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지만 이 13살 배우를 모셔야 했다. 2022년 <파친코>의 어린 선자로 분해 전세계 시청자의 가슴속으로 성큼 걸어들어온 뒤 올해 9~10월 첫 시리즈 주연작 <유괴의 날>로 이미 완성형 연기를 보여준 배우 유나를 말이다. <유괴의 날>에서 그는 기억을 잃은 채로 유괴된 천재 소녀 최로희를 연기했다. 그가 6차에 걸친 오디션을 거쳐 5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할 수 있었던 건 로희 못지않게 명민하기 때문이었다. 여러 버전의 로희를 준비해간 뒤 박유영 감독에게 직접 또박또박 묻기까지 했다. “이중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로희와 가장 가까운 로희는 어느 쪽이었나요?” 캐릭터의 내면을 읽을 줄 아는 분석력도 이 배우가 가진 재능 중 하나다. “처음에는 로희가 차갑고 예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대본을 두세번 읽다 보니 따뜻함이 느껴졌고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 보였다. 좀더 나처럼 해도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상황에 따라 표정을 풀고 자신의 말투를 섞어가면서 로희가 “아이인 게 티가 나도록” 매 신을 조절했다.
처음 연기에 관심이 생긴 시기를 묻자 유나는 “너무 어렸을 때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라며 잠시 혼자 13년 인생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5살에서 7살 사이에 다녔던 뮤지컬 학원에서 “연기인지도 모르고 했던 놀이”에 재미를 느꼈고, “계속해보고 싶어서 오디션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고. 현재는 연극 <바닷마을 다이어리>에서 막내 스즈 역을 맡아 무대 경험을 쌓는 중이다. “관객과 소통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된” 게 그가 말하는 이번 도전의 가장 큰 수확이다. 어린 선자, 로희, 스즈까지 슬픔을 꾹 참고 미래를 도모하는 아이를 연기해온 그가 중학생이 되면 얼마나 더 다양한 모습과 세계를 보여줄까. 배우 유나의 성장의 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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