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기를 실감할 것 같은데.
▲얼마 전 편의점에 가서 물건을 구매하는데, 직원분께서 '웰컴투 삼달리'를 보고 계시다가 제가 결제를 하니까 너무 놀라면서 바로 '왕경태'라고 말하시더라. 그때 (인기를) 조금 느꼈다. 한번은 백화점에서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그분도 휴대폰으로 '웰컴투 삼달리'를 보고 계시더라. '웰컴투 삼달리'랑 수상소감이 함께 노출되면서 되게 많이 알아보시는 것 같다.
-작년 말부터 대운이 들어온 게 아닌가.
▲네이버에 제 사주를 검색하면 한 역학원 쪽에서 사주를 봐주신 게 나온다. 그게 '청춘기록' 할 때 그분이 올려주신 내용이다. 재미 삼아 읽었는데 그분이 '2023년 추분부터 대운이 들어오기 시작해 10년 정도 지속된다'고 써주셨더라. 요즘 분위기가 좋아서 그때 사주를 다시 찾아봤다.(웃음) '웰컴투 삼달리'도 다른 작품을 열심히 촬영한 것만큼 열심히 촬영했고, 수상소감은 이렇게 반응이 올 줄도 몰랐는데, 제 의도보다 훨씬 좋은 반응이 나오니까 '대운이 들어오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하던 대로 하자'라는 마음으로, 오히려 붕 뜨지 않게 저를 다잡는 중이다.
-마지막회에서 12.399%의 자체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방송가구 기준) '웰컴투 삼달리'의 인기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처음부터 '시청률에 크게 연연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찍었다. 잔잔한 내용이고, 시청자분들이 다음 회가 궁금해서 막 기다리고 이런 장르가 아니기 때문에 초반부터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시청률이 잘 나와서 배우들도 감독님도 너무 좋아하셨다. 요즘 자극적인 영상이 만연한 시대인데, 저희 드라마는 잔잔하고 인간 내면에 집중한 작품이었다. 오히려 위로받고 해소할 수 있는 창구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왕경태가 "이런 장면 드라마에서 봤는데 질질 끌면 지루해서 못 봐"라고 말하는 등 시청자들을 대변해주는 대사를 많이 하기도 했다.
▲작가님도 시청자분들의 입장을 생각하면서 대사를 쓰신 것 같다. 경태의 입을 통해 '조금 지루하고 답답해도 참아줘'라는 메시지를 주신 것 같다. 사건 해결이 확 되어야 하는데, 그래도 짚어가야 될 부분들이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줘'라며 시청자분들을 달래는 역할을 경태를 통해 하신 것 같다. 저도 대본을 보면서 그 부분이 너무 좋았고, 그런 대사를 통해 시청자분들이 우리가 한 마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지 않나. 그걸 제가 담당해서 할 수 있어 좋았다.
-작품 합류는 어떻게 하게 됐나. 대본을 본 첫 느낌은?
▲차영훈 감독님이랑 예전에 '각시탈'을 같이 했었다. 그때 기억이 좋으셨나 보다. 그때 인연으로 다시 찾아주셔서 합류하게 됐다. 대본을 본 느낌은 일단 제주도라는 배경이 저를 설레게 했다. 또 저는 경태 캐릭터를 맡았다 보니 친구들 서사에 집중해서 대본을 읽었는데, 저도 예전에 아주 친했던 친구들이 있었고, 그 마음을 지금까지도 가지고 있지만, 점점 먹고살기 바빠지다 보니 마음처럼 안 되는 부분이 있었다. 경태를 통해 그런 마음을 많이 드러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또 저랑 예전에 가까웠지만 지금은 거리를 두고 지내는 친구들이 이 작품을 보고 어떠한 감동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빨리 현장에 가서 촬영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왕경태 캐릭터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부분이 있다면?
▲서른 여덟 살들이 나누는 대화라고 하기에는 수준이 낮은 부분이 있지 않나.(웃음) 처음에 작가님과 리딩하고 회식할 때 독수리 오형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때 나온 이야기가 '더 나이가 많은 분들도 어릴 적 친구를 만나면 그 시절 모습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그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신을 만들어나가면 더 재미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시절 감성, 중고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바이브에 주안점을 두고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초반에 만수(스잘김 분)랑 대화하는 장면에서 '용필이 그때 진짜 산송장이었다'고 말하는 대사가 있다. 원래 그 다음에 '용필이 불쌍해' 하고 그냥 넘어가는데, 왠지 만수가 아무리 한국말을 잘해도 '산송장'까지는 못 알아들을 것 같더라. 만수가 착각하고 제가 다시 설명해주는 신이 있으면 티키타카도 되고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비슷한 게 뭐가 있지 생각하다가, 만수가 '삼송장'으로 잘못 알아듣고 '삼송장 모텔?'이라고 답하는 대사를 만들었다.
그런데 작가님께서 13회인가 14회에 실제로 대영(양경원 분)이 '삼송장'이라는 숙소에 묵는 장면을 만들어주셨다. 그게 너무 신기했다. 작가님께 전화드려 '저는 작품을 하면서 이 정도로 작가님과 티키타카가 된 건 처음이다. 제가 애드리브를 한 건데 재미있게 뒷부분을 살려주셔서 감사하고 보람 있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그러자 작가님께서 '내가 고맙다'고 하시면서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많이 내줘서 고맙다'고 하시더라. 되게 재미있으면서도 뿌듯한 일화였다.
-마지막회에서 떡볶이집 사장이 된 왕경태가 손님 세 명을 자리로 안내하며 'S.E.S. 들어가십니다'라고 하는 대사도 재미있었다.
▲그것도 애드리브다. 그때 촬영이 경태가 일하는 모습에서 앵글이 밑으로 쭉 빠지면 '가맹점 모집합니다'라는 현수막 문구와 함께 경태 얼굴이 나오는 방식이었다. 공동 연출하셨던 김형준 감독님께서 '대사 뭐라도 채워줘'라고 하시더라. 그때 보조 출연자 여자 세 분이 들어오시길래, 이분들이 기분 좋게 들어올 수 있는 멘트가 뭐가 있을까 생각했다. 여자가 세 명인 요정 그룹의 대표가 S.E.S.니까 그 대사를 했는데 재미있게 봐주신 것 같다.
-실제 성격과 싱크로율은 얼마나 되나.
▲비슷한 점이 참 많다. 경태보다 조금 눈치는 있는 것 같다. 경태는 생각 없이 이야기를 하지만, 저는 한 번 정도는 생각하고 말하는 것 같다. 또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는 경태만큼 말이 많다. 웃기는 것도 좋아하고 재밌는 것도 좋아한다. 다른 점은 경태보다 제가 엄마한테 실제로 더 애살(애교)이 있다. 경태는 엄마랑 티격태격하고 '츤데레' 같은 관계 아닌가. 저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김명미 mms2@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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