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 : 웬 백팩? 못 보던 거네.
우진 : 봤던 거 아니고?
사무엘 : 어? 어디 갔다 오는 거야?
우진 : 하... 일.
사무엘 : 일? 오늘 휴일 아니야?
우진 : 그 일 말고. 우리가 하던 일.
사무엘 : 우리... 그 일은 당분간 쉬기로 한 거 아니었어?
우진 : 그랬는데.
사무엘 : 어.
우진 : 내 눈 앞에 어떤 호구가 나타나더라고.
사무엘 : 아, 너 그 일을 혼자 하고 있었던 거야? 그 힘든 일을 왜 혼자 하고 있었어!
우진 : 너 걱정돼서.
사무엘 : 그래서 이번엔 누군데?
우진 : 있어. 택시기사.
사무엘 : 택시기사? 택시기사한테서 돈을 뜯은 거야?
우진 : 아니. 택시기사 내연녀한테서. 기사는 돈이 별로 없더라고.
사무엘 : 음. 그 내연녀는 돈이 좀 있었어? 뭐 하는 사람인데?
우진 : 뭐 하는 사람이긴. 바람 피우는데 썅년이지. 아, 특이한 게 하나 있었다.
사무엘 : 뭔데?
우진 : 우리 아파트 살더라?
사무엘 : 우리 아파트?
우진 : 응. 놀랍지?
사무엘 : 우리 아파트라고?
우진 : 내연녀 남편은 포항에서 연구원 하면서 주말마다 왔다갔다 하는 거 같고. 응. 멀쩡하게 생겼더라. 근데 많이 외로웠나? 왜 능력 있는 남편 두고 택시기사랑 바람을 폈지?
사무엘 : 너 지금 뭐 하자는 거야?
우진 : 너가 묻는 말에 대답하고 있는데? 솔직하게?
사무엘 : 그러니까 그 택시기사가... 나니?
우진 : 어.
사무엘 : 증거 있어? 증거라고 할 만한 게 있을 리가 없을텐데.
우진 : 증거 있지. 둘이 버젓이 같이 집에 들어가던데. 그럼 빼박 아닌가? 이번 미행은 너무 쉬웠어. 내가 고생할 필요가 없었던 게... 바로 옆집이잖아, 이 씹새끼야!
사무엘 : 너 아무래도 안 되겠다. 너 정신 상담 좀 받아 봐야겠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나를 미행했어? 그것도 모질라서 아무 죄 없는 사람을 협박했어? 니가 뭔데? 너 이번에 완전히 잘못 짚었어. 너 아주 큰 사고 친 거야.
우진 : 사고는 니가 쳤지. 궁금해? 돈이 들었을지 안 들었을지? 나도 궁금하다. 나 아직 안 열어봤거든? 근데 진짜 안에 돈이 들었으면 우리 어떡하냐?
사무엘 : 너 이딴 짓거리 하기 전에 나한테 먼저 물어볼 생각은 안 해봤어?
우진 : 안 해봤겠냐? 근데 니가 할 말이 너무 뻔하던데? 이거 같이 열어보면 되겠네. 안에 뭐가 들었는지.
사무엘 : 내가 장담하는데 이 안에 돈 안 들었어. 우리 아무 사이도 아니거든. 너 어떡하냐? 돈 못 벌어서? 너 돈에 환장했는데? 어? 아무리 옆집이어도 미행하느라고 고생 깨나 했을텐데 어떡해?
우진 : 오케이. 그럼 열자.
(백팩을 여는 우진.)
우진 : 돈이 나오네? 그것도 졸라 많이?
사무엘 : 왜 돈이 들었어... 이씨.
우진 : 돈이 나올만 하니까 나오겠지!
사무엘 : 너 이 사람한테 뭐라고 협박했길래 이 사람이 너한테 돈을 줘?
우진 : 뭘 뭐라 그래? 우리가 맨날 쓰던 협박문 그대로 복붙했는데!
사무엘 : 너는... 악마야. 알아?
우진 : 알아. 내가 번 돈이야. 손대지 마.
사무엘 : 아으으씨! 아악... 아아씨! 갈 데까지 가보자는 거지? 그래, 갈 데까지 가보자.
우진 : 우리가 갈 데가 더 있냐? 어?
사무엘 : 우진, 너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이렇게 대해? 너 왜 그렇게 떳떳해?
우진 : 뭔 소리야? 그냥 빌어도 모자랄 판에.
사무엘 : 나 그날 다 봤어! 2년 전에, 너 가출했던 날...
(비 오는 집.)
