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어린 근석이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친부모님을 잊지 못했듯
정우도 공주자가를, 순덕이도 서방님을 잊지 못했어.
부모님이든, 자식이든, 부부로 연 맺은 배필이든
사랑을 잃어도 산 사람은 살아야 하니 사는 거야.
문득 떠오르면 그리워하다 울기도 하고 왜 그리 빨리 갔느냐고 원망을 할지언정.
정우랑 순덕이는 근석이처럼 타고난 천륜이 아니라
본인의 의지로 직접 선택한 사랑이라 더더욱 소중하고 애틋한데
그 정을 오래 나누지도 못하고 사별했으니 몹시 비통할 수밖에 없지.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 기억은 바래지고
많은 것들 중에서 좋은 것들만 또렷하게 남아.
지금처럼 사진으로 모습을 남길 수도 없고, 목소리를 녹음할 수도 없어.
오로지 내 기억에만 의지해야 해.
아무리 한 번 본 사람의 얼굴을 잊지 않는다 해도 8년, 5년의 시간은 결코 짧지 않으니까.
그래서인지 순덕이가 떠올리는 추억 속 서방님은 낭만적이고 다정해.
정우가 떠올리는 공주자가는 행복하게 환히 웃고 있고.
그런 모습으로 고이 품고 있는 첫 번째 사랑이니 한없이 아름답고 그만큼 아프고 서럽지.
누구는 밤새 마음이 어지럽고,
누구는 제가 사랑을 배신하는 것 같아 눈물이 나.
특히 모든 것이 사랑인 순덕이는 더 슬퍼하지.
제 연분인 서방님 아닌 이에게 설레었으니까,
그 마음을 끝내 숨기지 못했으니까,
게다가 정우 역시 자신을 사랑하는 게 보이니까.
그래서 더 밀어내고, 지금의 감정을 스쳐 가는 바람이라 칭해, 간절한 바람을 담아.
하지만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인 걸 정우도, 순덕이도 이미 알고 있을 거야.
마음이 소란하고 머릿속은 솜이 가득찬 것처럼 탁하지만
다행히 정우는 물론, 순덕이도 이미 정답을 찾은 것 같다.
근석이는 보고 싶어 힘들 땐 아파하는 수밖엔 없다 말하고,
정우는 첫 번째 사랑을 잊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 주었으니까,
그 역시도 지난 사랑을 잊지 못할 테지만
당신이 나를 어여삐 여겨 허락해 준다면 남은 생을 함께하고 싶다고 청혼하였고,
지금 우리는 사랑하고 있음이 맞다고 확신을 주니까.
다만 정우와 순덕이가 발 디디고 있는 세상이 둘을 막고 있네.
이제 눈앞에 놓인 문제들을 잘 이겨 내 보자.
정우는 순덕이를 절대로 실망시킬 남자가 아니고,
순덕이가 그토록 중요시하는 사랑은 모든 것의 시작이며 절대로 부질없는 것이 아니니까.
사랑이란 필시 전부 귀한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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