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필요에 의한 청혼.
오늘 당장, 딱 하루만요.
그저, 필요에 의한 청혼. 신부가 누구인지 중요하지 않는 태하.
반면, 연우의 눈에 태하는 너무나 서방님. 하지만 눈앞에서 서방님이 죽었기에 말도 안된다는 걸 너무 알고 있는데, 너무 똑같이 생겨서 이 사람의 부탁을 거절하기 쉽지 않음. 서방님인데, 서방님은 아닌데 그런데 서방님이 마치 살아있는 느낌이라 눈을 뗄 수 없는 연우.
2. 연우가 필요해진 조건에 의한 태하의 청혼
하필, 결혼식을 올렸고, 강회장이 연우를 신부로 알게 된 이상 태하는 현재로선 연우가 아닌 신부는 더 이상 필요가 없어지고, 오히려 연우여야만 하는 이유, 연우가 진짜 필요해진 상황. 그래서 이번엔 아내가 되어달라 부탁하게 되는데,
연우는 물속에서 나와 처음 본 얼굴이 서방님과 닮은 태하였고, 진짜로 정말 서방님일까 싶은 생각도 했지만 옷차림도 말투도 달랐고, 일단 자신을 대하는 이름만 같은 강태하란 사람이 결혼식을 올린 이후 너무 달라진 모습과 말에 상처를 받게되고, 이후 하루를 꼬박 밖에서 자게되고, 아무도 모르는 곳에 혼자 남은 외롭고, 쓸쓸한 마음을 이미 깨달은 후였기에, 다시 만난 서방님일수가 없는 강태하를 좋게 볼수가 없음.
진짜 말 그대로 서방님은 개뿔! 당신은 절대 내 서방님이 될 수 없다고
아예 대놓고, 너란 사람한테 흔들린 것 조차 화난다며 박치기까지 해버림. 그야말로 열받은 연우.
3. 기간을 정하기로 한 쌍방 합의에 의한 계약 결혼
정식으로 제안하죠. 우리 결혼합시다!
이젠 진짜 물러설 수 없는 상황. 예상 외로 강회장이 연우를 아주 마음에 들어함. 태하 입장에선 아예 모르는 여자보단 그래도 나름 아주 쪼끔 자꾸만 엮이고, 또 나름 식도 올린 연우란 선택지가 최선이라 생각해. 일단, 겪어보니 자신한테 크게 뭘 바라는 사람이 아니고, 감정도 신경 안써도 되고, 얘기해보면 대화가 안 통하지도 않음. 그냥 계약된 시간 내로 자신의 조건에 맞춰서 진행해도 무리 없어보이니깐 뭐, 그래서 말그대로 태하에겐 계약 결혼을 하자는 약속된 기한의 청혼. 일이 마무리되면 갈 길 가면 그만인 그런 결혼.
연우도 태하가 되게 마음에 들지는 않는데, 일단 갈 곳이 없는 상황. 그렇다고 여기엔 아는 사람도 없고, 새조선이란 곳 자체가 낯설음 투성이. 오히려 계약 뭐든 결혼이든 사기꾼 양반이든 다 떠나서 그냥 집에 가고싶고, 조선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어쩌면 진짜로 서방님을 닮은 태하가 돌아가는 걸 도와준다면 현재로썬 연우에겐 태하가 원하는 걸 들어주는 게 차라리 가장 쉽다고 판단, 그나마 다행인건 다른 사람이라도 태하의 얼굴은 서방님이랑 닮아서 경계심도 조금 덜 드는 편이기도 해서 쌍방 합의 하에 계약 결혼 뭐 그런거 하기로 함. 단 조건도 정확하게 달고,
서로가 이해가 되는 존중해주는 계약 결혼으로.
그런데,태하랑 연우가 방심한 게 있다.
이 세 번의 필요에 의한, 조건에 의한, 합의에 의한
그저 계약 결혼의 서막이지만 이렇게 서로가 마주한 순간부터
이미, 서로를 받아 들였다는 것을 태하도 처음부터, 연우도 처음부터
어떤 강한 이끌림으로 서로에게 당겨지고 있음을.
이때, 태하는 악수를 청하고, 연우는 자신의 방식대로 새끼 손가락을
걸며 약속을 하는데, 수영장 이후로 태하가 연우를 향해 세게 놀라는데 이 때가 찰나인데도 꽤 씬을 공들여 잡아주는데, 이 장면에서 지금까지
태하가 쌓아올리고 또 쌓아올린 감정의 견고한 벽을 연우가 아주 작은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고, 소중하게 밀고 들어오는 느낌이었어.
이 날 이후부터, 태하의 표정도 조금씩 유해지기도 했고, 연우는 애초에 태하를 싫어할 수가 없음. 말로는 사기꾼 양반이라하고, 싫어하는 듯 보여도 다른 걸 다 떠나서 서방님의 얼굴이라 호감이고,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연우를 받아들여준 태하라서 필요에 의해서든 뭐든
하루를 꼬박 놀이터에서 밤샜던 연우에게선 태하는 고마운 존재인 이유가 클거라 생각함.
모처럼 드라마 보면서 장면장면들 집중하고, 곱씹고, 또 곱씹게 해준
드라마 만나서 금,토가 가장 낙이 되어 버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