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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사말 [씨네21] '사랑한다고 말해줘' 신현빈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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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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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를 하는 사진을 찍기 위해 신현빈이 카메라 앞에 섰다. “우리, 함께, 좋아해요, 고마워요”라고 말하면서 양손을 쥐었다, 펼쳤다, 흔들기를 반복했다. 아주 능숙한 손놀림이었다. <사랑한다고 말해줘>에서 신현빈이 연기한 신인배우 모은도 수어를 쓴다. 애인이자 화가인 진우(정우성)에게 청각장애가 있기 때문이다. 둘의 인연은, 제주 카페에서 화재 사고가 났을 때 모은이 진우를 구해주면서 시작된다. 서울에서 재회한 두 사람은 많은 말 없이도 서로 마음이 통한다는 걸 느끼며 가까워졌다가 말을 하지 않아 생기는 오해와 착각 속에 멀어진다. 그럼에도 서로를 이해하는 일을 멈추지 않아 다시 결속된 관계는 모은을 자신감 있는 연기자로, 진우를 도전적인 창작자로 성장하게 한다.


특유의 우아한 분위기를 풍기는 신현빈은 고전적인 멜로드라마의 여자주인공 역할에 천연덕스럽게 녹아들며 멜로 장르의 감수성을 극대화한다. 2010년 <방가? 방가!>로 데뷔했을 때부터 강점으로 평가받은 낮고 안정적인 목소리 톤과 정확한 발음으로 어느 때보다 강력한 존재감을 발하며 투톱 주연 중 한명으로서 무리 없이 극을 끌어갔다. 지난 1월16일 종영한 <사랑한다고 말해줘>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스튜디오를 찾은 신현빈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느림보 ‘장겨울 쌤’ 그리고 모은과 달리 재빨랐다. 배우 신현빈과 자연인 신현빈은 같은 듯 달랐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미란과 <너를 닮은 사람>의 해원처럼 침울한 분위기를 풍기지 않고 <재벌집 막내아들>의 차가운 서민영 검사가 맞나 싶을 만큼 쾌활했다. 신현빈은 어떤 사람, 어떤 배우일까. 말할 때의 입모양에 집중하며 배우 신현빈과 사람 신현빈 사이 간격을 헤아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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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한다고 말해줘>가 종영한 지 일주일이 넘었다. 지금 시점에선 어떤 작품으로 남아 있나.

= 여러모로 새로운 작품이었다. 오직 한 사람에게만 집중하는 연기를 해야 했는데 그때마다 느낀 ‘집중하는 감각’ 자체가 새로웠다. 그 순간의 내 얼굴에서 그동안 보지 못한 표정을 발견한 것 역시 그랬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적확하게 표현하는데도 왜 어떤 사람과는 그토록 말이 안 통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던 시기에 <사랑한다고 말해줘>가 내게 와줘 감사하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상대를 오래도록 깊게 바라봐야만 한 사람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 이 드라마가 농인과 청인의 특별한 로맨스로 다가오지 않았던 건 모은이 장애인과의 사랑을 위해 희생하는 비장애인으로 그려지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는 그렇지만 작품 선택을 앞뒀던 당시에는 고민이 깊었을 것 같다.
= 주인공들의 장애 유무가 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대본을 처음 읽을 때부터 이 작품은 내게 33살 여자와 44살 남자가 연애하는 이야기였다. 물론 합류한 뒤에는 혹여 장애를 과장하거나 미화하는 부분이 있는 건 아닌지 모든 스탭과 매 장면을 꼼꼼히 점검했다. 한달 넘게 결정을 못 내린 이유는 따로 있었다. 거의 모든 대사를 내가 다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가장 컸다. 현장에서 나 혼자 소리를 내는 게 어색하진 않을지, 시청자가 내 목소리만 들어 지겹지는 않을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이런 고민과 함께 오랫동안 대답을 못 드려 죄송하다는 말을 우성 선배에게 전했는데 “이 작품이 만들어지기를 10년 넘게 기다린 내게 이 정도의 기다림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답이 돌아왔다.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정우성이 14년 전 동명의 원작 일본 드라마의 리메이크 판권을 샀으며, 정우성과 이정재가 함께 설립한 아티스트 스튜디오가 공동제작을 맡았다.-편집자) 그 말에 안심했고 선배가 있다면 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차올랐다.



- 그동안 했던 작품 중 상대 배우 얼굴을 가까이서 가장 오래 바라본 작품이지 않을까 싶다. 정우성 배우의 얼굴을 어떻게 기억하나.
= 외형적인 특징을 발견하기보다는, 어떤 능력이 생겼다. (웃음) 얼굴을 슬쩍 보아도 우성 선배가 지금 졸린지, 배고픈지를 나는 정확하게 알 수 있다. 그건 선배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어떤 자리에 굉장히 지친 상태로 참석했는데 모두가 내게 얼굴 좋아졌다는 얘길 하는 거다. 그런데 선배만 유일하게 내 얼굴을 보자마자 피곤해서 어떡하냐고 그러더라. 순간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다. 선배뿐만 아니라 글씨 쓰는 소리, 거리 풍경처럼 그냥 스쳐 지나가는 것들에 신경 쓰게 된 걸 보면 아무래도 작품을 하면서 관찰자의 눈과 귀를 가지게 된 것 같다.