사무엘 : 나 그날 다 봤어. 그날 너 걱정돼서 따라가 봤었거든. 좋은 호텔로 들어가더라? 그 호텔 앞에서 혼자 별의별 생각을 다 해봤어! 따라 들어가볼까? 차라리 나만... 나만 모르는 게 낫지 않을까?
우진 : 그냥 따라오지 그랬냐?
사무엘 : 한시간 정도 기다리니까 나오더라고. 너 그날 거기... 누구랑 있었어?
우진 : 그냥 친구 만나러 갔던 거야.
사무엘 : 그냥 친구 만나러 호텔에 가? 그 친구랑 잤어?
우진 : 내가 솔직히 말하면 너도 그럴래?
사무엘 : 그래.
우진 : 딱 한번이었어.
사무엘 : 잤구나, 그 친구란 놈이랑. 누군데?
우진 : 정기석.
사무엘 : 니 전 남친?
우진 : 근데 맹세코 딱 한번 뿐이었고 아무 감정 없었어.
사무엘 : 감정이 없는데 어떻게 자?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너 짐승이야?
우진 : 내가 백번 천번 잘못했어. 나도 후회하고 있어. 변명 안 할게.
사무엘 : 그냥 변명해! 왜 변명을 안 해? 너 밤새도록 변명해도 모자라.
우진 : 미안해. 잘못했어.
사무엘 : 너 니가 무슨 짓을 했는줄 알아?
우진 : 이제 니 차례야. 너도 솔직히 말해.
사무엘 : 나는 뭐 말할 거리가 없는데?
우진 : 솔직해! 나도 솔직했잖아!
사무엘 : 뭐가 알고 싶은 건데? 잤는지 안 잤는지? 난 안 잤어!
우진 : 말이 되는 소릴 해. 같이 집에 들어갔는데 아무 일 없었다고?
사무엘 : 어. 아무 일도 없었어. 우리는...
우진 : 우리? 아~ 우리야?
사무엘 : 우리는 청소 메이트야. 그냥 청소를 같이 했어!
우진 : 하! 청소?
사무엘 : 둘다 청소에 진심이어서 각자 집 대청소할 때 도와줬어. 그게 다야! 아무 짓도 안 했어.
우진 : 우리 집에도 왔었냐?
사무엘 : ...어.
우진 : 이거 완전 미친 새끼네! 그 여자가 내 화장품, 내 옷, 내 팬티까지 다 봤겠네? 그 여자가 내 이불 만졌어? 말해.
사무엘 : 서로 청소를 하다 보니까...
우진 : 이거 완전 사람 뒤통수 제대로 치네?
사무엘 : 니가 쓸데없이 이렇게 생각할까봐 일부러 말 안 했던 거야. 근데 우린 청소밖에 한 게 없어. 정말이야!
우진 : 청소만 했는데 왜 이렇게 큰돈을 줬을까? 너 치사하게 끝까지 숨을래?
사무엘 : 내가 뭘 숨고 있다는 건데? 지금 팩트대로 다 얘기하고 있는데.
우진 : 그럼 그때 옆집 가서 30분 동안 뭐 했냐? 그때도 야밤에 같이 청소했냐?
사무엘 : 그날은 몸이 안 좋으시다길래 약 좀 챙겨주고 그냥 잠들 때까지 조용히 지켜보다가 나왔어. 그게 다야. 그 정돈 해줄 수 있지 않아? 모르는 사람도 아닌데?
우진 : 옆집 여자가 아프다고 누가 약을 사다주고 재워줘! 너 그 여자 사랑했구나? 대답해봐! 사랑했어?
사무엘 : 어, 좋아했어. 솔직히 나, 대화할 사람이 필요했어. 넌 내 말 안 듣잖아. 근데 그 사람은 나랑 대화를 해주더라고. 그 사람 보니까, 내가 얼마나 외로운 사람이었는지... 알겠더라고. 민수씨 덕분에.
우진 : 외로웠어? 갚을 빚이 얼만데 외로웠어? 너 책임감 없이 퇴직하고 사업하다 망해서 우울하니 어쩌니 빌빌거리는 동안 난 이 가정 지킬려고 쉴 틈 없이 일했어. 그래서 외로울 새가 없던데, 나는?
사무엘 : 그래, 너만 가정 지킬라고 애썼네! 그치? 나는 뭐 좆도 안 했고. 어? 너 니가 얼마나 사람 눈치 보게 만드는 줄 알아? 내 00가 왜 안 섰겠냐? 어? 생각이라는 걸 좀 해봐! 너 같이 습관처럼 남 깔아뭉갤라고 애쓰는 사람한테 누가 하고 싶어서 00가 서겠냐?
