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사정은 극 중 거란의 2차 침공 당시 서경성 전투에서 전세가 불리하게 흘러가자 함께 성을 지키던 대도수(이재구 분)에게 야율융서를 양동으로 치자고 제안하고는 자신의 살 길을 위해 도망치는 인물이다. 덕분에 대도수는 거란군에 잡혀 목숨을 잃게 됐다. 이런 가운데, 현종(김동준 분)이 거란의 2차 침공을 막아내고 나서 전란에서 있었던 일을 모두 용서하자 탁사정의 얄미운 행동이 부각됐다. 바로 반성은 하지 않고 적반하장으로 자기의 자리를 더 공고하게 만들기 위해 현종을 끊임없이 압박한 것. 그렇게 탁사정은 유배를 가면서 20회부터 극에서 하차했다.
탁사정을 그려낸 배우 조상기는 인물의 얄미움을 더욱 극대화시키는 연기로 많은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했다. 그간 다양한 작품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여왔던 공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N인터뷰】①에 이어>
-이번 작품 제안은 어떻게 받게 된 건가.
▶제가 마흔이 된 이후에 결혼도 하고 나서 작품이 많이 줄고 주춤했었다. 그래도 고정은 아니더라도 조금씩 나오는 역할로 어떻게든 연기의 끈은 놓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이렇게 포커스를 받는 작품은 정말 오랜만에 한 거였다. 제가 곧 있으면 연기를 한 지 30년이 되는데, 사실 '미지왕'으로 데뷔하고 나서는 오디션을 봐본 적이 없었다. 감독님 미팅을 보거나 대본 제의가 들어오면 제가 거절을 하는 입장이었지 작품을 찾아서 다닌 적이 별로 없었다. 근데 결혼하고 작품이 줄어드니깐 배우가 감 떨어지기를 기다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바람이 안 불면 노라도 저어야 되는 거 아니겠나. 근데 막상 오디션 기회가 있으면 제가 문 두드리러 다닌다는 게 처음에는 창피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저희 소속사에서 '고려거란전쟁'이라는 작품이 한다는데 오디션 한 번 보시겠냐고 하더라. 그렇게 오디션을 봤는데 감독님이 1차에서 저한테 "너무 잘 아는 배우인데 이렇게 오디션에 와주셔서 감사하다"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러다 일주일이 지나고 2차 오디션에 다시 한 번 와달라고 연락이 왔다. 그런데 이후에 2차 오디션이 취소가 됐다고 또 연락을 받아서 '그래, 이 작품을 못하게 됐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한 2주 뒤에 탁사정이라는 배역에 오디션 없이 정해졌다는 이야기를 전달 받았다. 나중에 캐스팅 디렉터분이 저희 소속사에 8회 정도 나올 수 있는 분량인데 괜찮냐고 하시더라. 근데 괜찮은 게 어딨겠나. 너무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렇게 만나게 된 탁사정이라는 인물로 다시 한 번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않았나.
▶'고려거란전쟁'을 인터넷에 쳐보면 탁사정에 대한 이야기가 정말 많더라. 유튜브에 검색을 해봐도 탁사정에 대한 역사 이야기가 정말 많이 올라와 있더라. 그만큼 관심을 가져주시고, 이만큼 보여지는 배역이라는 점이 너무 감사했다. 정말 대하사극에는 인물들이 많지 않나. 그 중에서도 눈에 띄었다는 점에서 너무 감사하고 영광이었다.
-그만큼 탁사정으로 욕을 많이 먹었지 않나.
▶사실 배우 입장에서는 댓글 같은 걸 많이 보면 안되지만 실시간 톡 같은 거는 저도 볼 수밖에 없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 싶어서 볼 수밖에 없는데 시청자분들의 심한 욕설도 있었지만 욕하시는 게 그렇게 나쁘지는 않더라. 배역에 대한 욕이라는 것도 있지만 관심이지 않나. 키보드 하나 치는 것도 사실은 일이다. 그렇게라도 제게 시간을 할애해 주시는 건데 고마운 거라고 생각이 들더라.
-촬영을 더운 여름을 거쳐 겨울까지 이어갔는데, 갑옷을 입거나 얇은 한복을 입고 촬영을 해야 해서 힘들지는 않았나.
▶진짜 고생했다. 근데 다행히 갑옷이 진짜 쇠는 아니고 플라스틱이거나 고무 재질이었다. 그래도 무게는 엄청 났다. 한 10㎏은 넘어갔을 거다. 근데 KBS 의상팀에게도 너무 감사한 게, 이때까지 사극과는 다르게 여름이 되니깐 기본 베이스로 입는 옷들을 다시 린넨 소재로 바꿔주셨다. 그리고 겨울이 되니깐 기본 의상 안에는 털이 달린 걸로 바꿔주셨다. 신발도 털이 달린 걸로 바꿔주셨는데 이렇게 추위와 더위에 신경 써주는 사극 의상팀은 처음 봤다. 사극은 정말 출연 배우가 어마어마하게 많다. 근데 그 고정 배역들 옷을 다 그렇게 한 번씩 다시 제작을 해준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너무 감사했다.
-현장의 분위기가 꽤 좋았던 건가.
▶감독님이 저희에게 스트레스를 안 주려고 편안하게 해주시려 했다. 원래 선장이 약간 고집부리고 짜증 내면 현장의 스태프들 분위기가 쫙 가라 앉는다. 근데 우리 선장은 온화하니깐 좀 더 좋은 게 있었다. 또 저희가 대하사극치고는 출연 배우 연령층이 되게 낮았다. 예전에 보면은 대하사극을 찍는다고 하면 젊으면 50대고 30대는 거의 찾아볼 수도 없었다. 근데 저희는 최수종형만 60년대생 초반이고 전체 배우들 중에서는 70년대생 후반과 80년대생 초반이 많이 섞여 있었다. 그러다 보니깐 너무 다들 편했다. 게다가 다들 자기 연령대가 아닌 나이의 배역 연기를 하는데 너무 잘 소화하더라. 그만큼 연기력의 기반이 있으니깐 더 호흡이 잘 나오더라.
-그 외적으로는 어려웠던 부분은 없었던 건가.
▶제가 정전 장면을 실내 세트장에서 찍을 때였다. 귀주대첩 장면을 이미 여름에 밖에서 찍고 있었는데, (강민첨 역의) 이철민형이 "누구는 팬티까지 다 젖어가면서 촬영하는데 날로 먹네, 너무 한다"라고 하시더라. 근데 철민이형이 정전 장면을 이후에 몇 번 찍더니 저한테 "너네들 다 날로 먹는다고 생각했는데 정전만 들어오면 죽을 것 같아"라고 하셨다.(웃음) 정전 장면을 찍을 때는 한 신을 찍을 때 정말 오래 찍는다. 특히 힘을 줘야 하는 장면 같을 경우에는 6시간씩 찍을 때도 있었다. 배우가 많다 보니깐 배우 각각 리액션, 그룹 지어서 리액션, 왕 대사, 각 배우 대사, 또 풀샷, 전방 풀샷, 후방 풀샷을 찍어야 했다. 그래서 농담식으로 감독님한테 "저 군대 제대 후에 이렇게 오래 서 있었던 건 처음인 것 같아요"라고 할 정도였다. 하루는 정전 장면을 찍고 집에 갔더니 다리가 땡땡 부어서 다음 날에 자고 일어났는데 종아리가 엄청 부어있었다. 진짜 이렇게까지 서 있어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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