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하다 우리드 메인 서사를 너무 멋진 표현으로 잘 정리해준 리뷰 기사 있어서 퍼옴
https://m.munhwa.com/mnews/view.html?no=2024012401032012069002&w=sns
여기 땅을 밟고 서고 싶은 여자가 있다. 아빠가 돌아가신 후 매일 배를 타는 기분이란다. “발을 디디고 서 있는데 배가 계속 흔들려 불안해. 나는 땅을 밟고 싶은데….” 그 여자, 강지원(박민영 분)은 말한다.
여기 그 여자의 땅이 되고 싶은 남자가 있다. 망설이다가 지켜주지 못한 그 여자가 몹시 눈에 밟힌다. 어느 날, 그 여자가 물었다. “뭐 하고 싶은 거 없었어요?” 그 남자 유지혁(나인우 분)은 답한다. “나는 땅이 되고 싶었어요.”
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주인공 남녀는 공교롭게 모두 ‘2회차’ 인생을 살고 있다. 죽음의 순간 10년 전으로 돌아왔다. 그 여자, 수동적이었던 과거의 삶을 타산지석 삼아 자신의 삶을 개척한다. 그 남자, 주저하던 과거의 삶을 반성하며 그 여자의 삶에 개입한다. 반환점을 돈 이 드라마는 8회 만에 1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거뒀다.
◇“제가 알아서 해 볼게요”…신데렐라를 거부한 그 여자
그 여자의 삶은 겉으로 보기엔 순탄했다.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에 취직했다. 장수 사내 커플로 주위의 부러움도 샀다. 둘도 없는 친구도 항상 곁을 지킨다.
하지만 결혼과 동시에 그 꿈은 깨졌다. 남편이 된 남자친구에게 ‘호구’ 취급당하고, 그 여자는 급기야 위암에 걸린다. 그리고 믿고 의지하던 친구는 남편의 불륜 상대였다. 이 모든 걸 알게 된 날 죽은 그 여자, 10년 전으로 돌아가 눈을 뜬다.
당황하던 그는 이내 마음을 고쳐먹는다. 더 이상 매사에 주눅 든 채 ‘예스’만 외치지 않는다. “안 가면 흑역사로 남지만, 가서 뜯어고치면 역사가 된다”는 후배의 이야기에 귀가 뜨이고, 자신을 억압하던 이들에게 당당히 맞선다. “나를 막 대하는 사람한테 잘해 줄 필요가 없다는 걸 배웠다”면서 정확한 거절과 불쾌감을 밝히고, 외모에 과감히 변화를 주며 “이렇게 꾸미니 절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더라. 그런 사람들한테는 이런 식으로 상대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미련하게 정공법만 고집하지 않는다”고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한다.
내가 바뀌니 주변이 바뀐다. 하지만 회귀 인생에도 규칙은 있다. 일어날 일은 내가 아닌 타인에게라도 반드시 일어난다는 것. 총량의 법칙이다. 그래서 배신한 친구와 남편을 결혼시키려 한다. 제목이 ‘내 남편과 결혼해줘’인 이유다.
하지만 2회차 인생 역시 쉽진 않다. 바뀐 상황에 따른 또 다른 역경이 닥친다. 이때 그 남자가 나타난다. 그 여자가 위험에 빠지자 “도와 달라고 말하면 되는데 왜 어려운 길을 가냐”고 화를 낸다. 그 여자는 말한다. “행복해지고 싶어요. 내 손으로, 내 힘으로. 그게 나니까.” 맞다. 신데렐라로서는 온전히 행복할 수 없다. 그걸 깨달은 건, 2회차 인생 최대 수확이다.
◇“땅이 되어줄게요”…버팀목이 되고픈 그 남자
그 남자는 대학 시절 처음 만난 그 여자를 오래 짝사랑해왔다. 하지만 선뜻 다가가지 못했다. 같은 회사의 부장과 대리였으나, 말 한마디 제대로 나눈 적 없다. 귀엽게 술주정하던 대학 시절의 그 여자와 다시 마주 선 건, 그 여자의 장례식에서였다. 영정 사진 속에서 웃고 있는 그 여자를 보며 후회한다. 이후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한 그 남자는 10년 전 자신의 몸속에서 눈을 뜬다.
그때 그 남자는 깨닫는다. “생각해보면 기회는 몇 번이고 있었다. 기회인 걸 몰라 잡지 않았을 뿐이다. 아니면 잡지 못했거나.”
후회란 자유 선택의 기회를 잘못 썼다는 생각에서 오는 괴로움이다. 그 남자 입장에서는 더 적극적으로 그 여자에게 구애하고 보호하지 못한 것이 후회다. 그래서 2회차 인생에서 그 남자는 자신의 삶을 그 여자를 위해 쓰기로 한다. 그 여자를 막 대하는 남자친구에게도 일갈한다. “나이를 먹는다고 누구나 다 어른이 되지 않습니다, 남자가 되지도 않고. 남자가 아니라 어린애를 만나면 여자는 불행해지죠.”
하지만 그 남자의 선택이 그 여자의 선택과 일치할 순 없다. 그 여자는 백마 탄 왕자처럼 다가서는 그 남자를 거부한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부탁해서 일군 삶이 온전히 제 것일 수 없다는 그 여자의 말을 도무지 반박할 수 없다. 그래서 그 남자의 선택은 “땅이 되는 것”이다. 그 여자가 조금 더 안정적으로 걸을 수 있도록 기꺼이 등을 내주는 든든한 땅이면 족하다. 사랑에 빠진 남자는 하늘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