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발견보다 재발견이 글쎄 5만배 더 기쁘더라고요. ‘파리의 연인’ 때도 너무 행복했지만, 지금은 비교가 안되는 행복인 것 같아요. 특히 어린 친구들이 이걸 좋아해준다는 게 정말 신기한 일이에요. ‘내가 웃겼니 얘들아?’ ‘아줌마 올드하진 않니?’ 하면서도 너무 뿌듯해요.”
최근 종영한 JTBC 주말극 ‘힘쎈 여자 강남순’에서 김정은은 정의감에 불타는 강남 재벌이자 강남순(이유미 분)의 엄마 ‘황금주’를 연기해 다시금 전성기를 맞았다. 드라마 ‘파리의 연인’으로, 광고퀸으로 최정상의 인기를 찍어본 스타지만, “숏츠에 제가 나오는 게 너무 신기하다”고 했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정은은 “다시금 내가 배우라고 생각하게 해준 작품”이라고 했다. “주체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한 챕터를 지나온 것 같다”는 그는 자신의 배역 ‘황금주’에 대해 “돈과 괴력을 모두 갖추고 ‘플렉스’하는 인물이어서 카타르시스를 많이 느꼈다”고 돌아봤다. “마음 한 구석이 여린 것도, 중요한 순간마다 삐끗하는 B급 감성마저도 내 스타일이었다”는 것.
“‘파리의 연인’에서 강태영은 정말 아무 것도 안 해요. 남자 하나에 기대는 것밖에 없죠. 여성 캐릭터가 스스로 문제 해결을 하지 못하고 ‘백마 탄 왕자’에 의해 선택되어지잖아요. 시간이 지나다보니까 ‘여성 캐릭터가 이렇게 밖에 못 쓰이나’ 목 마르더라고요.”
3년 만의 복귀작이었던 드라마, 김정은은 “가족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면서도 좋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을 보면 피가 끓는 느낌이 들곤 했다”고 한다. 하지만 초심으로 돌아가 “덜어내고 포기하고 비워내며” 연기한 작품.
김정은은 “스토리를 이길 캐릭터는 없다고 생각했다”며 “감독님과 스태프들의 피드백을 최대한 받아들이고 편집실을 자주 들락거리며 황금주가 몸에서 빠져나가지 않도록 했다”고 얘기했다.
드라마는 첫 방송 시청률 4.3%(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로 시작해 최종회에서 10.4%로 막을 내렸다. 넷플릭스에서도 상위권에 오르며 글로벌 인기를 모았다.
“사실 피부로 느끼기엔 해외 인기가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제 남편 친구들도 외국 사람들인데 되게 좋아하더라고요. 나오미 캠벨이 ‘힘쎈여자 강남순’을 좋아한다는 말은 저도 너무 신기했다. 제게 스타였던 사람이 제 드라마를 본다고 하니까. 나오미 캠벨 만큼 신기한 게 쇼츠였어요. 그걸 그렇게 좋아해줄 줄 몰랐어요.”
‘힘쎈여자 강남순’은 선천적으로 어마무시한 괴력을 타고난 도봉순의 6촌 ‘강남순’과 엄마 ‘황금주’, 외할머니 ‘길중간’이 강남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신종마약범죄의 실체를 파헤치는 내용의 드라마였다.
3대 여성 히어로가 악당을 물리치는 순간은 시청자들에게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안겼다.
그가 연기한 ‘황금주’는 낮에는 재벌로, 밤에는 바이크를 탄 정의의 배트걸로 활약하는 이중생활도 한다. 오토바이를 탄 남성이 무례한 말로 추파를 던지자 보란 듯 헬멧을 손으로 찢으며 경고를 날리고, 돈 내놓으라고 협박하는 전당포 손님을 가볍게 집어던져 제압한다.
긴 머리를 휘날리며 오토바이를 타던 황금주를 실감나게 연기하기 위해 오토바이 운전면허도 취득했다.
그는 “오토바이를 타고 날아다니다시피 하는 인물을 연기하는데 시동도 걸 줄 모르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타고 내리는 장면만 최대한 섹시하게 연기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황금주의 세계관을 굉장히 좋아해요. 여성들이 강압적으로 소외되거나 희생 당하거나 했는데, 그걸 비틀어 버리는 설정을 저도 하면서 통쾌했어요. 괴력을 갖고 있고, 돈이 엄청나게 많은데 속물근성도 있고 가부장적인 면도 있어요. 현 시대를 반영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건 백미경 작가만 쓸 수 있는 것 같아요. 힘 세고 정의롭고, 돈도 많은 사람이 정말 어느 하나 부족하지 않고 완벽했다면 시청자들이 애정있게 좋아해주셨을까 싶어요.”
전매특허 능청스러운 연기는 황금주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로코물을 주름잡았던 그의 저력이 적재적소에 터져나와 보는 재미를 한층 돋궜다.
김정은은 “과거엔 이게 내 매력, 무기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다”며 “이게 얼마나 소중한 일이고, 나의 장점이었는지 그걸 싫다고 했는지 후회가 되더라”고 털어놨다.
연기 뿐 아니라 패션도 미모도 화제였다. 김정은 역시 “저도 비수기가 있는데 관리 잘했다는 말을 들으니까 너무 감사한 일”이라며 “막 먹다가도 ‘나 황금주지’ 이랬다”며 웃었다.
“‘힘쎈여자’가 마블처럼 브랜드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백미경 작가님이 어떻게 하실지는 모르겠지만 마블 영화처럼 계속 이야기가 이어지면 도봉순 커플이 강남순에 카메오로 나온 것처럼 저도 스핀오프에 또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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