우진 : 그래. 그러니까 나도 정기석이랑 한 거 아니야. 정기석은 내가 아무리 깔아뭉개고 욕해도 나만 보면 꼴려하더라고?
사무엘 : 어, 나도 민수씨 보니까 꼴리더라.
우진 : 이제야 진실을 말하네. 꼴렸어?
사무엘 : 그래. 꼴렸어. 10분에 한번씩 변하는 니 기분 맞춘다고 나 막 조마조마, 안절부절 막, 와... 막 협심증 걸릴 것 같았는데! 와, 나 배려해주고 내 기분 신경 써주는 사람 만나니까 너무 안정돼서 막... 꼴리던데? 그래도 나는 너처럼 더럽게는 안 놀았어!
우진 : 그래? 존나 깨끗하셨어? 너 그 여자 생각하면서 0친 적 있어 없어?
사무엘 : 하으으...
우진 : 대답 못하는 거 보니까 있나보네. 아주 존나 깨끗하셔?
사무엘 : 너는 정기석이랑 할 때 몇 번 했어? 할 때 콘돔은 꼈냐?
우진 : 작작 해. 난 너처럼 질퍽하게 감정에 젖어서 비련의 남주인공 같은 지랄은 안 떨었어! 2년 동안 씨발 물어보지도 못한 주제에 뭐? 콘돔 꼈냐고? 콘돔 안 꼈다, 씨발 뭐 어쩔 건데!
사무엘 : 더러워.
우진 : 니가 더 더러워. 겉으론 착한 척 다 하면서 속으로는 남의 집 와이프 상상하면서 0이나 치는 주제에! 몸은 나랑 있으면서 정신은 거기 가 있었겠지. 그게 더 기만이야.
사무엘 : 하, 기만? 너가 기만의 뜻을 모르나본데, 너처럼 꼴릴 때 아무나랑 하는 게 그게 기만이야!
우진 : 차라리 그냥 한번 하지 그랬냐? 난 그게 훨씬 더 이해가 될 것 같은데. 아~ 옆집 가서도 안 섰구나? 그러니까 못했겠네. 잘 섰으면 너도 진작했겠지!
사무엘 : 하...
우진 : 뭐 하는 짓이야? 왜 이래?
사무엘 : 내 00가 안 선다고? 보여줄게. 봐봐.
우진 : 미쳤어?
사무엘 : 어, 그래! 미쳤다. 야~ 짐승이랑 얘기를 하니까 짐승이 되네. 미치는 게 좋은 거였구나! 씨발, 봐봐!
우진 : 00 있다고 유세 떠냐?
사무엘 : 놔봐. 씨, 봐봐. 내 00 서는 거 너한테 꼭 보여줄게. 너 00 좋아하잖아. 봐봐!
우진 : 그만해!
사무엘 : 섰지? 섰지? 만지지 마!
우진 : 그만해!
사무엘 : 너, 씨발 내 몸에 손대지 마. 야! 좋아, 봐봐! 섰잖아! 봐봐.
우진 : 야, 씨발 섰네. 한번 만져도 되냐?
사무엘 : 니 앞에서도 섰어! 나도 이제 짐승이네? 하하하!
(쨍그랑.)
우진 : 뭐야? 돌? 야! 누가 돌 던졌어!
(백팩 가져가려는 사무엘.)
우진 : 씨. 이거 완전 바닥 보이네? 이 와중에 이걸 챙겨?
사무엘 : 니가 친 사고 수습할라고 하는 거 아니야!
우진 : 내가 번 돈이야! 손대지 마!
사무엘 : 이거 니 돈 아니야. 이거 민수씨 돈이야!
우진 : 바람핀 년이 준 돈이 내 돈이지 그럼!
사무엘 : 바람 안 피웠으니까 돌려주려는 거야!
우진 : 너 도대체 누구 편이야! 놔!
사무엘 : 놔!
우진 : 놔!
사무엘 : 놔!
우진 : 놔! 이씨!
사무엘 : 아아아아악!
(사무엘에게 옷 던지는 우진.)
사무엘 : 하지 마. 하지 마! 하지 마! 하지 마! 하지 마! 하지 마! 야 씨! 야! 누구는 뭐 이씨! 화가, 화가 없어서 화를 안 내고 사는 줄 알아? 왜! 왜 착한 사람 화를 내게 만들어!
우진 : 빨래 잘하신다! 다시 말려서 니가 개라!
사무엘 : 내가 니 개냐? 니가 개! 니가 개! 니가 개! 너 빨래 갤 줄은 아냐?
(몸으로 사무엘을 치는 우진.)
우진 : 쳐. 쳐. 때려!
(대본집 소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