- 모은의 관점에서 보면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용기에 관한 이야기처럼 보인다. 모은은 사랑, 커리어, 가족에 있어 용기를 냈다가도 주저하고 그럼에도 다시 용기를 내서 결국 나아간다. 우선 모은은 진우와 가까워지기 전부터 수어를 익히고 그에게 콘서트와 전시회에 함께 가자고 먼저 제안한다.
= 늘 용기 있다기보다는 어떤 순간에 용기를 낼 줄 사람이 모은 같다. 타인과의 사랑에서 큰 상처를 입었음에도 다시 사랑하기를 선택한 진우의 관점에서 봐도 이 드라마는 용기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모은이 먼저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건 처음부터 고마움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경청할 줄 아는 진우가 편안한 사람으로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 그런 모은이 진우가 옛 연인인 서경(김지현)과 함께 있을 때는 언제나 숨어버린다.
= 모은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를 나도 참 오래 생각했다. 서경과 진우는 오래전에 끝난 사이이고 그럼에도 뭔가가 불안하면 진우와 직접 해결하면 될 텐데 말이다. 아마도 모은은 수어로 완벽하게 소통이 가능한데도 헤어진 두 사람을 보며 진우와의 미래에 큰 불안감을 느꼈을 거다. 모은이 워낙 참고 배려하는 데에 익숙한 사람이라 진우에게 서경 얘길 꺼내 그를 곤란하게 하기보다는 혼자 끙끙 앓기를 택했을 거고.



- 헤어지자고 말하고 돌아서는 진우를 두고 모은은 그 자리에 서서 엉엉 운다. 그 순간 모은이 진우를 붙잡을 용기를 내지 못했던 것도 상대를 너무 배려해서였을까.
= 모은이 자기를 더 생각했더라면 아직 좋아하는데 왜 그만해야 하냐고 강하게 반문했을 거다. 진우가 수어로 하는 헤어지자는 이야기를 다 이해했으면서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거짓말하는 것이 모은이 할 수 있는 전부이지 않았을까. 진우가 헤어지자는 말을 꺼낸 건 관계에 힘들어하는 모은을 위해서라는 걸 잘 알기에 더더욱 붙잡을 수 없었을 거고. 서로를 너무 위했기 때문에 헤어졌지만 그렇기에 결국 다시 만날 수 있는 상황도 찾아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 8년간 승무원으로 일한 모은은 “내 삶에 이상기류”처럼 찾아온 배우란 꿈을 좇아 극단에 들어간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를 전공한 신현빈 배우에게도 ‘배우’는 그런 이상기류였는지.
=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은 10대 때부터 있었는데 이러다 말겠지 싶었다. 워낙 미술 실기를 오래해서 자연히 그림 그리는 일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다니면서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다. 그렇게까지 그림 실력이 뛰어나지 않아도 행복해하는 학교 친구들을 보면서 좌절했다. 내가 느끼기에 나는 그들보다 잘하는 것 같은데 전혀 행복하지 않았으니까. 전공을 살려볼까도 했지만 내가 전공 교수님들처럼 평생을 푹 빠져서 미술사 공부를 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학생들이 하는 영상원 작업에 배우로 참여했는데 너무너무 재밌는 거다. 말도 안되는 길이의 단편을 정말 짧은 시간 동안 찍느라고 모두가 과하게 무리하는데 그 과정이 괴로운 동시에 즐거웠다. (웃음) 그제야 연기에 도전할 마음이 생겼고 졸업한 뒤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 숏폼의 시대에 6부작 <괴이>를 제외하면 2020년대에 들어서 한 작품이 모두 16부작 이상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안정적이고 긴 이야기를 끌고 나갈 만한 힘이 있는 배우라는 걸 증명한 셈이다.
= 작품을 선택할 때 몇 부작인지를 고려한 적이 없는데 신기하다. 주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촬영 기간이 늘어났다. 16부작인 <사랑한다고 말해줘>의 경우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7개월가량을 찍었으니 1년의 절반 이상을 나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살아간 거나 마찬가지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도 느꼈지만 긴 호흡의 작품일수록 일터에서 즐거울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예전에는 현장이 좀 힘들어도 3개월이면 끝나니까 개인적인 시간에서 보상받으며 버텼는데 이제 그런 식은 불가능해졌다. 현장에서의 삶이 곧 내 삶이 되었고 작품을 하는 시간이 괴로우면 내 삶이 무너진다는 걸 안다. 아마 다른 배우, 현장 스탭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일 것이다. 행복한 현장이란 만드는 사람들이 행복해야만 가능한 것이기에 어디 힘든 사람 없나 하고 주변을 열심히 둘러보고, 부족하지만 우리 팀원들을 더 잘 챙기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람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는데 그런 시간이 좋은 연기를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 차기작 <새벽 두 시의 신데렐라>를 한창 촬영 중이라고. 제목만 들어서는 로맨틱 코미디로 짐작된다.
= 맞다. 밝고 웃기면서도 현실적인 부분을 놓치지 않는 재밌는 드라마다. 아직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로맨틱 코미디의 클리셰적인 설정을 기반으로 하되 그것을 또 비트는 과감함이 있다. 아직 촬영이 많이 남았는데 계속 행복한 현장, 행복한 작품을 만들어나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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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가 개인 전시회를 연다고 하자 모은이 진심으로 기뻐하는 장면에 등장하는 수어로, ‘축하한다’는 뜻이다. 신현빈은 눈앞에 진우가 있는 듯 환히 웃으며 양손을 펼쳐 보였다.



https://naver.me/xFoOz1b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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