐 타령 및 관련 언급 금지, 언급시 차단 주의 ☆★ 103 17.08.24 2,543,845
공지 알림/결과 한국 드영배방(국내 드라마 / 영화/ 배우 및 연예계 토크방 : 드영배) 62 15.04.06 2,808,889
모든 공지 확인하기()
4382 후기(리뷰) 놀아여 기억나는 대로 방영분(1-8화)까지 원작과 비교.txt 11 18:24 565
4381 후기(리뷰) 선업튀 만약 그 때 벨을 누르지 않았다면 (상플 싫은 사람 주의) 24 09:04 809
4380 후기(리뷰) 선업튀 상플 savior 15 ( 태초 솔선이 서로를 만났다면?) 9 05:05 833
4379 후기(리뷰) 놀아여 서지환은 현우가 죽었다 말하지만 행동은 현우처럼 하는걸 10 07.09 914
4378 후기(리뷰) 선업튀 상플 savior 14 ( 태초 솔선이 서로를 만났다면?) 8 07.09 832
4377 후기(리뷰) 놀아여 택이하고 연이 대화 할때 서지환 표정 미치겠다 14 07.08 964
4376 후기(리뷰) 선업튀 상플 savior 13 ( 태초 솔선이 서로를 만났다면?) 10 07.08 1,211
4375 후기(리뷰) 놀아여 3화에서 야옹이네 호텔 들어갈 때 숨 푹 쉬고 가길래 왜저러지 그랬는데 7 07.07 793
4374 후기(리뷰) 역린 생각보다 재밌다 07.07 417
4373 후기(리뷰) 놀아여 3,8화 복습하면서 지환 은하가 은근 동류라고 느끼는 점 5 07.07 1,189
4372 후기(리뷰) 탈주 보고왔다 이제훈 송강 구교환 셋이 임팩트 개쎔 (후기 길어용) 3 07.06 689
4371 후기(리뷰) 커넥션 올해 제일 재밌게 본 드라마 07.06 835
4370 후기(리뷰) 탈주보고온 후기(ㅅㅍ) 6 07.05 721
4369 후기(리뷰) 탈주 불호였던 부분 12 07.05 854
4368 후기(리뷰) 선업튀 상플 savior 12 ( 태초 솔선이 서로를 만났다면?) 14 07.05 947
4367 후기(리뷰) 하이재킹보고 탈주보면 슬퍼져ㅠㅠ (positive) 07.05 603
4366 후기(리뷰) 선업튀 상플 savior 11 ( 태초 솔선이 서로를 만났다면?) 12 07.04 1,443
4365 후기(리뷰) 멸망 어느날 우리집 현관으로 멸망 대본집이 들어왔다.(스포유) 16 07.03 808
4364 후기(리뷰) 화인가스캔들 달리는 덕 없어!!? 볼만하네 7 07.03 1,562
4363 후기(리뷰) 핸섬가이즈 메가박스 코엑스 GV 후기 8 07.03 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