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대실소망(大失所望). 바라던 것이 아주 허사가 되어 크게 실망함을 일컫는 사자성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고 했던가. 베일을 벗은 '경성크리처'의 첫인상은 찝찝하고 꺼림칙하다. 시대극과 크리처의 '절묘한 만남'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잘못된 만남'이었다.
최근 넷플릭스 측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경성크리처' 파트1 공개에 앞서 언론시사회를 통해 파트1의 1회~6회까지를 공개했다. 파트1의 최종회인 7회는 선공개하지 않았다.
'경성크리처'는 시대의 어둠이 가장 짙었던 1945년 봄, 생존이 전부였던 두 청춘이 탐욕 위에 탄생한 괴물과 맞서는 이야기다. '스토브리그'의 정동윤 감독과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의 강은경 작가가 의기투합한 작품이자 배우 박서준과 한소희의 만남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특히나, 이 작품은 넷플릭스가 연말 대목에 내놓은 텐트폴 작품이기도 하다. 제작 기간만 무려 2년, 제작비는 파트1, 2를 합쳐 수백억 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K-크리처물의 새로운 한 획을 그을 줄 알았던 '경성크리처'만의 큰 특징은 일본 패망 직전인 1945년 3월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이다. '경성크리처' 제작진은 시대극에 크리처를 더해 타 크리처물과의 차별화를 꾀하려고 했다.
최근 공개된 크리처물 '스위트홈' 시리즈, 티빙 '방과 후 전쟁활동' 등과 비교했을 때 '경성크리처'만의 특징은 다수가 아닌 단 하나의 크리처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크리처가 탄생하기까지의 배경과 과정을 상세히 다룬다. 인간의 욕망과 탐욕으로 인해 탄생한 '크리처'라는 점에서는 '스위트홈' 시리즈와 결이 비슷하다.
'경성크리처' 속 크리처의 가장 큰 특징은 '슬픔'이라는 정서가 녹여져 있다는 점이다. '일제강점기'라는 배경에서 가져올 수 있는 'K-정서'를 크리처 안에 극대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슬픔'이라는 정서가 어느 한순간에 '모성애'로 국한되면서 한국인에게는 다소 진부한 '신파'처럼 느껴진다. 굳이 '모성애 코드'를 가져왔어야 했나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일제의 생체 실험 과정에 탄생하는 크리처에 '서사'를 부여하기 위해 보여주는 장면들의 수위도 과하다. 고문 장면, 잔인한 시신 훼손 장면뿐만 아니라 신체의 일부가 기괴하게 절단된 채 투명병에 담겨있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묘사되기도 한다.
다소 부족한 CG(컴퓨터 그래픽) 처리도 아쉽다. 몰입도를 깨뜨릴 정도의 허술한 CG는 아니지만, 몇몇 장면들은 '대작'이라고 하기엔 완성도가 낮아 아쉬움을 자아낸다.다만, 또다른 주인공인 크리처는 정교하게 빚어냈다는 인상을 준다.
무엇보다 제일 아쉬운 대목은 박서준과 한소희의 조합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각각의 캐릭터로만 봤을 때는 각자의 몫을 잘 해냈지만, 둘이 함께 그려간 '절제 멜로'에서는 기대만큼 케미스트리가 폭발하진 않았다. 절제되어도 너무 절제한 탓인지 '설렘'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파트1에서 쌓아 올린 두 사람의 러브라인이 파트2에서는 어떻게 그려질지가 관건이다.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시키려는 노력은 엿보인다. 갑갑하기만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대사와 장면들 덕분에 그나마 '숨 쉴 구멍'은 있다. 그렇다고 적재적소에 유머를 배치한 느낌은 아니다. 웃음 타율도 낮다.
이렇듯 '경성크리처'만의 강력한 한방은 1-6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파트1과 파트2 사이에 텀이 있는 만큼, 파트1의 엔딩이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총 10부작인 '경성크리처'는 오늘(22일) 7화를 공개하고, 내년 1월 5일 나머지 3회 차가 담긴 파트2를 공개한다. 파트1과 파트2의 텀이 길었던 '더 글로리'만큼의 긴 공백은 아니지만, 파트2가 공개되기 직전까지가 '경성크리처'의 흥망성쇠를 가리는 기간이 될 전망이다. 입소문을 타고 파트2까지 성공적으로 끌고 갈지, 아니면 갖가지 혹평에 시달리며 쓸쓸히 퇴장하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http://m.celuvmedia.com/article.php?aid=1703196000468083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