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디즈니+의 한국시장 성과를 보면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로 기세를 탔다고 볼 수 있다. 초반 빛 좋은 개살구 취급을 받던 때를 지나 웰메이드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를 연달아 선보이며 K-콘텐츠의 또 다른 문화창구로 거듭났다. 특히 연말 OTT 시상식에서 <카지노> <형사록> <무빙> 등 다수의 작품이 노미네이트와 수상을 이어가며 그 가치를 스스로 입증했다. 이런 좋은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 <킬러들의 쇼핑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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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냉혹한 킬러들의 이야기를 친숙한 배경으로 미스터리하게 풀어냈다는 점을 뽑을 수 있다. 대학생 지안은 시골에서 쇼핑몰을 운영하던 삼촌 진만의 죽음을 경험한다. 그녀가 기억하는 삼촌의 모습은 부모의 죽음과 관련된 수상한 정황의 연속, 10년이라는 세월을 단 둘이 지냈다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한 추억과 정보였다. 그리고 지안의 목숨을 위협하는 수상한 킬러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작품은 '킬러들의 쇼핑몰'을 운영하는 수상한 남자 진만과 그의 죽음 후 남겨진 조카 지안이 겪게 되는 위험을 그린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미스터리와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는 킬러들의 액션을 통해 순도 높은 오락성을 보여준다. <존 윅>처럼 다수의 킬러들이 무용을 떨치는 세계관과 닮아있지만 서민들 속에서 정체를 숨기고 살아간다는 점에서 <리옹>과 비슷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이런 부분은 지안과 감정적인 유대를 맺으며 따뜻함을 느끼는 진만의 모습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아저씨> <맨 온 파이어> 등의 작품이 보여준 세상을 등진 거친 남자와 세상의 위협을 받는 소녀의 유대관계는 이번에도 실패가 없는 필승공식으로 작용한다. 부모를 잃고 실어증에 빠진 지안을 대하는 진만의 모습은 점점 그 문을 열어가며 감정적인 따뜻함을 느끼게 만든다. 이 유대감을 통해 감정적인 격화를 자아낸다.
<미성년> <구경이> 등 출연하는 작품마다 연기변신을 선보여 온 다채로운 매력의 소유자 김혜준은 지안을 통해 이번에도 흥미를 자극한다. 생활형 액션은 물론 친밀함부터 적대감까지 마주하는 캐릭터마다 그 관계의 변화를 흥미롭게 구성하는 힘을 보여준다. 촌스러운 '추리닝'마저 개성으로 만드는 소화력은 덤이다. 더해서 선한 인상과 침착한 말투로 잔혹한 행위를 반복하는 서현우표 킬러 이성조는 앞으로를 기대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2023년에 이어 2024년의 시작 역시 강한 몰입을 선사하는 작품을 선보이며 킬러, 아니, 구독자들을 위한 쇼핑몰을 더욱 풍족하게 갖춘 디즈니+다. 최근 OTT 오리지널 시리즈의 트렌드는 초반부터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강한 이야기와 숏폼을 통해 흥미를 가질 만한 장면의 완성이다. 이 두 가지 요소를 모두 충족시키는 <킬러들의 쇼핑몰>인 만큼 디즈니+의 히트 오리지널 시리즈 반열에 오르지 않을까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키노라이츠 매거진과 김준모 시민기자의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김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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